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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패딩턴 Sep 20. 2020

닥치고 스쿼트 2화

근육이 답이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다 보니 다이어트 따위는 세상 먼 얘기였다. 육아와 일을 병행하니 몸이 고달프고 힘들었다. 하루의 일과가 끝나고 남편과 자주 야식을 시켜먹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배달 전단지는 우체통에 수북이 쌓여가 우리를 유혹했다. 배달 경쟁에 나의 건강이 볼모가 되어가는 줄 몰랐다. 전화 한 통에 원하는 맛을 대령해주니 거기게 길들여져 다시 통통녀의 길을 가고 있었다. 피곤한 하루의 삶에 야식이 주는 매력은 정말 무한대며 사랑이었다. 그러다 보니, 불행하게도 나의 옷 치수는 서서히 올라가고 있었다.  미용실에서  머리를  하다가 잡지에 커다랗게 나온 몸짱 아줌마를 보았다. 순간 내 시선은 긴장했고 부러움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러다 거울에 비친 나의 모습은 살찐 아.줌.마.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그 몸짱 아줌마의 비포 아프터 사진은 완벽한 대조를 이루며 성공한 다이어터의 모습으로 뽐내고 있었다. 그중에서 나의 눈에 한 번에 들어온 것은 몸짱 아줌마의 허벅지였다. 내가 본 예쁜 모델이나 연예인의 날씬한 종이인형 허벅지와는 완전히 다른, 탄탄한 여성의 허벅지였다. 누군가의 다리가 그렇게 멋져 보인 것은 처음이었다. 나는 결심했다. 내 힘없고 통통한 허벅지 인생을 바꿔놓으리라고.


집으로 와서 낮에 받은 신선한 충격에 허우적거리며, 이번 다이어트는 정신 바짝 차리고 운동도 열심히 하리라 마음먹었다. 일단 에어로빅을 해보기로 했다. 의지 약한 내가 하기에 칼로리 소모 많은 에어로빅이 딱이라 생각했다. 그것도 몇주를 했나, 운동 후 동네 아줌마들은 엄청난 수다를 다름 아닌 치맥을 먹으면서 푸는 거였다. 또 다른 유혹이었다. 며칠을 그들과 함께 하다가 나는 에어로빅을 그만두었다. 그 후 수영, 요가, 헬스클럽 등등 안 해본 게 없었고 중요한 건 3개월을 넘긴 게 없다는 거였다. 다이어트 친구도 없는 외로운 나만의 싸움은 점점 지쳐가고 있었다.


이런 나를 지켜보던 남편은 “ 운동을 너무 거창하게 시작하지 말고, 그냥 집에서 스쿼트나 해봐.”라고 말했다. “스쿼트? 그게 뭔데?” 별 관심 없게 물어봤다. 남편은 자신이 해본 몇 안 되는 진짜배기 운동이라고 소개하며, 앉았다 일어났다 자세를 하며 하루에 50개만 매일 해보라고 했다. 나름 큰 근육을 써서 땀도 나고 무엇보다 다리와 엉덩이의 살이 예쁘게 빠질 수 있는 운동이라고 얘기했다. 뭐 다리? 다리가 근육이 생기고 멋있어진다는 말에 솔깃했다. 더욱이 지루한 홈트의 기본인 줄넘기나 윗몸일으키기가 아니니 말이다.


처음엔 하루에 50개 정도를 땀을 내고 하다 보면, 다음날 다리가 너무 아프고 후들후들 거려서 그 다음 날을 쉬어야 했다. 그래도 그 통증을 나름 즐겼다. 안 쓴 근육을 썼고, 운동이 되고 있다는 게 기뻤다. 그리고 또 스쿼트를 했다.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귀찮게 가방을 챙겨나가야 하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안 할 이유가 없었다. 몸짱 아줌마 허벅지를 생각하면서 그 반이라도 되고 싶다는 야무진 생각이었다. 그냥 아무 데서나 앉았다 일어났다, 중력의 힘으로만 하면 되는 이 운동을 나는 꽤 오랫동안 해 나갔다. 3개월을 훨씬 지나서 거의 습관이 되었다고 느낄 때쯤은 나에게 스쿼트 할 시간과 공간은 더 이상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운동하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말이다.


나는 엄마랑 통화를 하면서도, 커피물을 끓이면서도, 하물며 양치질을 하면서도 스쿼트를 했다. 이렇게 몸에 익숙하게 스쿼트를 하다 보니 신기한 것은 다리가 조금씩 토닝이 되어가고 있었다. 몇 달 전만 해도 그냥 살찐 다리였었는데 이젠 나름 라인이 있고 근육이 살짝살짝 보이는 힘 있는 건강한 다리가 되어가는 것에 너무 흥분됐다. 처음 50개를 할 때는 너무 힘들었는데 어느 힘든 지점을 지나면, 다리에 힘이 들어가고 탄력이 붙어서 100개까지 거뜬히 채울 수 있는 힘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와이드 스쿼트, 좁은 스쿼트, 점프 스쿼트 등등 변형 운동들을 찾아갔고 운동에 재미가 붙으니깐, 다른 운동도 해볼 만한 여유까지도 생겼다. 그 덕에 여기저기 근육 부자이다. 그리고 가장 말하고 싶은 건 지금 나는 꽤 괜찮은 단단한 허벅지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남편은 말벅지냐고 가끔 놀리기도 하니깐 말이다.


난 스쿼트 예찬론자이다. 돈도 안 들이고 집에서 스쿼트 하나로 가장 큰 근육을 허벅지에 만들고 남은 인생이 건강하다면 , 나는 행복하다. 예전 그 시절 사이즈 25와는 더 이상 친하고 싶지 않다. 탄탄한 내 허벅지를 볼 때마다 예전의 배고픔으로 무장되어 말라깽이를 지향했던 20살의 나와 전혀 바꾸고 싶지 않다. 이젠 근육이 답인 것이다.


가끔 예전의 게으름이 슬금슬금 삐져나올 때 나도 모르게 나한테 외친다. 닥치고 스쿼트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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