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현실적이다.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 레이먼드 챈들러

by 고길동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현실적이다.


그러나, 다들 대충 보고 대충 생각한다. 그 마저도 남이 본 것, 남이 생각한 것을 가져온다. TV속 이야기, 패널의 이야기, 유뷰트 이야기, SNS 이야기를 전달하면서도 자신이 생각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현실에 있지만 현실을 살고 있지 않다. 딜리트delete를 누르면 흔적도 없이 지워져버릴 정보파일 처럼 살아간다.


현실을 보고, 스스로 생각해야 한다. 잠깐 멈추어 서서 주위를 둘러보아야 한다. 특히 나부터, 내 주변부터 둘러보아야 한다. 가족의 얼굴과 목소리와 걸어가는 뒷모습을 찬찬히 느껴봐야 한다. 내 시선이 닿는 그 모든 쪽에서 나를 보았을 때 나는 어떤 모습일지 그려봐야 한다. 현실의 나를 현실적으로 보아야 한다.


챈들러는 하드보일드 추리소설가다. 하루키는 그의 문체에 기겁했다고 한다. '기나긴 이별'과 '심플 아트 오브 머더'에서 그의 문체를 보았다. 그는 짧은 문장으로 긴장의 강약을 조절했다. 짧은 사실의 나열로 상황을 화려하게 써냈다. 직유, 은유와 같은 수사는 많지 않았다. 탐정소설인데도 퍼즐을 푼다는 느낌은 없었다.


챈들러 하면 '비열한 거리'로 대표된다.


이 비열한 거리로 한 사내는 걸어가야 한다. 그 자신은 비열하지도 않고 ,타락하지도 않으며, 두려움도 없는 채로

But down these mean streets a man must go who is not himself mean, who is neither tarnished nor afraid.

<simple art of murder>


비열한 거리를 가야만 하는 우리는, 비열해지기 쉽고, 더러워지기 쉽고, 두려움 속에 걷게 될 것이다.

비열한 세상에 타협하지 않고 현실의 나로 살아가려는 결단은, 얼마나 가슴벅차고, 애틋하고, 슬픈 일인가.


mean-streets-journal-page-2.png


https://blog.naver.com/pyowa/222697048499




keyword
작가의 이전글피어나는 꽃이 더 애틋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