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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 면회는 처음이다. 영월교도소로 네비를 찍으니 면회시간 1시간 전 도착이다.
대학선배님인데, 어쩌다 그렇게 되었다. 시류가 어쩌다 그렇게 되었었다. 지금의 자신을 상상이나 하셨을 것인가. 그 자책과 좌절감은 쌓이고 쌓이다 막막해졌을 것이다. 내가 어찌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일찍 나서서 그런지 졸음휴게소에서 한 참을 잤다. 잠은 뇌주름을 느슨하게 해 뇌의 찌꺼기가 씼겨진다고 한다. 나이가 들어선지, 찌꺼기가 많아져선지 언제부턴가 졸음휴게소에 잠이 들면 한 참을 자게 된다.
강원도로 들어서니 산이 첩첩으로 나타난다. 군에서 보초 설 때가 생각났다. 2시간 보초를 서는데 산은 첩첩으로 있었고, 아무런 할 것이 없었다. 시간이 나를 갉아먹고 있었다. 그땐 신문을 보는 것도, 책을 보는 것도 내 짬밥엔 불가능했다. 왜 이런 곳에서 이렇게 지내고 있을까 생각해봤지만 뭐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내가 잘하는 것들이 여기에선 아무런 소용없었다. 보초를 서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했지만 금새 흩어져 사라졌다.
어느 날부터 보초를 나가기 전에 사색 주제를 정했다. ‘삶’, ‘자연스러움’, ‘늙음’ 이런 막연한 주제를 정하고 2시간 동안 생각했다. 그나마 뭔가 생각이 발전하는 느낌이었고, 글로 적으니 조금은 그럴싸했다. 그런데도 신문, 책을 보지 못하니 나에게 자극 같은 건 없었다. 자극이 없으니 사색은 발전하는 듯 싶다가도 종국엔 제자리에서 맴맴거렸다. 어느 날부터 내가 잘하는 것을 생각하기보다, 여기서 소용있는 것들을 잘하자고 마음을 바꾸었다. 그렇게 26개월의 군생활을 마쳤다.
딴 생각에 빠져선지 IC를 놓쳤다. 네비의 도착예정시간은 40분이 늘어나있었다. 졸음 휴게소에서 30분을 자버렸고, 네비가 40분이 늘어났으니 교도소 면회시간에 늦을 수도 있었다. 마음은 급해졌지만, 네비는 오히려 구불구불한 강원의 지방도로로 안내해주었다. 그렇게 영월교도소 민원봉사실에 도착하니 면회객입장은 이미 끝난 후 였다.
10분 정도 있으니 같이 면회하기로 했던 후배를 만났다. 선배님 건강, 생활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봤다. 밝고 자신있는 선배님이었다. 이제 형기가 많이 남지는 않으셨으니, 해외파견근무 마치고 돌아오신 것처럼 밝고 자신있는 모습으로 뵐 수 있을 것이다.
오랜만에 편지를 써봐야겠다. 책도 한 권 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