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에서 살아남기)(17)
<그렇게 느꼈다면, 유감이다.>
피해자가 있는 사건에 보통은 가해자가 있습니다. 피해자와 가해자. 우리의 머릿속에 간명한 사건 흐름이 그려집니다. 가해자는 진정으로 사과하고, 피해자는 용서하고, 죄과에 따라 처벌받습니다. 너무나 간단한 구조인데 이게 쉽지 않습니다.
피해자는 인과관계를 무한히 확장하여 가해자의 범위를 주변으로 넓혀가고, 높은 사람까지 밀고 갑니다.
그런데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은 ‘나까지?’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 그럴까요? 먼저, 가해자가 누구인지 불분명한 경우가 많습니다. 여러 사람이 관련된 사건의 경우 누가 주도적 가해자인지 알기 어렵습니다. 시스템의 문제를 개인책임으로 돌린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니 가해자라고 지목되는 사람은 사건의 전체가 자신의 책임이라는 비난을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가해자는 사건화가 되기전에는 ‘이게 사건이 되겠어?’, ‘나랑은 직접적 관련이 없어’,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 마무리 되겠지’라고 생각합니다. 조사가 시작되면 ‘설마 나까지 처벌대상이 될까?’하고 본인에 대해서는 의심마저 못합니다. 그러니 피해자가 자신을 지목하여 사과하라고 주장하면, 피해자의 생떼처럼 느낍니다.
피해자가 요구하는 ‘진정한 사과’란 무엇인가요. 자신의 잘못을 깊이 인정하고, 의문이 있는 그밖에 사실들에 대해서도 말하라는 것입니다.
가해자는 사건이 어떻게 진행될는지 모르니 ‘진정한 사과’를 하기 어렵습니다. ‘공개적인 자백’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녹음할 수도 있고, 문서로 써달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가해자는 피해자나 제3자가 ‘진정한 사과’를 어떻게 활용할런지 알 수 없습니다. 이렇듯 가해자는 자신의 ‘진정한 사과’가 사건진행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가 두렵습니다. 자신의 사과가 징계, 형사, 민사소송에서 어떻게 활용될는지 짐작조차 안 됩니다. 사건의 속에서 당사자가 되면 더욱더 가늠이 되질 않습니다. 특히, 자신의 ‘진정한 사과’가 동료나 조직에 피해를 줄 수도 있다는 생각에까지 미치면 ‘진정한 사과’는 더욱더 어려워집니다.
그러니 사건 초반, 대부분의 사과는 비슷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