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는 직업'인도 가끔은 낭만적이 된다.

by 고길동

https://blog.naver.com/pyowa/222800256379


오랜만에 버스를 탔다. 김동률 이소라의 '사랑한다 말해도'를 들었다.


왠지 2022년같지 않았다. 지금이 그저 2000년 언제쯤 된 건 아닌가. 나는 다시 서른이 막 된 듯했다. 다시 그때로 돌아갈 순 없을테니, 내 소설 속 그때로 돌아가면 어떻게 이야기가 흘러갈까 궁금해졌다. 소설이니 지금 내 삶과 달리 흘러갈 수 있을까. 아니면 결국 내가 지나온 길을 거쳐 오게될까.


먼 훗날 내 직업이 뭐냐고 누가 물어보면 뭐라고 말할까로 생각이 번졌다. 마음산책에는 '직업'시리즈가 있다.


읽는 직업

쓰고 달콤한 직업

한눈파는 직업

나를 찾아가는 직업

혼자여서 좋은 직업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


음. 그렇다면 내 직업은 뭘까.

20년이 훌쩍 넘은 내 직업은 '묻는 직업'이다.


내게 주어진 대부분의 일은 누구에겐가 물어보고, 물어본 것을 문서로 만드는 일이었다. 법정에서, 조사실에서, 징계위원회에서, 감사장에서 나는 묻는다. 상대는 모든 것을 말하려 하지만, 나는 군더더기 사연에 쉽게 실증을 느꼈고, 쉽게 피로했다. 해석이나 협상방향을 의뢰하는 사람은 내게 무언가 물어보지만, 나는 그 답을 쓰기 위해 물어보는 사람에게 훨씬 더 많은 것을 물어봤다. 물어보는 사람은 이내 수세가 되었고, 나는 공세의 기세를 놓치지 않았다. 묻는 자에게 기세란 모든 것이다.


오늘도 나는 사무실에 찾아온 사람에게 편하게 인사하고 말문을 튼다. 이야기에 빈틈이 보이면 치고 들어가 묻는다. 기세를 놓치지 않고 질문을 이어간다. 공세적이다가도 마무리가 다가오면 태세를 전환하여 미소와 친절로 끝을 맺는다.


목받이가 없는 버스는 정말 오랜만에 타봤다. 목이 흔들거리며 공유와 전도연의 뮤직비디오를 봤다.


나를 사랑한다 말해도 금세 침묵으로 흩어지고 네 눈을 바라볼 수 없어

너를 사랑한다 말하던 그 뜨거웠던 마음이 그리워져 그 설렘이 그 떨림이

어쩌다 이렇게

('사랑한다 말해도' 중 일부, 김동률/이소라)


헤어짐이란, 변하는 사랑이란, 언제나 그렇듯

'어쩌다 이렇게' 일어난다.


묻는 직업인도 가끔은 낭만적이 된다.


https://youtu.be/WN9i0nAk3j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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