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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는 편이 우리 편

(감사에서 살아남기)(11)

by 고길동

https://blog.naver.com/pyowa/223110620949



<이기는 편이 우리 편>



공무원들은 정치나 재테크 이야기를 잘 안 한다.



공무원의 상관은 정무직 공무원이니 정치색을 가지고 있고, 집권당은 계속 바뀔테니 정치색을 내비쳐 좋을 건 없다. 정무직 공무원들이 평범한 공무원에게 원하는 건 전문성과 충성심이다.



재테크에 열중인 직원을 좋아하는 직장은 없다. 재테크로 자산을 불렸다는 얘기에는, ‘업무에 소홀했겠네’라든가, ‘승진할 필요도 없겠네’라며 비아냥거리기 십상이다. 공무원인 동안 정치와 재테크에 있어서만큼은 무색무취로 지내야 한다. 회사 다니는 친구들은 정치랑 돈 이야기하지 않으면 무슨 할 이야기가 있느냐고 어이없어한다. 지내다 보면 정치, 재테크 말고도 수다 떨 건 많다. 승진, 보직, 상사 품평, 동료들 뒷이야기, 다른 청에서 일어난 갈등, 민원, 연예인 이야기하면 된다.



영혼 없는 공무원이라고 놀리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지만 공무원이라고 영혼이 없겠는가. 오히려 그 분야에 있어 정무직 공무원보다 훨씬 전문적인 사람들이다. 자신의 생각이 어찌 없겠는가. 선거 공약들을 보면서 훌륭한 정책과 바보 같은 선동이 어찌 구분되지 않겠는가. 그렇지만 정치적으로 중립이어야 한다.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보장되어 있다(헌법 제7조). 헌법 규정은 공무원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공무원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어떤 당이 집권하건 간에 복종하고 충성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정치적, 정무적 판단은 집권당에서 임명한 정무직 공무원의 몫이라는 이야기다. 정무직 공무원이 업무방향을 제시하면 전문성을 살려 충성을 다하라는 이야기다. 공무원은 정권의 변화에 따라 충성의 방향도 달라질 수밖에 없는 숙명을 가지고 산다.



정무직 공무원은 충성심과 실적에 따라 공무원을 평가한다. 자신들의 정치철학에 주저주저하는 공무원과 적극적인 공무원을 평가하면서 자신들의 정치철학을 구현해 나간다. 뭔가 서글프지만, 선출 권력이 관료를 장악하는 방법이다. 공무원은 무엇이 국민의 전체의 이익인지 판단하고 건의하겠지만, 최종 판단권은 선출된 권력인 정무직 공무원의 몫이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이 가장 강조되는 분야는 선거다. 공무원도 투표권이 있고, 정치 성향이 있다. 그렇더라도 공무원 개개인의 성향과 무관하게 선거에서 승리한 권력에 복종해야 한다. 전문성을 살려 충성을 다해야 한다. 싫건 좋건 선출된 권력과 한배를 타야 한다.



선거에서 이기는 편이 우리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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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10화보고 있었는데도 알아채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