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트 3국 여행기ㅡ산다는 건, 어느 플루티스트의 깊은 호흡을 찾아서 [
[5장] 계획을 가르는 트라카이의 바람 – 예상치 못한 축제의 날
5장
리투아니아 <계획을 가르는 트라카이의 바람 – 예상치 못한 축제의 날>
첫 번째 여행지인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의 사일째, 버스로 30분이면 간다는 트라카이성을 가기로 했다.
트라니까는 리투아니아의 옛 수도로, 다양한 민족이 공존해 온 흔적이 곳곳에 묻어 있다.
위치는 빌뉴스에서 서쪽으로 약 30km 떨어진 트라카이(Trakai) 호수 지역에 있다.
역사적 배경은 14세기 리투아니아 대공국 시절 건축 시작, 방어 요새이자 공국의 정치 중심지로 사용되었다. 그곳의 의미는 리투아니아의 중세 영광을 상징하는 유적, 현재는 대표적인 관광지이다.
그러니 충분히 갈만한 곳이 아닐 수 없었다.
빌뉴스의 공기가 맑다면, 트라카이 바람은 유리처럼 투명하다.
버스를 두 번이나 갈아타고, 트라카이 성이 그려진 그 상징적인 관광버스를 탔을 때부터 이미 여정은 낯설고 흥미로운 이야기로 쓰이기 시작했다.
수도보다 더 청명해진 하늘과 선선한 바람, 그 결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던 사람들—그들은 모두 각자의 시간에서 잠시 이탈해 온 순례자들이었다. 마침 이곳은 축제 기간이었다. 형형색색의 꽃과 현지인들의 환한 얼굴, 낯선 언어 속에서 오히려 더 분명해지는 자유가 있었다. 신기하고도 감사하게 ‘좋은 타이밍’에 도착했다. 그런 걸, 감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아니면 작은 축복?
이곳에서의 축제가 이뤄지는 날은 기나긴 겨울을 마치고 화창한 날씨와 사람들과 세상이 합해서 이루는 흥겨운 잔치타임이기에.
그러나 예고 없이 찾아오는 소나기.만 하루가 안되는 짧은 장면 속 트라카이의 정취는 더욱 짙어졌다. 비를 맞으며 뛰어가며 웃는 사람들,급하게 비를 피해 작은 카페로 들어간 사람들. 난 어떤 쪽이었더라? 아마, 비를 핑계 삼아 그저 더 천천히 걸었을 뿐.
처음 도착해서 길따라 축제기간의 형형색색의 사람들을 바라보며 한참을 걷다 배가 고파 열심히 검색하고 들어간 식당은 아쉽게도 실패였다. 그새 한국 음식이 그리워서 밥을 시켰는데 영 정서에 맞지않았다. 여행에서 늘 성공만 할 수는 없다는 걸 다시금 깨닫는다. 다시 축제의 길을 걷는다. 발레 복장의 말끔히 빗어넘긴 머리를 한 까만 옷에 형광분홍색 장식을 한 소녀들이 지나간다. 한 행사장에서 마이크를 들고 열창을 하는 여인, 말을 알아듣고 싶지만 생소한 라트비아어가 신기하기만하다. 길가엔 흑빵과 민속 악세서리, 치즈들, 소세지와 햄들, 알록달록한 음식들과 술종류까지 민속옷을 입고 길가에 쭈욱 늘어서있다. 그 행렬따라 한참을 걸었다.
드디어 성에 다왔나보다. 넓디넓은 호수에 트라카이성이 보인다.
’트라카이성(Trakai Island Castle)‘이 자리한 ‘갈베 호수(Lake Galvė)’의 면적은 약 3.6 km², 즉 361헥타르 정도이다.
이 성의 특징은 호수 위 작은 섬에 세워진 붉은 벽돌 고딕 양식의 성이다. 때마침 입구에서 티켓을 파는 밝은 눈빛의 소녀가 있다. 반가운 마음에 선뜻 티켓을 샀다. 근데
성 입장권인 줄 알고 샀던 티켓,입구에서 당당히 들어서려던 찰나, 근엄한 직원이 단호한 표정으로 막아선다. “No ticket!”
아니, 그것은 보트 티켓이었다. 그불친절하고 창피한 밥맛 같던 상황, 뒤에 줄 선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보고 때마침 비도 갑자기 쏟아졌다. 얼마나 부끄럽던지. 우린 이 일을 어쩌나하면서 힘빠지게 성 입구에서 터덜거리며 비까지 맞으며 나왔다. 화도 나고 이게 무슨일인가하며 속상한 마음으로 티켓 산 곳까지 와서 이건 무슨 티켓이냐고 물으니 바로 옆 선착장에서 배를 탈 수 있단다. 아하! 배라고? 그 순간 나를 미소 짓게 했다.
이게 바로 ‘예상 밖의 선물’이라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