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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길동 Nov 14. 2023

이것들아 너네도 낡아가고 있단다.

(또 못 버린 물건들, 은희경)(1/2)

https://blog.naver.com/pyowa/223264836562


은희경 작가의 책을 읽어본 적이 없다. 한국문단에서 꼽히는 소설가인데도 읽어본 적이 없다. 그런데도 은희경 작가를 생각하면 괜히 친근한 느낌이다. 네이버 프로필에 '출생지 : 전북 고창'이라고 쓰여 있기 때문이다.


다 읽지는 못했지만, '빛의 과거'에도 서울에 유학온 여대생이 시골읍내를 떠올린다. 여지없는 고창읍내의 모습이고, 고창사람들이다. 고창읍내에서 버스로 한 시간을 더 가야하는 바닷가 부락에 살았지만 고창읍내는 우리동네를 대표하는 자랑스런 동네였다. (참고로 부락은 '동네'란 뜻이 아니라 행정단위다. 시-군-읍-면-리-부락. 그래서 부락에는 이장이 없다.)


'못 버린 물건'에 관한 책이다. 젊은 시절 어른들은 왜 그리 물건을 오래가지고 있는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TV를 보면 몇 십년된 주전자, 의자, 탁자 이런게 너무나 많았다. 중년이 되고 보니 그 느낌을 조금은 알겠다. 일단 시간이 빨리간다. 삶에 큰 변화가 없으니 안 쓰는 물건은 안 쓰는 상태 그대로 시간을 통과해온다. 물건을 물건 그대로 있고, 나만 훌쩍 늙어져버린 것이다.


물건들이 나를 볼 땐 나만 훌쩍 훌쩍 늙어가고 있는 것이다. 읽으면서 내가 버리지 못한 물건은 뭐가 있을까 생각했다. 20년도 넘은 쌍안경, 대학시절 샀던 단소, 대금, 대학때 선물받았던 책, CD, 30년도 더 된 정간보, 다시 시작해보겠다고 샀던 클래식기타, 자전거여행을 하겠다고 샀던 자전거 여행가방, 할아버지댁에서 가져온 워낭(소방울). 뒤져보면 이런거 저런거 곳곳에 박혀 있으리라. 그것들은 몇 년에 한 번씩 훌쩍 늙은 나를 보면서 세상은 그대로인데 주인만 늙어간다고 수근수근할 것이다.


다음에 열어보면 한 마디 해줘야겠다.

'이것들아 너네도 낡아가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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