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섬 캠핑)
https://blog.naver.com/pyowa/223871001000
얼마전 자라섬 캠핑장에 갔다. 캠핑은 해 본 적도 없고, 해볼까 하는 생각도 안 해봤다. 근데 둘째가 자기만 캠핑을 안 가봤다며 투덜거려 어찌어찌 자라섬 카라반을 예약했다. 침대, 침구, 냉장고, 싱크대, 화장실까지 갖춰진 곳이니 흔히 말하는 오토캠핑과는 비할 바가 없이 완벽한 세팅이다. 가족이 한팀이 되어 어떤 미션을 이뤄낸다는 느낌에 팀웤 같은 게 생기는 것도 같았다.
예상대로 되는 건 없었다. 화덕의 불길은 거셌다. 비까지 왔으니 우산쓰고 불을 피우고 줄이느라 정신이 없었다. 센 불길에 고기는 검댕이가 되어 버렸다. 마시멜로우는 순간 녹아버렸다.
불이 잦아들자 마음이 차분해졌다. 의자는 비에 젖어 앉을 수 없었다. 우산을 쓰고 화덕을 내려보았다. 불꽃은 연기와 뒤섞여 올랐다. 오로라 불멍 가루를 넣었다. 화덕에 불꽃이 꽉차더니 초록, 보라, 빨강, 파랑의 불꽃이 올라왔다. 작은 바람에도 크게 흐느적 거렸다.
뜬금없이 불꽃이란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불꽃은 존재하는 것일까. 뭐가 존재하는 것일까. 왜 흐느적 거릴까. 그러다 불꽃은 따로 있는 게 아님을 알게 되었다. 흐느적 거리는 것은 연기였다. 불꽃은 뜨거워진 연기의 색깔이었다. 이 간단한 것을 이제서야 깨닫게 되었다. 불멍은 뜨거운 연기의 흐느적거림이었다. 자연의 이치란 이렇게 간명하다는 사실에 스스로 놀랐다.
다음 날 아이들과 배드민턴을 쳤다. 셔틀콕에 집중하는 남매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