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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길동 Apr 23. 2024

'나'라는 소설의 주인공

(소설과 소설가, 오르한 파묵)(1/2)

https://blog.naver.com/pyowa/223424379803


우연히 책꽂이를 보다가, 10년전 읽었던 오르한 파묵의 책을 꺼냈다. 내용은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10년전 놀라며 읽었고, 오르한 파묵책을 몇 권 주문했었다. 주문한 책은 아무것도 읽지 않았다. 그렇게 잊혀져버렸다. 꺼낸김에 읽은 문장 몇 줄은 10년전 놀라움을 되살려냈고, 밑줄이라도 다시 읽어보자며 책장을 넘겼다.


소설을 왜 읽을까.


우리는 한 번의 삶을 산다. 다른 사람의 삶을 체험할 수 없다. 내 눈에 들어오는 타인의 삶은 빛나고, 보람차다. 일상의 반복이나 무기력을 찾아보기 어렵다. 타인의 삶은 늘 우리를 왜소하고 무기력하게 한다.


소설은 인물의 이야기다. 다행히도 소설속 인물도 소설속 삶을 극복할 수 없다. 전혀 다른 시대, 다른 세상에 살아가는 그들이지만, 그들의 일상이 나와 다르지 않고, 나처럼 주저하고 무기력하다. 소설은 등장인물이 맞닥뜨린 설레임, 욕망, 무기력, 실패를 이야기한다. 나는 마치 두 번째 삶을 살아가는 것처럼 등장인물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그들이 소설속 주인공이라면, 나도 내 삶의 주인공이다.


소설에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전하고 싶은 상황이 있다. 언제 어떻게 나타날지 모르니 주의깊게 읽는다. 이야기속으로 들어가 등장인물의 시선으로 들판을 보고, 주변사람들과 일상을 함께한다. 반복되는 하루와 스치는 배경에 시선을 나누어준다. 소설의 배경에 아름다움이 있듯이, 내 주변에도 매일의 아름다움이 있음을 알게 된다. 내 감정과 생각을 유심히 관찰하게 된다. 


우리는 소설을 읽고서야 삶을 실감할 수 있다. 데이터처럼 지나가는 하루하루가 아닌 삶의 주인공으로 살아간다는 자체를 실감한다. 나도 '나'라는 소설의 주인공임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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