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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영 씨는 야망이 있어요

글쎄

by 김필영

오늘 오랜만에 독서모임에 갔다. 가서 위해 어제 김연수작가의 원더보이를 읽었다. 이게 얼마 만에 읽는, 고전도 아니고, 읽어야 할 책도 아니고, 자기 계발서도 아니고, 연구원이 비슷한 분야의 글을 써서 읽은 책도 아닌 그냥 책인가.. 약간 가슴 벅찬 기분마저 들었다.



오전 11시. 커피숍에서 독서모임을 한다고 웃고 떠드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5명이 동그랗게 테이블을 나 두고 웃는 모습이 반갑고 낯설었다. 나만 혼자서 언제까지고 정말 리얼과 리얼리티의 차이 같은, 문학이란 무엇인가, 에세이는 어디까지를 적어야 하나, 이야기의 구성방식 같은 것들을 생각하고 있는 바보 같았다. 누군가가 툭, 실수로 바보를 한 명 끼워놓은 것 같았다. 알록달록한 남방을 입은 사람도 있었고 반짝이 검은 티셔츠를 입은 사람도 있었다. 한 명은 검은색 칼단발에, 또 다른 한 명은 빨간색으로 염색한 파마머리였다. 아, 이 모든 게 다들 너무 잘 어울렸다. 아무튼 그렇게 나는 오랜만에 사람을 만나며 또다시 칼라의 세계로 들어왔다. 그 안에서 실제로 질문에 대한 답을 하다 보면 누군가는 계속 인간관계에 대해 말했지만 나는 글쓰기에 관한 말만 나왔다. 에세이는 뭐냐면요. 도입에서는요... 그러다가 문득 마지막쯤에 주위를 둘러보면서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이 커피숍 참 예쁘네요. 여기 커피도 맛있고..

드디어 정상적인 말도 할 수 있을 만큼 가벼워지자 모임이 끝이 나버렸다.








오후 3시 30분, 아이들 어린이집으로 가서 미술학원에 데려다주었다. 미술학원에서 집 앞 놀이터로 왔다.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비눗방울을 불었다.

“필영 씨는 야망이 있어요.” 누군가의 말에 대해 생각했다.

비눗방울은 툭 하고 터지고 형체도 없이 사라졌다. 야망, 웃음이 나온다. 야망은 없지만 글쓰기수업은 잘하고 싶다. 최선을 다해서 하고 싶다. 무엇을 바라는 것보다 내가 필요한 곳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정말 열심히 하고 싶다. 나라는 사람은 저렇게 단체 속에 가면 어버버 무거운 바보가 되고, 집에 있으면 집안일을 늘 제때 끝내지 못하고 비눗방울을 부는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지 못하고 벤치에 앉아 지켜보기만 한다.

이런 사람이 필요한 곳이 사실 많지가 않은데, 그곳이 글쓰기수업이라면, 그게 강연이라면, 강의라면 최선을 다해서 하고 싶다. 다른 것들을 할 때 바보이지만 그 바보같이 계속 생각하던 걸 글쓰기 수업시간에는 모두 귀를 쫑긋하고 잘 들어주니까. 내가 하려는 말을 찰떡같이 알아듣고 글이 변하니까.

아니, 수업에 야망이 있는 건가. 조금씩 지는 해를 바라보며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하면서 아이들 가방과, 옷, 짐들을 챙기고, 아이들도 챙겨서 다시 집으로 들어갔다.




독서도 좋고, 독서모임도 좋고 다 좋지만 나는 일할 때의 내가 좋다. 나 자신이 흑백이더라도 계속 수업에 대해 생각하는 게 좋다.

이번 달에는 울산 시청에서 주관하는 자서전 글쓰기 수업이 끝났다. 5월 19일부터 고등학교에 글쓰기 수업이 진행되고 15일부터, 그러니까 다음 주 월요일부터 최리나작가님과 함께하는 수업이 오픈한다.(줌수업)

이번 수업은 육감글쓰기라는 수업인데 수업이라기보다 글쓰기 활동이라고 보면 된다. 1,2회 수업에는 구성과, 묘사에 대한 진한 이론수업이 진행되고 나머지 6회간은 활동과 합평으로 진행된다.

이 수업을 진행하는 동안 나는 여전히 24시간 동안 수업에 대해 생각할 것이고 평소에 나는 계속 흑백모드일지도 모르겠다.





반짝이 티셔츠도, 알록달록 남방도, 빨간 머리도 없지만, 누구의 눈길도 끌지 않지만 글쓰기를 좋아한다면 함께 했으면 좋겠다. 신청은 글로성장연구소 스마트스토어로.. .

(인원 제한 있고, 배움 중심이 아닌 활동 중심의 수업입니다.)



네. 물론 반짝이 티셔츠, 화려한 남방, 빨간 머리인 분들도 참여가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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