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필영 Jul 24. 2023

심근경색의 가능성이 없습니다

가 될 때까지 함께 운동하기로 해요



심근경색의 가능성이 있습니다.


의사가 남편에게 말했다. 남편은 이미 고혈압 진단을 받아서 고혈압 약을 몇 개월째 복용 중이다. 그리고 간수치가 높았고 지방간이 있었다. 심근경색의 가능성까지 얹고 집에 앉아 우울해하고 있으니 병원에서 다음 날 다시 전화가 왔다.     

 “눈에도 조금 이상이 있는데요. 상담 언제 괜찮으세요. 자세한 이야기는 상담 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아직 상담일이 되지 않아 의사의 말은 정확히 못 들어보았지만 아주 심각한 몸뚱이를 가지고 있는 우리 남편. 나는 나대로 사실은 매일 새벽 2시 넘어서 잠을 자고, 인스턴트식품으로만 식사를 때우고, 운동이라고는 숨쉬기운동 밖에 안 하는 사람이다. 최근에는 허리가 좋지 않아 1시간 앉아있으면 30분은 폼롤러에 허리를 맡겨야 하고 조금만 걸어도 헥헥거리고 누가 봐도 힘이 없어 보인다. 최근 들어 힘이 없어 보인다는 둥, 창백해 보인다는 말을 무수히 들었다. 얼마 전 대장 내시경을 통해 용종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 용종을 떼내었다. 아 그리고 내 체지방률이 33%나 되었다. 남편보다 내가 체지방률이 높았다!      







남편은 시급했고, 나는 급했다.

평소 남편은 항상 게임을 하고 나는 책상에 앉아 글을 쓴다. 글쓰기고 게임이고 모두 자리에 앉아서 하니 건강에 좋을 수가 없다. 게다가 그 무엇보다 우리는 따로따로 사실 그것들을 할 때 지나치게 행복감을 느낀다. 게임에 집중하는 남편의 모습. 글을 쓰는 나의 모습. 관찰카메라로 우리를 본다면 아마도 각자의 방에서 굉장한 행복감을 느끼는 걸 알게 될 테다. 그러나 그 행복과는 별개로 신체는 점점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운동을 시작해야 했다.

그러나 100kg 가까이 몸무게가 나가는 남편은 할 수 있는 운동이 크게 없었다. 조금만 움직여도 허리를 다치고 무릎을 다쳤다. 덤으로 발바닥도 자주 아프기에.

나는 별 이유는 없지만 필라테스나 요가는 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하여 우리 부부는 그냥 걷기 시작했다. 남편은 2주 전부터 시작했고 오늘은 나도 합류하게 되었다.  

아침 일찍 남편과 집을 나섰다. 남편은 호기롭게 산책길을 안내해 주었고 나는 처음에는 들떠서 빠르게 걸었다. 10분쯤 걷다가 보니 너무 덥다. 더워도 너무 더웠다. 머리가 핑핑 돌았다. 결국 원래 가고자 했었던 산책코스의 반정도 돌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그래도 30분을 넘게 걸었다. 정말 몇십 년 만에 처음으로 찻물 샤워를 했다. 첫날 걸어보니 느낀다.

글을 써봐야 무엇하나. 내 다리 하나 움직일 수 없는데 말이다. 반밖에 산책코스를 돌지 못했다. 언제 이렇게까지 체력이 안 좋아진 걸까.      

'집 밖에서 사람이 하루에 1시간도 걷지 않는다는 것은 그냥 말이 안 되는 행동이었어.'

 24시간 중 한 시간은 반드시 운동으로 썼었어야 했다. 내게는 23시간이 있는데 왜 이렇게 운동에 인색했었을까. 지금 마음으로는 한 10년은 너끈히 매일매일 운동할 수 있을 것 같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어서 남편과 함께 사이좋게 감자를 삶아 먹고 비빔국수를 만들어먹고 싶다. 늘어지게 늦잠을 자고 오전 내내 동네 산책코스에서 운동을 하며 보내고 싶다. 아무튼 누구 하나 크게 아픈데 없이 난 여기가 아파, 저기가 아파 엄살을 피우는 80살이 되고 싶다.                

언제까지 남편과 함께 산책로를 걸을까. 1년 뒤 계속 걷고 있을까. 시간이 지나면 얼마나 달라질지 모르겠지만 조금 더 행복한 글쓰기를 위해, 그리고 게임을 위해 우리는 함께 산책을 하며 오전을 보내기로 했다.


아까는 야간 출근하는 남편에게 나는 오후에도 나가서 걸을 거라고 했지만 그 말은 취소다.

대신 이렇게 글로 운동일지를 남겨본다.


오늘 글로성장연구소에서 진행하는 글쓰기 습관 만들기, 별별챌린지66 시작일이니 66일 동안만이라도 산책을 해보려고 한다.

66일 후에는

창백하지 않고, 힘이 있고, 잠을 일찍 자고, 허리가 튼튼해지고, 애들에게도 짜증을 덜 내고 그들이 원하는 걸 바로바로 해주는 뽈뽈한 엄마가 되고싶다.

남편은


 "심근경색의 가능성이 없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의사는 없겠지만 모든 병의 가능성이 없고 혈압이 좀 낮아지고 배가 들어가고 지금보다 건강해졌으면 좋겠다. 나는 남편이 좋다. 함께 놀지 않고 주로 각자의 방에서 놀지만 그래도 좋은 건 좋은 거다. 꼭 뭔가를 함께 하지 않더라도 서로가 건강했으면 한다.


그럼 하루 운동한, 의지충만한 사람의 운동 일지 끝!


(글쓰기를 처음 하는 사람도 이런 자신감뿜뿜의 마음으로, 열정 가득한 마음으로 우리 챌린지를 참여할 걸 생각하니 너무 귀엽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처럼 안 될 거예요. 아니, 이건 나에게 하는 말이다.

우리 모두 함께 66일을 달려보아요. 그대들의 글쓰기를 모두 응원합니다.)

+제 걷기 운동도 응원해 주세요.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작가의 이전글 약간 한심한 여행일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