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의 뇌과학, 제임스 굿 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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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의 서재와 리디셀렉트를 구독중이다. 올라와 있는 수많은 전자책을 훑어보기 편하고, 오디오북은 차분히 듣기 좋다. 전자책도 전자제품이라 이것저것 써보고 싶은 욕구를 어쩌지 못해 컬렉터가 되었다. 오닉스 포크 3, 크레마, 아이패드, 갤럭시테블릿 이렇게 4가지고 읽다. 이번에 리디북스 프로모션으로 리디페이퍼프로4를 추가로 들였다. 리디페이퍼는 리디북스는 전용기기라는 아쉬움이 있지만, 가볍고, 반응속도도 좋다. 무엇보다 밑줄이 잘 쳐진다.
구입기념으로 뇌과학책을 골랐다. 휙휙 넘겨가며 내키는대로 부분부분 읽었다. 재밌거나 유익하다기 보다는 흥미로웠다. 뇌과학 분야를 조금 더 읽어봐야겠다.
의학과 과학이 무한으로 발달했다는 가정하에 내 몸에서 대체불가능한 것은 무엇인가. 다리, 팔, 간, 심장, 눈이 다른 사람의 것으로 바뀌었어도 나는 여전히 나다. 기계로 대체된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뇌가 다른 사람의 것으로 바뀐다면 내 몸은 더 이상 내가 아니다. 다른 장기는 대체가능하지만, 뇌를 대체불가능하다. 뇌는 나 자체다. 뇌가 대체되었다는 것은 내가 대체 되었다는 뜻이니까.
'생각'은 몸이라는 틀 속에서 살고, 몸을 관리하는 주체다. 몸이 아프고, 늙고, 죽는 건 '생각'이 어쩔 수 없지만, 생각으로 '생각'에 대한 판단을 해서 그런지 몸보다는 '생각'에 우호적이다. 왠지 '생각'은 몸과 별도로 존재할 것만 같다. 젊은 시절엔 생각이 늙는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었다. 개념마저 없었다. 몸이 늙어가도 정신은 마음만 먹으면 꼿꼿이 버틸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중년이 되고보니, 슬프게도 뇌의 퇴행이 느껴진다. 나이가 들수록 머리가 텁텁해지는 순간이 점점 잦아진다. 뇌의 주름 사이에 뭔가 윤활액이 탁해진 느낌이다. 탁해진 윤활액 때문에 뇌가 점점 뻑뻑하게 되면 어느순간 동작이 멈춘다. 퓨즈가 나간 듯 깜빡 잠에 빠진다. 잠깐이라도 낮잠을 자면 윤활액이 조금은 맑아져 뇌가 가동되며 생각이 환해진다.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뇌의 퇴행은 숙명과 같았다. 그러다가도 나이 드신 분들 중에 눈빛, 말과 글에 총기가 있는 분들을 보면 신의 불공평함에 투덜거리기도 했다.
이 책은 노력하면 누구나 맑은 머리를 가질 수 있다고 선언한다. 지금의 맑음을 유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간을 되돌려 맑은 생각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불로초가 진시황을 유혹했듯, '청춘의 맑은 생각'은 엄청난 유혹이자 물지 않을 수 없는 미끼다. 끝까지 읽지 않을 도리가 없다. 책이 말한 '젊은 생각'의 비밀은 조금은 실망스러웠다. '몸이 건강해지면 두뇌고 건강해지니 머리가 맑아질 것이다. 몸이 건강해지려면 잘 먹고, 운동 꾸준히 하고, 잘 자면 된다.' 하나마나 한 말 같긴 하지만, 틀린 말도 아니다.
몸은 하나이고, 하나로 연결된 것만이 몸이다. 몸은 하나이지만, 장기, 근육, 뼈는 각자의 독립된 기능이 있다. 한편, 몸의 각 기능은 기대어 존재하기 때문에 서로에게 종속적이다. 우리 몸의 장기는 독립적이면서도 상호간에 종속적이다. 뇌는 신체의 일부다. 아령을 들면 팔이 튼튼해 지듯이, 뇌를 많이 쓰면 뇌에 힘이 생기고 활기차 진다. 생각이 젊어진다. 뇌는 다른 장기에 영향을 받는다. 심폐가 건강하면 발이 잘 달릴 수 있듯이, 다른 장기가 튼튼하면 뇌도 더 맑은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렇다. 우리는 우리의 뇌를 보살펴 주어야 한다. 명료한 생각을 원한다면 먹여주고, 재워주고, 단련시켜주어야 한다. 읽고, 생각하고, 글을 쓰면서 단련시키고, 집중하고 몰입하는 시간을 늘려나가야 한다. 산책하고 달리면서 장기를 튼튼히 하고, 건강하게 먹고, 필요한 만큼의 자야한다.
오즈의 마법상 이야기가 나온다. 양철 나무꾼은 심장을 얻고자 했고, 겁쟁이 사자는 용기를 원했다. 허수아비 영웅이 원했던 것은 두뇌였다. 누가 가장 소중한 것을 원한 것인가.
양철나무꾼은 용기와 생각은 있었지만, 감정이 없으면 기계와 같은 무의미한 삶이라고 생각했다. 겁쟁이 사자는 감정과 생각은 있었지만, 용기가 없으면 아무것도 도전하지 못하고 반복되는 삶으로 마무리 될 것이라 생각했다. 허수아비 영웅은 용기도 감정도 있었지만, 생각이 없으니 자신은 껍데기 뿐이라고 생각했다.
양철나무꾼도, 겁쟁이 사자는 크나큰 결핍의 상태이긴 하지만 존재한다. 두뇌가 없는 허수아비 영웅은 스스로 생각할 수 없는 껍데기만 움직이고 있어 존재 자체가 의심스러운 상황이 된다.
우리에게 두뇌란, 생각이란 존재의 그 자체다.
(오즈의 마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