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이란, 그리고 우리

전쟁은 항상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낳고, 대개 탈선한다

by 문어

I. 서론: 예고된 전쟁, 예방되지 못한 치명적 선택

2026년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에 대한 대규모 합동 군사작전을 개시했다. 미 국방부가 ’ 에픽 퓨리(Epic Fury)’라 명명한 이 작전은 테헤란, 이스파한, 곰, 카라즈, 케르만샤 등이란 주요 도시에 대한 타격으로 시작되었으며,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사망을 비롯한 다수 군사·정치 지도부의 제거를 초래했다. 이란은 즉각적으로 이스라엘, 중동 주둔 미군 기지, 걸프국가 영토에 대한 보복 미사일 공격으로 응수했고, 중동 전역은 순식간에 전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나는 진행 중인 이 분쟁을 사회학적 시선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미국이 내세운 명분의 구조, 국제법질서의 해체 양상, 2003년 이라크 침공과의 구조적 반복, 그리고 이란 시민사회가 처한 이중적 고통을 비판적으로 검토할 것이다.


II. 배경: 붕괴의 연쇄와 군사 개입의 조건

1. 이란 내부의 구조적 위기

2025년 12월 말부터 이란 전역에서 폭발한 반정부 시위는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최대 규모로 번졌다. 리알화 폭락, 심각한 인플레이션, 만성적 경제 침체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100개 이상의 도시로 확산된 이 시위는 체제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며 이슬람 공화국의 정당성 기반을 근본적으로 흔들었다.

이란 정부는 이에 대해 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 민병대를 동원한 가혹한 무력 진압으로 대응했다. 특히 2026년 1월 8일과 10일의 학살은 국제사회에 충격을 안겼다. 사망자 수는 이란 정부 발표 3,117명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32,000명까지 크게 엇갈리며, 미국 기반 인권단체 HRANA는 7,000명으로 추산했다. 국제인권센터는 43,000명이라는 수치를 제시하기도 했다. 이란 정부는 동시에 역대 최장 기간의 인터넷 차단을 시행하여 정보의 흐름을 통제하고 시위대 간 연락을 차단했다.

사회학적으로 이 국면은 이중의 비극을 품고 있다. 이란 시민사회는 ‘개혁파, 강경파, 게임은 끝났다’라고 외치며 체제 내부의 안전변으로서 기능하던 개혁주의 노선마저 포기한 상태였다. 그러나 AP통신이 보도한 바와 같이, 정부의 압도적 폭력은 시민들 사이에 절망을 퍼뜨렸고, 일부 시민들은 오히려 미국의 군사 공격을 기대하는 모순적 심리에 빠져들었다. 이는 억압이 극단에 달할 때 피억압자가 외부의 어떤 힘이든 받아들이게 되는 식민적 트라우마의 재현으로 해석될 수 있다.


2. 미국의 군사 증강과 외교의 실패

트럼프 행정부는 2026년 1월부터 2003년 이라크 침공 이후 최대 규모의 중동 군사력을 증강했다. 항공모함 USS 에이브러햄 링컨과 USS 제럴드 R. 포드를 포함한 해군 전력이 투입되었고, 약 5만 명의 미군이 중동 역내 기지에 배치되었다.

그 사이 오만 중재로 진행된 미·이란 간접 핵 협상은 주목할 만한 진전을 보였다. 2월 27일 오만 외무장관은 이란이 핵무기용 핵물질을 결코 비축하지 않고 IAEA의 완전한 검증을 받겠다는 데 합의했다고 발표하며, 평화가 ‘손이 닿는 거리’에 있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바로 다음 날, 미국과 이스라엘은 공습을 개시했다. 외교적 해결이 문자 그대로 눈앞에 놓여 있는 순간에 무력을 택한 이 결정은, 이 작전의 진정한 목적이 핵 비확산이 아니라 체제 전환에 있었음을 시사한다.


III. 비판: 폭력의 명분과 구조적 허위

1. 2003년 이라크 침공의 구조적 반복

이번 군사작전은 2003년 이라크 침공과 불안할 정도로 유사한 구조를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은 2월 24일 국정연설에서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재개하고 있다며 그 의도를 ’사악하다(sinister)’고 묘사했다.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미사일 능력을 개발 중이라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 자체 정보기관의 분석은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지 못했다. 이란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능력은 이란이 해당 개발을 추진하더라도 2035년은 되어야 가능할 것으로 평가되었다.

