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하고 집들이를 몇 번 했다. 구축이라 부엌이 좁게 나온 구조를 보고도 입을 대지 않고 거실이 정말 크네요. 집이 정말 좋아요. 여기는 이래서 좋아요 저래서 좋아요. 이런 말들을 하는 사람도 있었고 별 말없이 본인의 화젯거리를 푸는 경우도 있었다. 좋은 사람들이 오는 게 좋아서 하루가 멀다 하고 사람을 초대했다. 손이 느리고 야무지지도 않아 식기를 꺼내고 깍두기를 꺼내는 것도 버벅되었지만 배달음식을 미리 시켜놓고 커피를 한 박스 사놓고 그들을 맞이했다. 평소와 다른 깨끗이 청소를 하고.
얼마 전에는 신기한 사람이 있었다.
“너희 집 북향이야.”
“아, 저희 집 남서향이에요.”
“아닌데, 분명히 북향인데.”
“아, 부동산에서도 남서향이라고 하더라고요. 어플로도 남서향이라고 나오던데.”
“아닌데, 있어봐”
안방과 거실을 빠르게 왔다 갔다 하는 그녀는 계속 혼잣말을 했다.
“아닌데 분명히 북향인데...”
못 들 은척 하고 나는 준비해놓은 음식과 다과를 꺼내 주었었다. 다 먹고 집을 다서며 그녀는 다시 한번 힘주어 말했다.
“아무리 봐도 여기 거실이 북향이야”
"아...... 북향일 수도 있겠죠."
그렇게 마무리를 짓고 그녀를 배웅해주었다. 그녀가 나가고 남기고 간 과자를 먹으면서 생각했다. 혹시 우리 집이 북향이면 그녀에게 뭔가가 좋은 걸까.
누군가에게 커튼이 이상하다는 얘기를 들었고 인테리어 비용을 너무 비싸게 주고 했다고 했다는 얘기도 들었다. 그런 것들이 그녀들에게 어떤 승리감을 주는지는 모르겠으나 그것을 말하는 그 턱에서는 뭐랄까. 자부심이 묻어나서 왠지 나는 거기에 대놓고 반박을 하기가 오히려 미안해졌다.
그녀가 가고 한동안 아무도 부르지 않다가 며칠 전 또 새로운 친구가 왔다.
“803호 아줌마가 나한테 뭐라고 했는 줄 알아? 글쎄, 황당하지. 이런 일은 진짜 어이가 없어서...”
“아, 근데 너 하고 있는 일은 잘 돼가? 사람은 다 구해졌어?”
그녀의 관심사를 아무리 다른 곳으로 옮기려고 해도 계속해서 그녀는 남 욕을 했다. 때때로 웃으면서 남이사(무슨 상관)를 외치기도 하고 그들의 염치없음과 예의 없음에 대해서. 대화의 90프로가 그 아파트 사는 아줌마들의 어떤 태도였다.
“그 아줌마가 아까 말한 그 아줌마야?” 하면서 머릿속으로 정리를 하려고 했지만 자꾸만 머리가 지끈거리며 아팠다. 배달시킨 치킨과 그리고 커피와 빵 등을 먹으며 그 얘기를 듣다 보니 어느덧 아이들이 올 오후 4시가 되었다.
"아 나 이제 가야겠다. "
소파 위에 있던 옷을 급하게 입으며 그녀가 나갈 준비를 했다. 나는 배웅해주고 다시 집으로 들어왔다. 거실에는 그녀가 싸고 간 감정의 찌꺼기들이 한가득 있었다. 머리가 계속 아파서 환기를 시켰다. 이 똥들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왜 자꾸 나에게 와서 똥을 싸는 걸까.
언어 영역 시간에 열심히 풀던 문제들이 떠올랐다. 글쓴이가 글로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인가. 그녀가 싸놓은 똥을 치우며 그 질문이 계속 떠올랐다.
집에 사람들을 초대하기 시작하니 사람들이 모두 제각각이라는 게 실감이 났다. 밖에서는 몰랐던걸 집에서 더 자세히 알게 되었다. 좋은 말만 하는 사람들은 좋은 말만 하고, 똥을 싸는 사람은 늘 똥을 싸고 알 수 없는 말을 하는 사람은 끝까지 알 수 없는 말만 한다. 집에 사람이 왔다 가면 그 손님의 성품이 집 안에 오랫동안 베인다. 나는 누군가의 집에서 어떤 향을 풍겼나. 분명히 똥을 싼 적도 있었지만 앞으로를 고민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