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가 궁금해

나른하고 따뜻한 시골의 기억

by 고길동

닥터뽀롱님의 블로그를 보다가 '개구리'이야기를 읽었다. 어릴 때 나의 개구리들이 생각났다. 그땐 모든 게 궁금했지만, 내가 보고 만질 수 있는 것 몇 가지 되질 않았다. 개구리는 내가 궁금해하는 것 중에 보고 만질 수 있는 몇 안되는 것이었다. 잊혀지기 전에 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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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이사를 많이 다녔다. 동네마다 아이들이 노는 방식은 달랐다. 10살 때가 내가 이사간 곳은 산촌 같은 곳이었다. 그 아이들은 논에서 밭에서 숲에서 놀았다. 나는 어색했지만 어울리려면 따라다녀야했다.


겨우내 얼었던 논에 벼를 심으려면 논을 부드럽게 만들어야 한다. 쟁기로 갚아엎고, 논에 물을 가득 댄다. 논흙이 부드러워질 때까지 한 참을 물을 가둔다. 개구리들이 논을 하나둘 채운다. 사내아이들은 개구리를 잡는다. 개구리들이 늘어가는 만큼 남자아이들도 논으로 들어간다. 이때만큼은 아이들이 논에 들어가도 뭐라하지 않는다. 벼가 심어진 것도 아니고, 질퍽하기만 할 뿐 전혀 위험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 번 들어가면 나 같은 어리숙한 아이도 백 마리는 잡았다. 개구리 양 어깨와 사타구니에 세 손가락을 집어 넣으면 개구리는 꼼짝없이 잡혔다. 잡은 개구리는 우리집 닭에게 주었다. 개구리가 들어있는 비닐을 들고 집에 들어올 때는 집안 살림에 도움이 되는 사내가 된 것 마냥 약간은 의기양양했다.


개구리를 잡아야 하니, 냄비가 필요했는데, 멍멍이 밥그릇이면 딱이다. 돌멩이 위에 멍멍이 밥그릇을 올려놓고 물을 붓는다. 나뭇가지를 주워와 불을 지피면 곧 물이 끓는다. 그리고 개구리를 한 마리씩 넣는다. 개구리는 뛰어보지도 못하고 바로 죽는데 모두 같은 모양을 한다. 죽는 모습을 계속 관찰한다. 두 다리는 쭉 펴고, 양손은 가슴쪽으로 오므리고 죽는다. 어느정도 익으면 닭에게 준다. 닭들이 너무나 맛있게 먹는다.


모내기가 시작되면 더 이상 논에는 들어갈 수 없다. 개구리잡이 시절도 끝난 것이다. 그렇게 많이 잡았건만, 개구리는 언제나 논에 가득했다. 얼마나 시끄러운지 귀가 멍했다. 돌멩이 하나 던지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그러다 한 마리가 눈치보며 울기 시작하면 다시 모든 개구리들이 울었다. 가까이 걸어가도 개구리는 급 조용해졌다. 가만히 있으면 다시 울고, 움직이면 조용해졌다.


수천마리는 될 듯한 개구리들의 낮은 울음속에 높은 음의 개구리 소리가 튀었다. 유독 소리가 컸고, 바로 내 근처였다. 아무리 논바닥을 살펴봐도 개구리는 없었다. 가만히 숨죽이면 그 놈은 '여기 있다'고 약 올리는 것처럼 다시 크게 울었다. 약이 올랐던지, 호기심이 생겼던지 집에 가서 손전등을 가지고 나왔다.


손전등을 끄고 가만히 앉아 기다리면 그 놈은 '여기 있지롱' 하면서 다시 크게 울었다. 그렇게 크게 울던 놈인데 소리가 사라지면 어디서 울었는지 가늠이 되질 않았다. 그러길 몇 번. 드디어 찾았다. 그놈은 논바닥에 있지 않았다. 어이 없게도 손가락 마디 하나 정도의 엄청 작은 놈이었다. 그 놈은 벼 잎에 매달려 울었던 것이다.


손전등을 끄고 다시 가만히 서 있었다. 코 앞의 작은 놈은 벼에 매달려 높은 음으로 울기 시작했다. 큰 놈들은 멀리 논바닥에서 낮고 시끄럽게 울기 시작했다. 개구리 소리를 더 듣고 싶어 가만히 서 있었다. 겹겹이 쌓이는 개구리 소리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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