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향해 살아본다면

(이토록 평범한 미래, 김연수) 고길동 ・ 9분 전

by 고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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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작가의 단편소설집이다. 첫번째 소설은 '이토록 평범한 미래'다.


시간에 따라 한 번 살고, 지나온 과거를 향해 다시 산다면 어떨까. 결론을 알고 있는 책을 읽는 것처럼, 반전을 알아버린 영화를 보는 것처럼 다시 산다면 어떨까.


누구나 스치듯 시간을 살아가데 된다. 주변을 둘러볼 새도 없이, 허겁지겁 허둥지둥 살아가게 된다. 내 상황이 무엇이었는지, 상대의 눈빛은 어떠했는지 제대로 보지 못한 채 살아간다. 감정은 무뎌지고 덮여 쓰여, 그때의 느낌은 이제 상상되지 않는다.


과거를 향해 하루하루를 살면, 그때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이리라. 나의 젊음, 나의 꿈, 나의 설레임이 보이리라. 그때 내 곁의 사람도 보이리라. 사랑스러운 눈빛, 따뜻한 피부가 느껴지리라. 그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되리라. 과거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내가 돌아볼때에야 정해지는 미지수 같은 것임을 알게 되리라. 과거는 미래같은 것이었음을 알게 되리라. 좌절하고, 슬퍼하는 나에게 괜찮다고 말해주리라. 과거로 돌아간 나는 큰 성공도, 일어날 수 없는 실패도 없다는 사실이 떠오르겠지. '이토록 평범한 미래'가 예정되어 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하겠지.


과거에 도착한 나는 이제 다시 미래를 향해 살아간다. 나의 '평범한 미래'를 향해 살아나간다. 변수가 많을 뿐 이미 정해져 있는 평범한 미래를 향해 살아간다. 두 번째 삶이지만 처음 보는 것, 모르는 것 투성이겠지. 처음 사는 미래이지만, 과거를 역으로 살아보았으니 미래 역시 과거같은 것임을 안다. 그래도 두 번째니까 나의 삶, 내 곁의 사람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끼며 살고 있을 것이다.


내 방을 둘러본다. 10년이 지나면, 서가의 책은 버려지지 못하고 10년만큼 바랜채 그대로 꼽혀 있을 것이다. 나와 아내는 열 살 늙어져 있을 것이고, 아이들은 대학생과 고등학생이 되어 있겠다. 나에게 다가올 평범한 미래를 행복하게 누리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또 10년, 또 10년을 반복하다 어느 날 행복한 마음으로 세상을 떠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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