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 달의 거리

사랑은 해와 달의 거리 처럼

by 두근거림

툭-하고, 발끝에 걸린 돌멩이가 상념에서 나를 깨웠다. 얼마나 오랜 시간을 내면에 갇혀 외쳤을까. 외마디조차 흘려보낼 자신 없는 난 ‘외롭다’를 입 속에 머금은 채 걷고 또 걸었다. 어제와 오늘의 경계는 허물어졌고, 빛날 것 같던 내일의 일들은 기약 없는 약속이 되어버렸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줄곧 함께 걸었던 길에 돌아와 물어본들, 대답 없는 넌 여전히 웃고 있을 뿐이다. 하늘에 투영되는 너의 모습은 잔잔한 구름과 닮아 조금씩, 조금씩 멀어지고 있지만. 그 마저도 감사하게 느껴지는 건 사랑하기 때문이다. 여전히. 너를.


하지만 이제 우리는 해와 달 같은 사이가 되어버렸다. 우주에서 태어난 해 그리고 달은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거리를 30만 번 이상 가야 만날 수 있다고 한다. 그만큼, 지구라는 교집합 속에서 서로를 나눌 수 있는 것을 ‘인연’이란 말 대신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우린 그렇게 받아들였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 속 ‘너’이고, 또 ‘나’였으니 말이다.


변하지 않을 것만 같았던 우리의 공유 영역에 사소한 바람이 불어왔다. 그 바람을 예상치 못했던 우리는 민낯으로서 얼굴을 붉힐 수밖에 없었다. 차츰 잦아들던 각 자의 이야기는 어느새 격양되기 시작했고, 인자한 너의 표정이 사라진 자리에선 그 무엇도 찾아볼 수 없었다. 시련이 닥쳐와도, 비록 그것이 세상을 뒤흔드는 태풍이라 할지라도 깨어지지 않을 거라 믿었던 우리의 사랑. 달 밝은 밤 널브러진 기억들을 되짚어보니, 이는 안개에 갇힌 나만의 착각이었다.


멀리서 바라 본 너는 이토록 아름답다. 무엇이 나로 하여금 너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켰을까. 그 원인을 찾아보기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별들이 반짝이고 있다. 언젠가 들은 적이 있다. 공기오염이 심한 서울의 밤하늘에서는 달을 제외하면 몇몇의 인공위성만 보일 거라고. 그렇다면, 그 말이 맞다면 나의 두 눈에서 하얗게 번지며 닿을 듯 말 듯 촉촉하게 빛나는 저 것들은 무엇일까.


선한데, 너의 습관들이 선한데 자질구레한 버릇 인양 잊어야 하고. 선명한데, 너와의 추억이 선명한데 가슴 한편이 저리는 것 이외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아침이 밝아오자, 해는 떠오르고 달은 사라졌다. 그 모습에 애써 다가가는 나를 밀어내던 네가 생각났다. 어쩌면 애초에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꿈꿨는지도 모른다. 같음으로써 서로가 지닌 공백을 메우기엔 벅찼으니까. 그럼에도 여전히 너를 사랑하는 건 까마득한 나의 밤을 환하게 비춰주던 유일한 존재가 너였기에. 너였으니까. 너이니까.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돋아나는 달 너일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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