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법서인데 소설이라니요-1

1화 왜 이렇게 안 될까

by 김필영

-29살, 경기도 용인시

뚝뚝….

물기가 떨어진다. 눈인지 비인지 모르는 게 하늘에 흩날린다. 나는 거기서 여행 가방을 지하철 입구에 놔두고 물티슈를 하나씩 나눠주었다.


“안녕하세요. 실투자금 4천만 원에 연수익 12%까지 보장하는 아파트가 있는데요. 관심 있으세요?”

“안녕하세요. 부동산 관심 있으세요?”

“안녕하세요. 물티슈 좀 가져가세요.”

“네 입구에서 김필영 과장을 찾으시면 됩니다!”




용인에서 아파트 분양일을 시작한 지 한 달 하고도 보름이 지났다. 아직 한 개의 아파트도 판매하지 못했다. 그러니까 한 달 반동안 나는 돈을 한 푼도 벌지 못했다. 하루하루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날 들.


“이만 퇴근할게요.”

“어, 김필영 과장. 고생했어.”



톡톡.

팀장님이 어깨를 톡톡 쳤고 나는 캐리어를 들고 모델하우스에서 나왔다. 그리고 맞은편에 있는 초밥집을 들어갔다.


“연어 초밥 하나만 주세요.”



연어 초밥을 사서 집으로 왔다. 쿰쿰하고 냄새나는 반지하 방에서 연어 초밥을 먹었다. 그래도 이 초밥 12개를 삼키는 동안에는 행복한 것 같기도 한 기분이 들었다. 그 행복은 초밥을 다 먹는 순간 사라졌다. 통장을 보니 75만 원이 남았다. 순식간에 100만 원 정도가 사라졌다. 내 허리춤도 안 되는 작은 냉장고에서 맥주를 한 캔 꺼냈다. 캔 안의 맥주는 맛있고, 또 맛있었다. 그 맛있음 역시 세 모금째가 되니 사라졌다.

한참 동안 휴대폰을 들여다보았다. 현실이 힘들어질수록 이상하게 휴대폰을 보는 시간이 늘었다. 방바닥에 누워서 휴대폰을 본다. 누워있다가 보면 6시간이 흘렀고 자정이 된다. 시간이 이상한 속도로 흘렀다. 누군가가 옆에 없으면 시간은 자기 마음대로 흐른다. 혼자일 때는 언제나 이상한 시간. 누워서 집을 둘러보았다.

온 사방에 친절하게 옷걸이로 사용하게 친 못 들. 그리고 벽의 곰팡이. 옆을 보니 어제에 이어 또 기어 나온 작은 새끼바퀴벌레가 세 마리. 휴지로 눌러 죽이고 쓰레기 봉지에 넣었다. 이곳에는 새끼바퀴벌레가 매일 세 마리씩 나온다.

‘커피를 한잔 마실까.’


모든 게 고장 나 버린 집에서 유일하게 작동하는 커피포트의 전원을 켰다. 그런데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코드를 다시 꽂았다가 뽑았다가 해보았지만 여전히 빨간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아……. 가스레인지가 고장이 났는데 커피포트가 고장이 나면 이제 컵라면은 어떻게 먹나...'

근처 가전매장에 내일은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잠들었다.



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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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될 내용은 모두 소설입니다. 글쓰기 수업 내용을 토대로 한 작법서이지만 소설입니다.

네. 작법서인데 소설이라니요?

저는 한 번도 소설을 쓴 적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야기가 들어가면 더 이해가 빠를 것 같아서 '필영'을 넣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름만 필영일뿐 에세이는 아니고 소설입니다.


정해진 건 아직 아무것도 없어서 내용은 산으로 갈 수도 있고 중간에 멈출 우려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누군가에게 이 글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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