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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길동 Jul 04. 2023

돈은 잘하는 것으로, 뿌듯함은 좋아하는 것에서.

https://blog.naver.com/pyowa/223146074694


둘째가 초등학교 2학년이다. 좋아하는 게 종이접기다. 어느 순간부터 난이도가 점점 올라가더니 입체팽이, 공룡, 익룡 이런 건 이제 보지도 않고 접는다. 어제는 한참을 만들더니 총 3자루를 가지고 왔다.  저격수 총, AK74, M16이란다. 유튜브를 보며 만든다. 눈빛만 봐도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는 초집중 상태다.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도 군소리가 없다. 한참을 있다가 총 한 자루를 들고 뿌듯하게 걸어온다. 



"이거 AK74 소총이에요. 잘 만들었죠"

"오~ 엄청나게 잘 만들었네, 구석구석 진짜같어."

아빠한테 인정을 받았으니 만족스런 표정이다. A4 몇 장을 꺼내 다음 총을 만들러 간다.



언제 뿌듯함이 올까. 경험으로 보면 전과정을 내가 판단해서 내가 했을 때였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옷을 만들었을 때 뿌듯함을 느끼지 박음질 한 땀에 뿌듯함을 느끼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아쉽게도 직장은 뿌듯함과는 먼 구조를 가지고 있다. 전과정을 기획하며 일하는 직장은 없으니까. 그만큼 회사에서 뿌듯함을 느끼며 일하긴 어렵다. 그러니 '우리 회사는 자긍심, 뿌듯함을 키워 주지 않아'라고 불만을 갖지 말자. 회사란 원래 그런 데니까.



뿌듯함을 찾아나서자. 모든 과정을 내 판단으로, 내 몸으로 할 수 있는 것을 찾자. 가족, 운동, 여행, 재테크, 읽고 쓰기, 그리기, 음악. 찾아보면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덕업일치는 쉽사리 찾아오는 게 아니다. 돈은 잘하는 것으로 벌고, 뿌듯함은 좋아하는 것에서 찾자. 하루하루 뿌듯함을 느끼며 살자.



등교 준비를 하던 아이는 '아차' 하더니 저격수처럼 종이총의 총열을 분해해 책가방에 넣었다. 친구들이 보면 깜짝 놀랄 거라며 뿌듯한 표정을 학교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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