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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패딩턴 Oct 03. 2020

아보카도 홀릭

과카몰리

아보카도는 그다지 싸지 않은 과일이다. 적어도 3불 정도 가까이 줘야 주먹만 한 거 하나를 살 수 있다. 게다가 아보카도를 고르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오돌토돌한 겉을 예민한 촉을 세워 손으로 살짝 눌러보아 아주 적당하게 말랑거림을 감지해야 그날의 아보카도 고르기는 성공한 것이다. 딱딱하니 무슨 돌 같은 느낌의 덜 익은 건 완전히 사절이다. 성격 급한 나한테는 아보카도 익는 걸 지켜보는 게 아주 힘들다. 게다가 웬만해선 잘 익어주지도 않는다. 처음에 심사숙고해서 잘 골라놔야 어떻게 먹든 정확한 타이밍에 잘라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혹시나 딱딱한 아보카도를  아주 싸게 샀을 경우에는 쌀통에 넣어두자! 그러면 생각보다 좀 빨리 익어서 먹을 수 있다고 하는데 나는 아직 시도는 해 보지 않았다. 왜냐하면 아보카도를 집에 두고 오래 놔두질 않는 아보카도 홀릭이기 때문이다.


사과 사듯이 귤 사듯이 한 번에 많이 사 오진 않지만, 아보카도를 사 오는 날에는 어떻게 먹을지 생각해보는 게 좋다. 아니면 댕글댕글 이리저리 굴러다니다 아차 하는 순간이 오게 되면 그때는 늦기 때문이다. 보통 샌드위치에 살짝 슬라이스 해서 넣거나 아니면, 샐러드에 툭툭 잘라 넣으면 여러 야채들과 어우러져 먹으면서도 배가 부르다. 단백질과 비타민도 다 갖고 있는 아보카도. 그래서인지 아보카도가 들어가면 포만감을 느끼게 해 주기 때문에 출출함을 때우는 끼니로도 적당하다.


아보카도를 좋아하는 나를 보며 한 친구는 아프리카에 있는 자기 집 앞은 다 아보카도 나무라고 했다. 그냥 지나가다 솔방울 줍듯 주워서 가져가고 그냥 먹는다고 했다. 당연히 나에겐 부러울 따름이다. 강렬한 태양 아래 넘실대는 에메랄드빛 바다 그리고 아보카도. 그걸 원 없이 먹고 있는 나! 뭔가 그림이 그려지면서 상상만 해도 기쁘다. 지금은 아보카도가 남미 쪽이 더 유명하지만, 아프리카 아보카도는 토양이 좋아서 워낙 맛있다고 하는데 우리는 언제쯤 아프리카 아보카도를 만나볼 수 있을까?


다행히도 내가 아보카도를 사시사철 먹을 수 있는 것 참 행복한 일이다. 특별히 계절을 타지 않으니, 슈퍼를 다닐 때 한두 개씩 꼭 사다가 두면 활용도가 참 좋은 과일이다. 점심 챙겨 나갈 때도 아보카도 하나 넣어가면 반으로 뚝 잘라 숟가락으로 퍼 먹으면 세상 부러울 게 없다. 비록 단맛을 가지지 않았지만, 나에게는 세상 맛있는 과일이니깐 말이다.


얼마 전 멕시칸 식당에서 먹었던 과카몰리를 잊지 못해서 아보카도만 보면 양파와 토마토를 찾는다. 으깬 아보카도에 아삭한 다진 양파랑 시원한 토마토가 어우러져 신선한 맛을 낸다. 집에 거의 있음 직한 재료에 아보카도만 추가하면 이렇게 고급스럽고 재미난 맛을 만들어주니 장을 볼 때는 고민하지 말고 아보카도 하나는 장바구니에 담아보는 것도 좋은 생각이다. 조금 더 크런치한 맛을 원하면 적양파도 좋다. 라임이 준비되지 않았다면 레몬도 괜찮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고수는 꼭 넣어 주는 게 좋다. 과카몰리의 마지막 향이 오래 남는 건 고수가 하는 것이다. 고수를 태어날 때부터 싫어했다면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과카몰리에 한 번은 넣어먹어 보라고 얘기하고 싶다.  부드럽고 고소한 향이 기억되어서 다시 아보카도를 찾는다면 당신은 아보카도 홀릭인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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