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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길동 Aug 14. 2022

그때로 돌아갈 수 있는 간단한 방법

(사랑에는 사랑이 없다. 김소연)(3/3)

https://blog.naver.com/pyowa/222848381143


사랑의 순간을 돌아보면 몰입했던 때였다. 상대는 세상의 모든 것이었다. 엄밀히 말하면 대상 외에는 보이지 않았다. 영원할 것 같았고, 영원하지 않을까 불안해했다. 모두 살얼음 같이 깨지기 쉽고, 언제인지 모르게 녹아버리는 것인 줄 그때는 몰랐다.


연인과 산책은 둘의 공간을 만들어낸다. 둘만의 공간은 아니지만, 둘은 주인공이다. 드넓은 공원도, 시끄러운 도로도 둘의 배경으로 만들어버린다. 시끄러울수록 서로에게 집중하고, 복잡할수록 가깝게 걷는다. 어쩌다 서로의 눈빛을 마주치고, 팔이 스치기도 한다. 스치는 그 순간마저 예민하게 감각한다. 둘만의 공간이 여기와 저기에서 설레임이 된다.


어느 날 이유없이 헤어져, 각자의 기억으로 사랑은 각색된다. 진실따윈 찾지 말자. 각색된 사랑으로 충분하다. 몰입이 끝났으니 이제 주변이 느껴질 것이다. 외로움이 느껴지겠지만, 그것은 쓸쓸함이 아니다. 감각의 예민함이 되살아나는 간질거림이다.


김소연 작가는 공룡을 그리는 아이의 말을 옮겨놓았다. 멸종된 공룡을 왜 그리냐는 질문에 아이는 대답했다.

"공룡은 만날 수가 없어서 그리는 거예요. 그리고 있으면 꼭 만나고 있는 것 같단 말예요."


대학때 나의 가방엔 스케치북이 있었다. 지난 일을 그림으로 그려보는 걸 좋아했다. 아마도 진경산수 같은 걸 흉내내려 했던 것 같다. 아이의 말대로 그때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은 간단하다.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월하정인(신윤복) 兩人心事兩人知  '두 사람 마음은 두 사람만이 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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