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프라이를 태운 날
상황이 안 좋아진 게 아니라 그 전 상황이 너무 좋았던 것이다
계란 프라이를 할 때면 기름을 두르고 난 뒤 계란을 깬 뒤 프라이팬에 올린다. 그리고 난 뒤 불을 켜고 한 발짝 뒤에서 계란을 바라본다. 기름이 소리를 내면서 튄다.
'눈에라도 들어가면 어떻게 되는 걸까.'
이렇게 멀리서 계란 프라이를 하면 태우거나 덜 익거나 둘 중 하나이다. 그런데도 또 이렇게 하고 있다. 지켜보던 남편이 뭐하냐며 급하게 계란을 뒤집었다.
약간 타버린 계란을 멍하게 쳐다본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옆을 스쳐갔던가. 뒤집을 때 뒤집고 좀 더 가까이 다가갔더라면 살릴 수 있었던 인연도 분명히 있었을 텐데.
상황이 안 좋아진 게 아니라 그전 상황이 너무 좋았던 것이다. 기본값 설정을 달리해본다.
빨래를 미루지 않고 택배 상자는 그때그때 분리수거장에 갖다 놓기로 했다. 물건을 까고 나온 껍질을 쓰레기통에 바로 버리기 위해 노력했다. 화장실 불을 끄기 위해 신경 썼고 썼던 물건을 제자리에, 놔두는 시도도 했다. 아이에게 책을 더 많이 읽어주고 한글 학습지를 시작했다. 밤마다 그 학습지로 한글을 열심히 가르쳤다. 공부가 되는 건지 안 되는 건지 모르겠지만 아이는 동그라미와 비읍은 잘 썼다. 이렇게 시간이 흘러가고 밤이 되면 꼭 죽은 사람처럼 꼼짝없이 아이 옆에 누워서 아픈 사람을 생각했다. 소중한 인연에게 왜 더 다가가지 못했을까.
소중한 사람이 아프고 난 뒤 모두 입맛이 없다고 했지만 나는 한 끼도 굶지 않았다. 많이 먹고 많이 울었다. 그리고 평소처럼 커피숍으로 가서 이런저런 글을 썼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시장에 들러 아이들을 먹일 계란과 분식, 그리고 귤을 샀다. 바구니 가득 음식과 과일을 챙겨 집으로 가는 길 휴대폰으로 오늘의 뉴스와 메일함을 한번 열어보았다. 메일함의 ‘보내기’ 버튼을 쳐다보다가 폰을 다시 주머니에 넣고 걷기 시작했다. 한쪽 어깨만 휴대폰 때문에 더 쳐진 느낌이 들었다.
'보내기, 보내기를 눌러야 했는데....'
누군가에게 보낼 메일처럼 그때그때 진심도 상대방에게 보내줘야 했다.
하지 못한 말들이 길을 잃고 머릿속을 떠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