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동산, 안톤 체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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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없는 삶을 산다. 아무도 내 얘기를 들어주지 않는다. 누군가의 얘기를 들어준 기억도 멀기만 하다. 앞으로도 대화는 일어날 일이 없다.
이미 만들어진 인간인데 시간은 무심하다. 경험이란 과거의 것인데, '지금을 살라'며 휘 지나 버린다. 지금을 합리적으로, 미래를 생동감있게 살 수 있을까. 못할 것 같다. 과거를 떠나 살 수는 없을 것 같다. 언제나 한 박자 뒤늦고, 조금은 부족한 듯 살게 된다. 여러 생각을 하지만, 생활을 살기에 급급하다. 스스로 조금 안위해 본다. 기억이 결국 '나'다. 지금도 기억이 되어야 '나'다.
'류보비 안드레예브나'의 벚꽃동산이 경매로 팔린다. 낙찰자는 자신의 농노출신인 '로빠힌'이었다. 안드레예브나는 빈털털이가 되어 벚꽃동산에서 쫓겨난다. 벚꽃나무는 모두 베어지고, 집은 헐려 별장주택지로 변할 예정이다. 안드레예브나의 젊음, 인생, 행복도 곧 사라진다. 안드레예브나는 감정이 충실했으나 감정마저 무뎌지고, 기억마저 잊혀질 것이다. 그녀도 늙어간다.
농도였던 늙은 하인이 마지막 대사를 한다.
'살긴 살았지만, 도무지 산 것 같지 않아.'
수많은 전투에 참가한 전함도 어느 날인가에는 퇴역한다. 해체를 위해 작은 견인선에 끌려간다. 늠름한 전함도 결국 끌려간다. '수많은 전투가 믿기지 않아. 남의 일만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