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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결심이 늘 무너지는 이유

우리에게는 게으른 시스템이 필요해

by 김필영



1) 열정보다 시스템이 우선


해가 바뀔 때 새해 인사처럼 꼭 들려오는 질문이 있다.

“올해 목표는 뭐예요, 버킷리스트 있어요?”

당신은 이 질문에 대해 어떤 답을 했는가. 혹시 글을 쓰고 싶다거나 책을 내고 싶다고 대답하지는 않았는가?

그런데 지금 당신에게는 자신의 이름이 박힌 저서가 있는가? 온라인에서 꾸준히 글을 발행하는 글 생산자가 되었는가? 채워진 일기장이 몇 권이나 책꽂이에 있는가? 이미 눈에 띄는 성과물이 있다면, 이 부분을 읽지 않아도 좋다.

그렇지 않다면? 그건 계획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왜 지키지도 않는 계획을 세우게 되었을까? 나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열정은 쓰레기다』라는 스콧 애덤스가 지은 책에서 찾았다. 이 책은 2016년도에 절판이 되고 몇 년 전에 재출간이 되었다. 재출간된 책의 제목이 『더 시스템』이다. 제목 두 개를 서로 연결하면 이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이 나온다.

“열정은 쓰레기야. 너희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해.”

우리는 보통 일이 잘 풀리고 있을 때 그 일에 열정적이기 쉽다. 나 역시 글쓰기를 통해 책도 내고 강연도 하니, 아마 이 글을 읽는 당신보다 글쓰기에서는 열정적일 확률이 높다. 그럼 내가 항상 열정이 많은 사람일까? 당연히 아니다. 나 역시 휴대폰 가게를 하고 아파트 분양사무실에서 아파트를 팔 때 첫 시작은 누구보다 열정적이었지만, 끝을 낼 때 그 열정은 남아있지 않았다. 우리는 어떤 일에 재능이 있어서 그 일이 잘되면 없던 열정도 생기고 몇 년째 계속 잘 안 되는 일에는 있던 열정도 모두 사라진다. 그래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제목 그대로 시스템이다. 시스템이란 더 나은 인생을 위해 규칙적으로 행하는 무언가라고 스콧 애덤스는 말한다.

“좋았어! (비빔밥을 비벼 먹으며) 나 이번 달 꼭 5킬로그램을 감량할 거야!”

의지력이 불타오르는 기분이 든다. 그 순간만큼은. 그러나 그런 열정이 가득한 목표는 대부분 실패를 낳는다. 그럴 수밖에 없다. 몸무게를 5kg 줄이겠다는 목표는 목표 자체도 지키기 힘들지만, 그보다 늘 목표에 도달하고 노력할 때조차 실패하는 날을 기본으로 안고 간다. 그런 상황이 반복되면 사람은 지치고 힘들기 마련이다.

단순히 작가가 되겠다고 결심하는 것은 열정이 가득한 목표다. 오늘 하루 A4 한 장 분량의 글을 쓰는 건 시스템이다. 열정이나 목표 따위는 쓰레기통에 넣자. 견고한 시스템을 만들자. 매일 작은 성취를 하면서 자기만의 에너지를 지키자.




2) 그 정도는 나도 하지 계획법

장기적인 목표를 이루기에 도움이 되는 게 시스템이다. 나는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서 게으른 시스템을 추천한다. 당신이 평소 계획을 잘 지켜왔었던 사람이라면 그냥 시스템을 만들면 된다. 그런 사람은 뭘 해도 다 잘하기 마련이다. 문제는 과거의 나처럼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일들을 여태 못 이뤘다면? 못 해냈다면? 메타인지가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메타인지란 쉽게 설명하자면 내가 모른다는 것을 아는 능력이다. 결국 계획을 못 지키는 사람은 자신이 자신을 모르는 거다. (내가 그랬다) 당신이 그렇게 느껴진다면 ‘이 정도는 내가 하지’ 하는 진입장벽이 낮은 그런 계획을 세워야 한다. 난 계획표를 짤 때면 다 이룰 수 있을 것 같은 망상이 자주 들고는 했지만, 열 번도 지킨 적이 없었다.