2003년 부시 행정부가 존재하지 않는 대량살상무기(WMD)를 근거로 전쟁을 정당화했던 것처럼, 2026년의 트럼프 행정부 역시 정보기관의 판단과 모순되는 위협적 서사를 구성했다. 구조적 차이가 있다면, 2003년에는 정보가 조작되어 거짓에 부합했던 반면, 2026년에는 애초에 정보기관의 판단 자체가 행정부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이다. 백악관 대변인은 2025년 작전으로 이란의 핵 시설이 ‘완전히 파괴되었다’고 주장하면서도, 며칠 전 트럼프 특사 스티브 윗코프는 이란이 핵무기까지 ‘일주일 거리’에 있다고 발언했다. 이러한 ‘정보 혼란’은 위협을 모호하게 유지하여 항구적 군사 압박을 정당화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2. 국제법과 헌법의 이중 위반

이번 군사작전은 국제법과 미국 헌법 양쪽 모두에서 심각한 문제를 제기한다. 유엔헌장은 무력 사용을 안전보장이사회 승인 또는 회원국에 대한 무력 공격 발생 시 자위권의 경우에만 허용한다. 이란이 미국을 무력으로 공격한 사실이 없고, 안보리 승인도 없었으므로 이 전쟁은 국제법적 근거가 전혀 없다.

노트르담 법학대학 국제법 전문가 메리 엘렌 오코넬 교수는 이 전쟁을 2003년 이라크 침공에 비견될 ‘순수한 침략 전쟁’이라 규정했고, 그 결과는 더욱 참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헌법 역시 선전포고 권한을 의회에 부여하고 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 승인이나 유엔 인가의 필요성을 인정한 적이 없다. 상원 민주당 대표 척 슈머 의원은 트럼프를 ‘미국 역사상 가장 방아쇠를 잘 당기는 대통령 중 한 명’이라 비판하며, 의회 승인 없이 이란과 전쟁을 벌일 수 없다는 전쟁권한법 결의안을 추진했다.

2003년과 비교하면, 오늘날의 상황은 더욱 우려스럽다. 2003년 부시 행정부는 불완전하고 기만적이었다 해도 의회 승인을 받았고, 유엔 안보리 결의를 추진하는 절차는 밟았다. 2026년의 트럼프 행정부는 그러한 절차적 형식마저 생략했다. 스팀슨센터의 분석이 지적하듯, 이는 ‘예방적 자위’가 아닌 ’선제적 예방 전쟁(preventive war)’으로,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권한의 범주를 명백히 일탈한다.


3. 체제 전환이라는 환상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 국민이 폭격에 호응하여 봉기할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쳤다. 그러나 다트머스 대학의 이란 근현대사 전문가 골나르 니크푸르 교수가 지적하듯, 폭격은 봉기를 촉진하기는커녕 이란 시민들로 하여금 폭탄으로부터의 즉각적 생존에만 집중하게 만들었다. 이란에서 사회정의와 시민적 자유를 위해 투쟁하던 공간 자체가 파괴되고 있는 것이다.

이란 정권에 의해 투옥되어 사형수 수감을 경험했던 학자 베흐로즈 가마리타브리지조차 이 전쟁에 반대한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는 하메네이의 암살을 축하할 이유를 찾을 수 없다고 발언했는데, 그것이 이란 학생들의 희생과 하나의 패키지로 묶여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란 국영미디어는 민박 학교 공습으로 148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CNN 분석이 지적하듯, 이슬람 공화국의 보안 기구는 사회 전 분야에 침투해 있으며, 폭격이 이를 약화시키더라도 조직된 대안 지도부가 부재한 상황에서 체제 전환은 극히 비현실적이다.


IV. 확산되는 충격파: 중동과 세계 경제

이 분쟁의 여파는 이란 국경을 훨씬 넘어선다. 이란은 보복 공격으로 이스라엘 뿐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카타르, 바레인, UAE 등 미군 기지가 위치한 걸프국가들을 타격했다. 리야드의 미국 대사관이 드론 공격을 받았고, 쿠웨이트의 미국 대사관도 타격되었다. 두바이, 아부다비, 도하에서도 폭발음이 보고되었다. 헤즈볼라는 하메네이 살해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을 공격하며 1년 이상 침묵을 깨고 공식적으로 전선에 복귀했다.

