멱살 잡혀야 말하는 사람

사주가의 말씀에 의하면 그렇다고 합니다

by 김필영


"2016년도에 만나서 결혼했어요?"

"네."

"2016년도에 만난 남자는 근면 성실이라고 나오네요. 결혼을 잘하셨어요."

"아 네.."

"그러고 제왕절개 해서 아이 낳으셨어요?"

"허? 네.. "

통화를 하자마자 철학을 보는 그는 나에 대해 딱딱 맞췄다. 어쩌면 누구나 보편적으로 하는 말일 수도 있지만 신기했다.


“음, 글을 쓰신 다고요? 글을 잘 쓰긴 하는데 타고난 글쟁이 팔자는 아니에요? 사주가 그래요. 음, 필영 님은 그러니까 글은 수단이고 말을 잘하는 사람이에요.”

"네? 제가 말이요?"

"네. 말이요. 특히나 멘탈이 약한 사람들에게 정신적으로 힘이 될 수 있어요. 원하지 않는 이혼을 했거나 어릴 적 가정폭력을 당했거나 원래 유리 멘탈이거나. 그래서 강사를 하시면 정말 잘하실 거예요. 더 세부적으로 말씀드리면 컨설팅이 아주 잘 맞아요."



그때 아마도 책 투고를 앞두고 있던 시점이었다. 겨울이었다. 결혼하고 5년 만에 사주 사이트를 기웃거렸다.


사주가에게 나는 글쓰기에 대해 물었는데 그는 계속 '말'에 대해 말했다. 강의를 하게 될 것이고 강의로 잘 될 거라고 했다. 대학원에 진학할 일이 생길 거라고 했다. 강의라니.


"아, 그러면 마지막으로 물을게요. 제 장점과 단점을 말해주세요."

"네. 장점은 우선 생각이 많은 거예요. 아까 생각한 거랑 지금 생각한 거랑 달라요. 점점 더 지혜로운 생각을 하는 사람이에요."

"오.. 네네. 그럼 단점은요?"

"단점은, 생각이 많은 거예요."

"네?"

"생각이 많은 게 단점이에요. 이것만 고치면 돼요. 너무 많아서 행동을 하지 않아요. 그리고 더 큰 문제는 본인은 말을 해야 잘 풀리는데 생각이 너무 많다 보니 말을 못 해요. 그러니까 멱살 잡혀야 말하는 사람이에요."

에? 허...


그때쯤 독서모임을 다니고 있었는데 정말 그랬다. 2시간 동안 8명 정도에서 하는 독서모임에서 한두 마디를 하는 정도였다.


“그럼 마지막으로 필영 씨 생각 은 어때요?”


누군가가 나를 챙겨주면 그제야 간신히 말을 하는 수준이었다. 그것도 질문이 끝나자마자 시계를 보면서 내가 지금 말하는 게 민폐는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그는 이어서 계속 말했다.

“유튜브에서 라이브 방송 같은 거 있잖아요. 그런 거에 아주 특화된 사람이에요. 그냥 타고나길 그렇게 타고났어요. 아주 대처능력이 좋아요. 순간순간 말하는 머리가 잘 돌아가요.”




그리고 그때 그 사주 이후로 나는 거짓말처럼 강의를 하고 있다. 라이브 방송은 아직 못해봤지만 세바시 무대에 두 번이나 서게 되었고 얼마 전 구범준 피디님과 티쳐 톡이라는 인터뷰까지 찍게 되었다. 아니 사람이 이렇게 잘되면 큰일이 아닌가 밤마다 전전긍긍하면서도 들어오는 강의나 수업들을 해나가고 있다.



이번에는 최리나 작가님과 함께 브런치 작가 되기 수업과, 나 작가 프로젝트 출간 프로그램까지 론칭하게 되었다. 글쓰기와 책 쓰기 중 더 중요한 것은 글쓰기라고 믿지만 그 글쓰기를 잘하기 위해 출간을 하는 게 좋다고 믿는다. 그 생각으로 책 출간 컨설팅을 시작했다. 책이 비즈니스의 도구가 되지만 나처럼 아무것도 없는 사람은, 비즈니스도 없는 사람은 오히려 나의 전체. 이 스토리 자체가 비즈니스가 될 수도 있다.

직업이 있다면 직업 이야기도 좋고,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자기 계발서도 좋다. 예전의 나처럼 이도 저도 아니라고 해도 우리는 모두 고유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멱살 잡혀야 말하는 나는 최근에는 멱살이 잡히지 않아도 말을 한다. 물론 아직도 사석에서 사람들을 만났을 때에는 그 사람의 제스처를 보며 '화장실을 가고 싶은 건가? 지금 집에 가야 하는 걸까?' 따위를 고민하느라 말할 타이밍을 자주 놓치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그럴 때는 글을 쓰면 되니까.

다행히 함께 하는 최리나 작가님은 마케팅과 기획에 능한, 나와는 반대로 멱살을 잡고 달리는 스타일이다. 한 명은 잡히고 한 명은 잡는.. 아주 색이 다른 두 작가가 진행하는 책 출간 프로젝트가 될 것이다.



아주 좋은 글이 아니더라도, 유명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나와야 할 글들은 세상에 나와야 한다. 글이 책이라는 옷을 입을 수 있도록 돕는 일에 한동안 집중할 예정이다. 아무도 관심 없었던 내 이야기는 세상에 이미 나왔다. 이제 당신의 이야기가 세상에 나올 차례이다. 멱살은 (내가) 잡지 않겠지만 쓸 사람은 써야 한다. 그리고 이왕 쓸 거면 책이 되는 게 낫지 않은가?




언제나 내 수업을 홍보하는 일은 어렵고... 오글거리고 세상 유치한 글이 되어버리지만 용기 내어 10월에 시작하는 수업을 알립니다.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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