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낸 순간:시, 김연수)(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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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이 되었지만 아는 게 없었다. 지식은 부족했고, 알아들으려, 알아듣는 척하기 위해 사회과학 책을 읽었다. 가끔 예술관련 책을 읽었다. 도서관 대형 도판보는 걸 좋아했다. 역사도 대형 사진첩으로 보는 게 좋았다.
어느 책에선가 가방에 시집이 하나쯤 있어야 한다고 해서 서점에서 시집을 샀다. 아마 황지우 시인의 책이었던 것 같다. 멋이었으니 읽지는 않고 가지고만 다녔다. 지금도 시집을 읽지는 않는다. 믿을 만한 작가의 추천이 있으면 가끔 사 본다. 아니면 이번 책처럼 믿을 만한 작가가 모아 놓은 시선집을 읽는다. '우리가 보낸 순간'에는 김연수 작가가 고른 시와 김연수의 생각이 있다.
(우리가 보낸 순간:시, 김연수)
지나간 날은 장면으로 기억된다. 형태, 색깔로 떠오른다. 순간의 촉감도 가끔씩은 선명하다. 때론 냄새마저 생생하다. 그때의 장면, 촉감, 냄새는 지금 어딘가에 가라앉아 있다. 지금 있다.
이상하게도, 목소리는 상상되지 않는다. 어린시절 나의 목소리, 서른살의 나의 목소리, 어머니의 목소리, 함께 술마셨던 친구의 목소리, 전화기로 들었던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그려지지 않는다. 사실 지금 나의 목소리도 잘 모르겠다. 얼굴을 가만히 본 적은 있지만, 내 목소리를 가만히 들어본 적은 없으니까. 목소리는 어딘가에 가라앉지 않고 사라져버리는 것일까? 그때뿐인 걸까?
가만히 소리내어 읽어 보았다.
"지나간 날의 목소리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 걸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