경제적 충격 역시 심대하다. 전 세계 석유 교역량의 약 20퍼센트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위협받고 있으며, 복수의 선박이 공격받았다. 사우디의 라스타누라 정유소도 드론 공격 대상이 되었다. 유가가 급등하고, 수십만 항공 승객이 전 세계적으로 발이 묶였다. 중국은 이란산 원유에 크게 의존하는 국가로서 경제적 타격이 특히 클 것으로 예상된다. 미군 6명이 전사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작전이 5주간 계속될 수 있다고 발언했다.


V. 사회학적 성찰: 폭력의 순환과 국제 규범의 증발

이 분쟁을 사회학적으로 읽을 때, 몇 가지 구조적 패턴이 드러난다.

첫째, ‘인도주의적 개입’의 이름으로 수행되는 패권적 폭력의 반복이다. 미국은 이란 시민을 억압으로부터 해방한다는 서사를 내세우면서도, 학교 폭격과 민간인 사상자를 발생시키고 있다. 이란 적십자사에 따르면 공습으로 적어도 555명의 민간인이 사망했다. 이는 해방의 이름 아래 수행되는 파괴라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리비아에서 반복된 패턴의 재현이다.

둘째, 국제법질서의 실질적 증발이다. 1648년 베스트팔렌 조약 이래 형성된 국가 주권 원칙, 1945년 유엔헌장이 확립한 무력 사용 금지 규범이 사실상 사문화되고 있다. 2003년에는 적어도 합법성을 논증하려는 절차가 있었으나, 2026년에는 그 ‘가장’마저 사라졌다. 이는 국제관계의 ‘반복 게임 구조’에서 협력의 규범을 위반하는 행위가 구조화될 때, 모든 행위자에게 불리한 균형이 초래된다는 국제정치학의 고전적 경고를 확인시켜 준다.

셋째, ‘미국 우선(America First)’ 기치의 자기모순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외 전쟁을 피하겠다는 공약으로 당선되었으나, 임기 초반부터 소말리아, 예멘, 시리아, 이라크, 베네수엘라, 나이지리아에 대한 군사 공격을 명령했고, 이제 이란 전쟁을 개시했다. 스팀슨센터 분석가들이 지적하듯, 여론조사에서 이란 전쟁을 지지하는 미국인은 18퍼센트에 불과하며, 체제 전환 전쟁에 대한 지지는 민주당 5퍼센트, 공화당 17퍼센트에 불과하다. ‘미국 우선’이라는 기치가 대통령의 자의에 따라 얼마든지 재해석될 수 있는 공허한 기표임이 드러난다.

넷째, 폭력이 폭력을 낳는 순환 구조의 가시화다. 이란 정권의 시민 학살 미국의 군사 개입 이란의 보복 공격 헤즈볼라의 참전 걸프국가 피해 세계 경제 불안정으로 이어지는 연쇄는, 폭력이 해결이 아닌 새로운 문제의 원천이 된다는 사실을 예증한다. 하메네이의 ‘순교’는 오히려 그의 추종자들을 더욱 가혹하게 만들 수 있고, 조직된 대안 세력 없이는 권력 공백이 새로운 불안정의 씨앗이 된다.


VI. 결론: 역사는 반복되고, 대가는 시민이 치른다

2026년 미국·이스라엘의 대이란 군사작전은 여러 층위에서 비판적 검토가 요구된다. 이란 정권의 잔혹한 시민 탄압은 그 자체로 심각한 범죄이다. 그러나 그것이 외부 군사 개입을 자동으로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특히 외교적 해결이 목전에 있었던 시점에, 합법적 근거 없이, 의회 승인 없이, 압도적 여론 반대를 무시하고 개시된 이 전쟁은, 민주적 통제의 실패이자 국제 규범 체계의 위기이다.

역사학자 맥스 부트는 이 전쟁이 ‘불법적이나 반드시 실패하리라는 법은 없다’라고 발언했다. 이 역설적 경고야말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지점이다. 전쟁이 단기적 군사 목표를 달성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라크 전쟁이 증명했듯, 군사적 승리와 정치적 성공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부시 대통령이 ‘주요 전투 종료’를 선언한 뒤 미국이 짊어진 20년의 수렁을 돌이켜보면, 이번 전쟁의 진정한 비용은 아직 계산조차 시작되지 않았다.

결국 가장 큰 대가를 치르는 것은 이란 시민들이다. 폭탄 아래서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의 방공호에 몸을 숨기며, 차단된 인터넷 속에서 고립된 채, 자국의 정부에 의해서도 타국의 폭탄에 의해서도 안전하지 못한 사람들. 그들의 시민적 저항과 자유에 대한 염원은, 국가 폭력과 국제적 폭력의 이중 극한 사이에서 짓밟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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