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집: Rest In Peace
26. Who Shot Ya?
1994년 말, 투팍은 곡에 대한 정산을 받기 위해 뉴욕의 한 스튜디오를 찾았다. 엘리베이터에 타려는 순간 총을 든 강도 셋이 투팍 일행을 덮쳤다. 강도는 일행에게서 금품을 빼앗으려고 했는데, 투팍은 이에 쉽게 응해주지 않았다. 결국 그는 여러 차례 총에 맞고 피투성이가 된 채 스튜디오에 도착했다. 생명에 지장은 없었지만, 총알이 머리를 스치는 등 투팍에게 트라우마를 남기기에는 충분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 트라우마가 누구를 향하게 됐는지다. 얄궂게도 스튜디오에서 처음 그를 맞이한 얼굴은 바로 비기였다.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투팍이 찾은 스튜디오에는 비기와 함께 그의 레이블 'Bad Boy Records(배드 보이 레코즈)1)'가 작업을 하고 있었다. 투팍과 비기는 본래 친한 동료 사이였기 때문에, 창 밖으로 투팍을 확인한 배드 보이 인원 중 하나가 투팍을 맞이하려 1층으로 내려갔고, 거기서 총에 맞은 투팍을 발견하고는 그를 부축해 스튜디오로 데려 온 것이다. 하지만 당시는 동서부 간 갈등이 점차 심해지던 시기, 배드 보이를 비롯한 이스트 코스트가 무언가 일을 꾸몄다는 소문이 돌아도 이상할 것은 없었다.
소문이 점차 무성해질수록, 투팍은 더욱 확신을 가졌다. 특히나 총에 맞은 당시는 그가 연루된 성폭행 사건의 재판이 코앞으로 다가온 시기였다. 그는 휠체어를 탄 채로 무죄를 주장했지만 형을 선고받고 감옥에 갇혔다. 하루아침에 저항의 아이콘에서 총에 맞은 성폭행범으로 전락한 것이다. 그리고 몇 달 뒤, 비기의 문제작 <Who Shot Ya?>(1995)가 발매되었다.
Didn't I tell you not to fuck with me?
(내가 덤비지 말라고 하지 않았어?)
Look at you now, huh?
(네 꼴을 봐, 응?)
Can't talk with a gun in your mouth, huh?
(입에 총을 물어서 말하기 힘들지, 응?)
Bitch-ass nigga, what?
(개년들, 뭐라고?)
[여섯 발의 총소리]
Who shot ya?
(누가 널 쐈지?)
곡 중간에 삽입된 내레이션이다. 비기는 누군가의 입에 총구를 물린 채 여러 발을 쏜 후 누가 총을 쐈는지를 되묻는다. 게다가 '덤비지 말라고 하지 않았냐'거나 '네 꼴을 봐라'는 말은 동서부의 갈등이나 투팍의 상황과 너무 잘 맞아떨어졌다.2) 투팍은 감옥에서 이 곡을 들으며 생각을 굳히게 됐다. 동부와 배드 보이, 그리고 비기를 무너뜨리는 것이 자신에게 남은 사명이라고 말이다.
1) Bad Boy Records(배드 보이 레코즈): 비기는 본래 'Uptown Records(업타운 레코즈)'에 소속돼 있던 'Puff Daddy(퍼프 대디)'의 눈에 띄어 데뷔를 앞두고 있었으나, 퍼프 대디가 회사에서 쫓겨나면서 불발되었다. 후에 퍼프 대디와 손을 잡고 직접 '배드 보이 레코즈'를 설립했고, 이곳은 동부를 대표하는 레이블로 성장하게 된다.
2) 투팍뿐만 아니라 다수의 서부 뮤지션들 역시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배드 보이를 비롯한 동부 뮤지션들은 이를 철저히 부정했다. 이 곡이, 투팍이 총에 맞기 세 달 전에 만들어진 곡이었기 때문이다. 발표된 시기가 불미스러운 것은 맞으나 곡 자체가 그렇지는 않다는 주장. 실제로 곡의 제목과 내레이션 부분을 제외하면 투팍을 연상시킬 만한 내용은 없다. 하지만 동서부의 관계는 이미 진실보단 명분이 중요한 단계에까지 와있었다. 그만큼 투팍과 비기는 그들에게 상징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