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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근거림 Feb 18. 2022

표현하기를 어려워하는 너에게,

  사람들은 나에게 말을 잘한다고 한다.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믿음이 간다는 말을 덧붙이면서. 하지만, 나는 말을 잘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생각이 많을 뿐이다. 어떠한 상황에서, 어떠한 말을 해야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지 않을까를 고민하다 보니 말을 잘하는 사람처럼 보이게 되었다. 


  관계를 유독 어려워하던 시기가 있었다. 문득, 첫 직장에서의 시간들이 생각난다. 신입직원으로서의 나는 조직에 제법 잘 적응했다. 상사의 말을 잘 따랐고, 일에서는 늘 최선이고자 했다. 이러한 나에게 후배들이 하나, 둘 생겨나면서 고민은 시작되었다. 좋은 선배가 되고 싶었다. 후배들의 말을 귀 기울여 듣고, 그들의 얘기가 조직이나 팀에 적절히 반영될 수 있도록 도우며, 힘들어할 때 잠시 기대어 쉬어갈 수 있는 그늘 같은 선배가 되기를 스스로 바랐다.


  바람은 현실이 되었다. 많은 후배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었기 때문이다. 상사나 동료와의 갈등, 연애, 이직, 업무 수행의 어려움 등 여러 고민들이 나의 마음으로 다가왔고, 나는 그들의 입장에서, 나의 능력 안에서 덜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고민하는 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나는 때때로 주저했다. 내 말이 후배에게 어떻게 들릴지, 도움이 될지 확신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지한 눈빛으로 한 명, 한 명을 위해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그들을 위한 내 마음을 표현하기는 어려웠다. 그럴 때마다 나는 책상에 앉아 편지를 썼다. 섣부른 판단일까 봐, 어쭙잖은 조언일까 봐 고민하며 담아두었던 말들을 한 글자씩 힘 있게 적었다. 전하지 못했던 말만큼이나, 부치지 못한 편지 또한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써나갔다. 내 마음을 오롯이 전할 수 있는 방법은 편지가 유일했기 때문이다. 


  글의 대부분을 누군가를 떠올리며 쓴다. 그 누군가는 나일 때도, 타인일 때도 있다. 편지를 쓰듯 진실하게 써 내려가는 글에는 한 사람에게 고스란히 전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얼마 전, 관계로 고민하는 친구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자신의 불편한 감정을 표현하는 걸 어려워하였다. 마음이 내키지 않을 때에도 인내하며 지내는 친구의 답답함이 나의 눈가에 차올랐다. 하고 싶었으나, 꺼내고 싶었으나, 이내 말하지 못했던 내 이야기들을 조심스레 적어본다.


Image by Free-Photos from Pixabay


  나는 네가 당연히 힘들 거라고 생각해. 그 이유는 하고 싶은 말을 꺼낸 이후에 마주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염려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나도 마찬가지였을 것 같아. 무척 어려워하거든. 그래서 더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표현하지 못해 힘들고, 불편하고, 어려웠던 너의 마음을. 


  이겨내려고 애쓰지 않았으면 해. 그건 그 사람의 문제이지, 너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으니까. 물론, 관계는 둘 사이에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스스로를 곱씹어볼 만한 부분은 분명 있을 거야. 하지만 적어도 너 스스로에게만큼은 너무 객관적이지 않았으면 좋겠어. 우리가 다른 사람들에게 관대하듯 말이야. 


  한 번씩 가슴에 손을 얹고, 빠르게 뛰는 너의 호흡을 느끼며, '내가 지금 많이 힘들구나'라는 걸 느껴보았으면 해. 그 어떤 조언보다 위로가 될 수 있을 거야. 가수 이소라의 <track9>의 한 구절처럼 우리는 짓지도 않은 이름으로 사람들에게 불리지만, 나는 우리가 지어진 이름보다 더 자유로운 존재라고 생각해. 어쩌면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바람이고, 구름이고, 볕이고, 달이지 않았을까. 


  그 사람에게서 네가 기대하는 건 무엇일까. 바라는 건 무엇일까. 나는 거기까지 듣지 못했기 때문에 잘은 모르지만, 너는 스스로 그 답을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해. 나는 그 답이 이루어지기를 믿고, 기다리고, 응원하고 싶어. 내가 바라는 건 그것뿐이야. 너에게 바란다는 게 조금은 이상한 표현 같지만.  


  마음 가는 대로 해도 괜찮을 거야. 네 마음이 이끄는 대로 따라도 괜찮을 거야. 나는 너를 믿으니까. 또한, 너를 알고 지내는 많은 사람들이 너를 믿을 테니까. 너의 말이나 행동이 아니라 너 자체를. 그렇기에 나는 네가 스스로를 더 많이 알아주고, 느끼며, 지금보다 한 뼘 더 편안하게 살아갔으면 해. 


  나는 너의 웃는 얼굴을 매일 보고 싶어. 어려운 일이긴 하겠지만, 너의 행복을 위해 나 또한 노력할게. 우리가 자주 가는 카페의 원두커피 향처럼, 은은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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