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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길동 Aug 20. 2023

나는 나 자신을 바라보는 관객이기도 하다.

(요양객, 헤르만헤세)

https://blog.naver.com/pyowa/223188408924



헤세가 좌골신경통 때문에 머물렀던 바덴 요양소에서 쓴 글이다. 치료에 집중하고 차분히 사색하다보면 병이 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무기력한 요양객이 삶을 소모하는 모습을 안타까워했다. '나는 그들과 달라'라고 확신했던 헤세도 점점 평범한 요양객이 되어갔다. 헤세는 요양소를 떠나며 좌골신경통은 나이들면 생기는 세치와 같은 것이니 함께 살아가기로 한다.



사람들은 말한다. '삶에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 늙었어도, 못났어도, 못배웠어도, 가난해도 주인공이 될 수 있단다. 주인공이라니. 허름한 내가 주인공이라니 듣기만해도 좋다. 아무런 조건이 없으니 나도 주인공이 될 것만 같다. 내가 내 삶의 주인이니 못 될 것도 없지 않은가. 



살다보면 금새 알게 된다. 누구도 나를 주인공으로 봐주지 않는다. 심지어 나조차도 나를 주인공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나를 주인공으로 봐주는 관객은 지구에 한 명도 없다. 관객없는 주인공이 생기있을 수 있겠는가. 관객없는 주인공은 허겁지겁 사는데도 무기력하다. 삶은 세상을 배경으로 하는 1인 연극이다. 1인 연극인데 관객이 없다면 그것은 시간의 소모일 뿐 연극이라 말하기도 어렵다.



헤세는 말한다.


나는 나 자신을 바라보는 관객이기도 하다. 

나는 높고 밝은 식당 안 나의 외로운 작은 원탁에 앉으면서 동시에 내가 앉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헤세의 '요양객' 중)




나도 가끔씩 나를 내려다 본다. 내 머릿속에서 드론 하나를 띄워 본다. 또 다른 나는 드론을 타고 나를 관람한다. 이 장소에 있는 나는 어떻게 보일지, 나를 빙 둘러보기도 하고, 높이 올라가 내려보기도 한다. 주변 구석구석을 줌인(Zoom-in), 줌아웃(Zoom-out)하며 느껴본다. 천정도 올려보고, 하늘도 바람도 느껴본다. 오늘은 삶에서 어떤 변화를 만들어 낼 것인지, 훗날 어떻게 기억될 것인지 생각해 본다. 그 순간동안만은 내가 삶의 주인공이 된다. 나만이 아는 내 삶의 이야기를 비로소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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