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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필영 Dec 17. 2023

요즘 누가 종이 신문을 읽어요?

저랑 같이 읽지 않으실래요




종이신문을 생각하면 나는 아빠의 이발소에서 소파에 앉아있던 손님들이 신문을 들고 읽던 풍경이 떠오른다. 그때 아저씨들은 30대에서 60대까지 다양했고 몇몇은 앞에 있는 티브이로 야구경기나 축구경기를 보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신문을 봤다. 살짝 벌린 다리 사이 신문을 착 펼쳐서 읽던 사람들. 이발소에서 받아보는 신문은 세 가지였다. 한 명이 읽으면 나머지 분들이 읽을 수 없으니까 아빠는 다양한 신문을 준비해 놓으셨다. 그 손님이 가고 나면 아빠 역시 소파에 앉아서 티브이도 봤지만, 티브이를 보는 시간만큼 길게 신문도 읽었다. 요즘은 종이신문을 보는 사람을 찾는 게 어려워졌다.      







내가 종이 신문을 읽기로 한 계기는 단순하다. 내 손에 2만 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글쓰기 수업을 하고 있던 나는 그 정도 돈은 있었고 처음에는 그저 자기 계발을 하고 싶었다. 아이들이 하는 구몬 일본어를 하고 싶기도 했고, 첫째를 낳고 했던 전화 일본어를 다시 신청하고 싶기도 했다. 아니면 타일러가 하는 리얼클래스를 신청해서 영어공부를 해볼까도 생각했다. 한자를 해볼까, 아니야 중국어를 공부해 볼까. 그때의 나는 하고 싶은 기분에 사로잡히는 것 자체를 그냥 좋아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러다가 문득 그 모든 것들이 나의 학습에 도움이 되겠지만 어느 부분에서는 그걸 만드는 사람들의 마케팅에 내가 속아 산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종이 신문이 떠올랐다. 눈높이 같은 학습지를 하는 것보다는 신문을 읽는 게 내 삶에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리고 이발소에서 봤던 그 신문의 두께를 생각하자 말도 안 되는 글 양 대비 가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뭐든 돈으로 환산해서 생각해 보는 사람이다.) 요즘 전자책이 a4용지로 20장 밖에 안되어도 만원이 넘어가는 시대이다. 언젠가 나는 이슬아 작가의 글을 1만 원을 내고 신청해서 글을 메일로 받기도 했었는데(메일링서비스) 그때도 그 글의 양이 가격 대비 참 저렴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1만 원으로 이런 좋은 글을 읽을 수 있다니. 그걸로 비교해도 신문은 진짜 엄청난 양이었다. 물론 이슬아작가의 글과 신문의 글을 단순히 양으로 평가하는 게 말이 안 된다. 그러나 아무튼 신문에는 사설도 있고 문화, 경제, 정치, 사회, 문화 다양한 내용의 글이 있는데 불구하고 2만 원이라는 건 말도 안 되게 싼 것은 확실하다. 그 신문을 보고 생각을 넓히자, 신문에서 정보를 2만 원어치 얻어낸다기보다 생각을 2만 원 이상 끄집어 내자. 그럼 무조건 남는 장사다.      






신문을 구독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종이신문과 인터넷 신문. 나는 종이신문을 선택했다. 여기에는 특별한 이유보다 인터넷신문을 결제해서 보느니 인터넷 기사를 클릭해서 들어가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한다면 인터넷 세상에서 좀 더 자극적인 기사만 조회수가 많기에 그런 것들만 주로 노출이 되어 있는 게 싫었다. 기사마다 순위가 있고 댓글이 몇 개가 달렸는지 바로 알 수 있는 것도 싫었다. 또 신문이 아닌 유튜브에서도 기사내용을 제목 삼아 많은 콘텐츠를 볼 수 있지만 이런 콘텐츠 중에서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카더라 기사가 너무 많고 유튜브에서 내가 좋아하는 분야를 검색하거나 영상을 보면 상대적으로 그 관점에 대한 영상을 알고리즘이 많이 보여줘서 나와 생각이 완전히 다른 영상을 본다는 게 쉽지 않게 되는 것 역시 싫었다. 볼수록 내가 좋아하는 영상만을 유튜브는 추천해 준다. 그런 방식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간이 길어지자 내가 좀 편협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종이신문 역시 가장 첫 번째 장에 큰 글씨는 당일 신문에서 가장 하이라이트가 되는 기사이다. 기사마다 중요도가 있다. 그러나 온라인보다는 공정하다. 나름의 자리를 나눠가지고 있다. 조회수가 없다고 저 멀리 밀려나지 않고 내 생각 중간에 타인의 댓글이 내 생각인척 끼어들지도 않는다. 나는 다양한 기사를 최대한 공정하게 접하고 싶었다.       




