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기점과 종점 그 어디쯤에 있지?
40년 전 9월 그때가 시작이었다.
첫눈에 반한다는 말이 있다.
내게는 없을 것 같았던 그 말은 이미 사실이었다.
천둥 치는 운명처럼 우리는 만났다는 어느 노랫말이 있지 않던가.
그랬다.
그의 부드러운 미소와 태도가
분위기를 압도했다.
가슴 두근거리는 만남은 그날이 처음이었다.
천둥이 무섭지 않았다.
사실 소개를 해준 선배의 여러 차례 권유가 있었지만 그때마다 거절을 했던 상황이었다
이번엔 도저히 거절할 수가 없었다.
만나는 날 친구들과의 저녁 약속이 있었기에 잠깐 만나고 갈 요량이었다.
양해가 안된다면 어쩔 수 없다는 일방적인 실례를 감수하기로 했었던 것이다.
이런 일이 운명이라는 것일까?
짧은 대화를 뒤로하고
점심으로 순두부찌개를 먹으러 가자고 내가 먼저 말을 했다.
평소라면 고춧가루 듬뿍 들어간 국물에 자칫 옷에 튈 수도 있고 땀이라도 나게 되면 얼마나 신경이 쓰일지 알고 있었다.
그러면 또 어떤가.
그런 모습에도 기꺼이 좋게 봐준다면 좋겠지만 또 그렇지 않다면 어떤가.
흔쾌히 서로 의견이 맞아-지금도 그때 첫 식사에 대한 소감은 확인하지 못했다- 이른 저녁을 먹고 다음 약속 후 헤어졌다.
친구들과 만나 나의 소개남 이야기를 하니 모두 의아해했다.
"첫 만남에 그런 걸 먹었다고?"
그랬다.
아무렴 어떤가.
매번 만날 때마다 신기하고 새로운 기분은 계속되었다.
사계절을 만났다.
계절마다 내 감정은 그때마다 새로웠다.
새롭게 시작된 이른 봄
첫눈에 반한 그 남자는 나에게로 와주었다.
남자와 여자에서 아들을 낳은 우린 부모가 되었다.
기적이나 다름없는 시간들이 흘러 기점에서 종점을 향해가고 있다.
지금 이미 둘은 흰 머리카락을 가졌고
몇 가지의 이러저러한 약들을 먹을 만큼 조금씩 노화되어가고 있다.
최근 누적된 갈등으로 인해 다소 길게 냉전이 이어지고 있다.
지금이 아니라도 언젠가는 닥칠 위기에 담담하고도 치열하게 지내고 있다.
조금 더디게 가도 괜찮아.
잘못된 길로 들어섰다는 걸 지금이라도 안 것만으로 다행이지 않은가.
몰랐다면 마냥 헤매고 있었을 것이고 끝내 도착하지 못해 주저앉을지도 모르니까.
기점에서 함께 출발하였으니
종점까지 같이 가야지.
완전함을 향한 길이 맞다고 신뢰하기로한다.
가끔 궁금할 것이다.
어디쯤에 있을까?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
그때 그 순간
내가 그를 운명의 사람이라고 여겼던 것,
지금까지 여정이 기적이다.
아침에 일어나 마주하게 되는
우리의 첫발 딛는 소리가 평안하다면 좋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으니까.
한참을 지나 안 사실이지만
첫 만남을 가진 그날의 이야기이다.
시누이들이
내게 전해준
이야기는 이러했다.
"눈이 시리도록 피부가 희고 뽀얀 예쁜 여자를 만났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