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망의 호쾌함. 그리고 사색

by 고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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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령망금강, 이인문, 1745 /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 98.5×75, 1818


산을 오르다보면 어느순간 조망이 턱하니 나타난다. 누구라도 잠시 걸음을 멈추고 멍하니 조망한다. 구석구석을 훑어본다. 생각지도 못했던 구도와 처음보이는 장소에 시선이 간다.영원할 것만 같은 조망과 스쳐사라질 것 같은 나의 삶이 자연스럽게 대비된다. 그리고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쉰다. '공기 참 맑구나'


나는 그때 이인문의 '단발령망금강'이 떠오른다. 선비는 앞서고 짐꾼은 뒤선다. 나는 그림을 보자마자 탄성이 나왔다. '이야- 대단하다.' 회화적 구도나 기법보다도, 선비의 호쾌함을 단박에 그려내는 솜씨가 놀라웠다. 직접 보는 조망보다도 더 호쾌했다.


'안개 바다위의 방랑자'의 신사도 조망하고 있다. 그도 사색에 잠겨 있다.


누구라도 자연을 조망하면 호쾌해지다가 사색에 빠진다. 조망할 땐 오감으로 해야한다. 그래야 진정으로 사색할 수 있다. 음악과 대화는 오감을 방해한다. 조망을 즐기려면 혼자 산에 오르자. 멀리 내다보면서도 가까운 것을 날 것으로 느낄 수 있다. 발에 느껴지는 돌멩이의 굴곡, 두 발에 달리 실리는 기울어진 몸의 무게, 굵었다 가볍다를 반복하는 바람, 나뭇잎이 비벼지는 소리. 그리고 조망을 가로지르는 새의 동선. 그 속에 있으면 나도 몰래 사색에 빠진다.


두 그림을 보면 내가 선비가 된 듯, 신사가 된 듯 따라 조망하게 된다. 호쾌해지고, 사색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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