어느 날부터 나는 종이신문을 받아보기 시작했다.     

신문을 읽고 변화한 점은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생겼다는 거다. 오늘 읽은 신문에는 탈모샴푸만 쓰다가 탈모약을 먹을 시기를 놓치지 말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런 인물의 하루는 어떨까. 잠시 상상해 보았다. 탈모샴푸를 열심히 써서 괜찮다고 믿고 있었는데 어느 날 발견한 원형탈모. 머릿속 빈 동그라미 공간. 끔찍하다. 주인공은 그 뒤 탈모를 받아들이게 될까, 새로운 시도를 할까. 이야기를 상상해 볼 수 있다. 아무것도 없는 무에서의 상상하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상상하기가 쉽지 않으면 영감을 얻기가 어렵다. 많은 영감은 if에서 나오기에. 신문에서 접한 사건과 인물은 여러 이야기를 만드는 것에 도움을 준다.     


둘째, 트렌드를 따라가게 된다. 신문을 읽으면 지금 가장 화두가 무엇인지 모르고 싶어도 알게 된다. 정말이다. 몇 날 며칠 계속해서 나오기 때문이다.  나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도 며칠 반복되면 이 일이 요즘 큰 일인가 보네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현재 출판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기에 이렇게 시대적 흐름을 파악하는 게 도움이 되는데 아마 나뿐만 아니라 직업적으로 트렌트를 파악하는 것은 대부분 직업의 필수요소라고 봐도 무방하다.     


셋째, 모르는 용어를 은연중에 알게 된다. 오늘 내가 배운 용어는 ‘안드로겐 탈모’인데 안드로겐(남성호르몬)중 하나인 테스토스테론이 디하드로 테스토스테론(dht)이라는 탈모 유발 호르몬으로 변해 모낭을 공격해 생기는 질환이다. 이 질환이 걸리면 헤어라인과 정수리 쪽에서 모발이 가늘어진다고 한다. 그 외에도 전화를 기피하는 현상을 뜻하는 콜포비아 역시 신문에서 처음 알게 되었다.      






나 하나 종이신문이 아무리 좋다고 외쳐도 분명 종이신문은 사라질 것이다. 온라인신문으로 대체되겠지. 종이통장이 없어지고 굉장히 아쉬워하던 내 모습과는 달리 지금 잘 적응하는 것처럼 아마 종이신문이 없어지다고 하더라도 지금 종이신문을 나처럼 구독해 보는 사람들도 금방 적응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아직은 종이신문이 있고, 하루 한번 우리 집으로 선물처럼 신문이 도착한다. 차가운 신문을 들고 내 방으로 건너가면 그 방에 살짝 퍼지는 신문냄새.     

나는 종이신문이 좋다. 당신에게 내가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종이신문을 좋아하는지에 대해 앞으로 말해주려고 한다. 고급 정도도 없고 대단한 활용법도 없다. 종이신문이 많이 읽힌다고 내게 이득은 더더욱 없다. 그러나 이런 연재를 시작한 이유는 오직 하나다.

한 명이라도 더 종이신문 구독자를 늘려서 함께 신문을 보는 것.      


“저랑 같이 신문 읽지 않으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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