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에서 살아남기)(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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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유인력은 세상의 법칙>
존재하는 모든 것은 서로를 끌어당긴다. 만유인력의 법칙은 가볍고 약한 것이 무겁고 강한 쪽으로 떨어진다고 말하지 않았다. 당기는 힘이 다를 뿐 서로가 서로를 당긴다. 나는 만유인력의 법칙이 물체의 법칙을 떠나 세상의 법칙이라고 믿고 있다.
독립된 주체는 모두 자기의 생각과 주장이 있다. 연인도, 부부도 어느 부분에서는 완전한 하나로 합일되지 않는다. 하나가 된다면 종속이고, 완전한 둘이 된다면 파국이다. 두 개체가 서로 존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 서로 공전하는 것이다.
직장에서도 모두 자기의 생각과 주장이 있다. 조직원은 서로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관철시키려하지만 완전한 하나가 될 수는 없다. 만유인력이다. 직장의 위계는 생각과 주장을 평등하게 대우하지 않는다. 직원들은 부서장의 생각과 주장에 서운하기도 하고, 열 받기도 하고, 때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기도 하다. 그렇더라도 직장의 만유인력은 위계에 따라 작동된다. 직장의 만유인력에 만든 서운함과 갈등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다.
이 자연스러운 갈등이 언제 ‘불화’로 비약되어 감사실에 신고로 이어질까. 신고하는 경우 알게 모르게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고, 피신고자와는 크게 척을 질 것이고, 평판에 좋지 않을 수도 있다. 감사절차상 부담 또한 만만한 것이 아니다. 어떠한 경우에 신고의 장애물을 넘어 ‘불화’에 이르게 될까.
첫째는 인사상 불이익이 없는 조직에서 불화로 도약되는 경우가 있다. 승진이나 전보가 없는 조직을 관리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높은 직급이 스스로 권위를 주지 않는다. 직원들에게 미칠 영향이란 그다지 많지 않다. 직원들은 다수이니 모두를 따라다니며 지시할 수도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직원들은 자신들이 주인이라 생각하고 부서장이나 기관장은 왔다 떠나는 손님이라 여긴다. 전임자는 직원들의 편의나 관례를 눈감아 주면서 조직을 끌고 왔을 수 있다. 부서장으로서 그들의 편의와 관례를 인정하지 않으며 갈등이 시작된다. 규정과 원칙에 따라 폐지하거나 바꾸려한다면 직원들은 저항할 것이다. 부서장이 조치들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금을 밟나 밟지 않다 노려보고 있을 것이다. 시간은 자신들 편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다 한 단면을 잘라내 신고할 것이다. 여러 직원이 잘못이나 권위적 행태를 모아 신고한다면 부서장이나 기관장은 난처해질 것이다. 당해내기에 꽤 힘들 것이다.
둘째는 승진이나 전보가 있다 하더라도 사실상 승진이 끝났거나 전보에서의 불이익이 미미한 경우다. 해당 부서에서 승진이나 전보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였으나 승진과 전보에 실패한 경우다. 그 과정에서 부서장에게 서운함이 쌓였을 수 있다. 승진과 전보때문에 참아왔던 부조리와 비인격적 대우가 너무나 억울할 것이다. 억울함이 참을 수 없게 될 때 그는 감사실에 신고한다. 가장 가까이에서 일한 사람이었고, 부서장이 많은 일을 맡겼을 것이다. 직원이 마음먹는다면 신고할 거리는 은근히 많을 수 있다. 이때도 당해 내기 힘들긴 마찬가지다.
셋째는 사람을 바꾸려하는 경우다. '다 니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도움의 강요'로 인해 불화가 시작된다. 부서장은 당연히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부서장은 '조직문화'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사람'을 바꾸려하는 경우가 있다. 많은 불화는 사람을 바꾸려 할 때 시작되었다. 부서장의 압박이 있다 한들 업무태도는 바뀌지 않는다. 부서장은 다 직원들을 위한 '독려'라고 생각하겠지만, 직원들은 독려를 넘어 '압박'이나 ‘적의’로 인식할 것이다. 부서장의 압박에 대해 직원이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으면 신임 부서장은 더 강하게 독려할 것이고, 직원들은 '강한 독려'를 채찍으로 느낄 것이다. 마음속에 ‘적의’가 자랄 것이다. 어느 순간 한계에 달한 직원은 모든 불이익을 감수하고라도 부서장을 신고하게 될 것이다. 신고를 위해 부서장의 행태를 면밀히 관찰하고, 자신의 생각에 동조하는 사람을 모아 연명하여 감사실에 신고할 수도 있겠다. 연명신고는 당해내기 어렵다.
넷째는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혔을 때다. 불화는 순간적으로 점화한다. 직장 상사는 말 그대로 직장에서의 업무적인 상급자일 뿐이다. 직원들이 부서장에게 인생을 배울 필요도 없고, 훈계를 들을 이유도 없다. 여러 명이 있는 자리에서 지적당하거나, 단톡방 같은 여러사람이 볼 수 있는 곳에서 비아냥을 당하는 경우에 큰 상처가 된다. 농담이라도 업무능력, 학벌, 학력, 입직경로, 가족사, 재산 등으로 놀려선 안 된다. 문자, 카카오톡, 페이스북, 댓글 등 문자로 쓴다면 아무리 무난하게 쓰고 괜찮을 정도로 썼다고 하더라도 상처가 된다. 직원은 읽고 또 읽으면서 상처를 되새기기 때문이다. 여럿이 볼 수 있는 곳에 직원을 언급하며 글을 쓸 때는 조심해야 한다. 마음에 깊은 상처가 생기면 자신에 대한 부조리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한 부조리까지 모조리 모아 신고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별들은 서로 돌다가 균형을 잃으면 빨려들어가 충돌하거나 궤도를 이탈해 튀어나간다. 건강한 조직문화란 종속도 아니고 파국도 아닐 것이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하나의 별처럼 공전할 수 있다. 물론 어려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