아주 진입장벽이 낮은 계획을 짜보자. 예를 들어서 새벽에 일어나서 글을 쓰겠어, 혹은 자정 이후 애들이 다 잠들고 나면 밤새 글을 쓰겠어, 보다는 아이가 만약에 어리다면 아이가 낮잠이 들면 노트북 전원을 누른다, 정도의 계획을 세울 수 있을 거고, 내가 만약에 회사원이라면 6시에 퇴근하고 원래는 바로 집으로 갔는데 커피숍에 들러서 딱 1시간만 글을 쓰고 집으로 간다, 정도의 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이 가장 쉬운 계획을 한번 만들어보자.



수정 전 : 아기가 잠들고 나면 밤을 새워서 글을 쓰겠어, 3시간만 자고 글을 쓰겠어.

수정 후 : 아기가 낮잠이 들면 노트북 전원을 누를 거야, 회사가 끝나고 1시간 정도 커피숍에 머무르며 글을 쓸 거야.



출처: 글쓰기로 한 달에 100만 원 벌기 /김필영 저 /푸른향기





위 내용은 내 책 글쓰기로 한 달에 100만 원 벌기에서 들고 온 내용이다.

내가 할 수 있다는 기대를 버려야 한다. 어떤 계획을 세웠을 때 아주 어린아이에게 하듯이 네가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고민해봐야 한다. 나를 남으로 보고, 남이 된 내가 계획을 지키기에 불편한 부분이 없는지 세심하게 살펴봐야 한다.

자기 자신에게는, 너 할 수 있지, 열심히 해봐라고 하지만 남에게는 우리가 그렇게 까지 몰아붙이지는 못한다. 여기서 핵심은 나를 남처럼 보고 남에게 하듯이 부드럽게 타이르듯이 계획을 짜고, 지키고 수정하고를 반복해야 한다는 거다. 남에게 일을 부탁할 때,

“당신 일정이 밤 12시에나 끝나는군요. 그거 끝나고 새벽 2시까지 글을 쓰세요.”

이건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당신 일정이 밤 12시에나 끝나는군요. 평일에 글을 쓰긴 어려워 보여요. 대신 주말에 이틀 동안 몰아서 애들이 오전 10시까지 자니까 아침에 8시쯤 일어나서 1시간 정도 집중해서 글을 써보는 건 어때요?”





이 정도 지킬 수 있는 계획을 짜보라는 소리이다. 그러면 훨씬 더 지켜질 확률이 높다.

나는 프로 시간관리러도 아니고, 시간 관리를 잘하는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로 나는 게으르고 뭐가 중요한지 긴 생각을 통해서야만 알아내는 사람이다. 그래서 오랜 시간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이제는 성과를 낸다. 나를 남처럼 대한 뒤부터.

내가 낳은 아이에게 하는 것처럼, 우리 집에 머무는 손님처럼 나를 대한다면 분명히 그 정도는 나 도하지 계획법, 게으른 계획법을 짜기가 수월할 것이며 이렇게 짠 계획이 나를 지키게 만들 것이며 지키는 시간이 쌓이면 자기 효능감이 높아지게 될 것이다.



자기 효능감이 높아지면 나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생기고, 한 단계 더 지키기 힘든 계획도 지킬 수 있게 되는 사람으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내가 시간을 지휘하는 시간이 쌓이면서 내가 무언가에 집중한 시간이 쌓이고, 그러다 보면 내 이름에 쌓인 먼지를 툭툭 털어내게 될 것이다.






제목사진 출처: Photo By: Kaboompics.com님의 사진:https://www.pexels.com/ko-kr/photo/6958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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