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모험)(헤르만 헤세) (1/2)
헤르만 헤세의 글을 읽었다. 30년전 학력고사 마치고 데미안을 읽어본 것 같은데, 전혀 공감할 수 없었던 것만 기억난다. 그러니 헤세의 글은 사실상 처음 읽는 것이나 다름없다.
헤세의 글은 프루스트의 글을 읽는 느낌이 들었다. 미세한 순간을 잡아내어 관찰하고 써내려간다. 자연의 변화과정과 인식의 변화과정, 마지막으로 생각이 변화해가는 과정을 제3자처럼 관찰해 낸다. 프루수트와 다른 점은 그가 화가였다는 것이다. 빛과 사물은 서로 어떻게 반응하는지, 빛과 사물에 시간의 흔적이 어떻게 남는지 실제로 그리고, 글로 써냈다.
현재를 관찰하고 미래를 예측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과거의 한순간을 잡아내어 관찰하고 과거에는 알지 못했던 과거의 새로운 이야기를 써내려간다. 과거는 미확정이며, 그런 점에서 미래와 다르지 않음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문장이 참 좋다. 헤세도 잘 썼을 것이지만, 이인웅 교수의 번역이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나는 시간이 나면 기억을 더듬어 본다. 그리고 이 순간도 조금 있으면 기억이 될 것이고 훗날 더듬거리는 순간이 될 거라는 걸 안다. 매 순간이 예사롭지 않게 느껴진다. 한 번이라도 더 주위를 살펴본다. 커피숍 건너 테이블의 사람도 되어보고, 비오는 날 버둥거리는 지렁이도 되어보고, 바람에 꺽어진 나무도 되어본다. 나를 관찰하는 사람이 있다면 내가 어떻게 보일까 생각해본다. 내가 내 시나리오를 써 본다면 어떻게 변형을 줄런지도 상상해본다.
글을 쓴다는 건 순간을 낚아채고, 변형을 주는 것이다.
글을 써보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 지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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