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관리의 본질
"이 집 어때 보이세요. "
나는 시간관리 강의를 할 때 제일 첫 사진으로 둘째가 지금보다 어릴 때 우리 집 사진을 보여준다. 바로 이 사진. 이 사진을 보면 학습자들이 킥킥 웃는다. 나이가 좀 많은 학습자들은 대놓고 큰 소리로 말하기도 한다. "이렇게 살면 안 되지 새댁이! 깨끗이 하고 살아야지!" 나는 그럼 그분의 말이 끝나자마자 대답한다. “맞습니다.”
나는 정말 그 어르신의 말이 맞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사는데 좀 깨끗이 살아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복도 들어오고 애들도 있는 집이니까. 청결도 중요하고.
"그런데 저는 이런 집에서 첫 책의 원고를 완성했습니다. 그 원고를 가지고 투고를 해서 우리나라에서 제일 오래된 전통 있는 출판사와 첫 책을 계약했어요. 그리고 글쓰기 연구소를 만들었고요. 세바시랜드 글쓰기 강의도 만들었고요. 세바시 강연을 했고요. 신문사칼럼니스트까지 되었어요. 지금은 강사가 되어서 여러분들 앞에 있고요."
시간 관리란 행동과 가치를 관리하는 겁니다.
그 말을 하고 나서 길을 걷는 시늉을 한다.
이쪽으로 갈까요, 저쪽으로 갈까요.
이쪽으로 가면 설거지를 하고 집을 깨끗이 치우고 저쪽으로 가면 글을 쓰는 거예요.
저는 이런 상황에서 가치,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인 자아실현을 위해 글쓰기라는 방향으로 걸어갔고요. 결과적으로 많은 것들을 이뤘습니다.
그리고 다시 학습자를 삥 둘러보면서 웃으며 말한다.
저도 압니다. 선생님들 말씀처럼 이렇게 살아서는 안됩니다. 다행히 지금은 집을 치워주는 분이 일주일에 한 번씩 오셔서 그때그때 깨끗하게 만들어줍니다. 그러나 저는 그때 밥솥에 밥이 72시간이 떠있을 때에도 제가 써야 하는 글은 꾸준히 썼어요. 그리고 그 결과 저는 시간을 관리했다고 생각합니다.
시간관리의 본질은 시간을 관리하지 않는 것이다. 가치를 관리하는 것이다. 내게 중요한 일이 무엇인가를 정리하는 데 시간을 많이 써야 한다. 그렇게 내린 순서대로 행동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게 시간관리이다. 그리고 사실은 나는 글을 쓰지 않았어도 집을 깨끗하게 하는 데는 서툰 인간이었다. 글쓰기를 해서 조금 더 더러워졌을 뿐이다. 그게 나인 거다. 그럼 내 기준으로 나는 원래 더러우니까 더 더러워질 것이다라는 걸 받아들여야 한다.
집은 항상 깨끗해야 한다. 이런 남들이 정해놓은 기준으로 모든 부분을 맞추게 되면 내가 모자란 부분에서 평균을 맞추는 게 좀처럼 쉽지 않다. 그 과정에서 자신을 미워하게 될 수도 있고 말이다.
더러운 집에서, 커피얼룩이 남은 커피잔이 컴퓨터 앞에 세네 개쯤 늘 있고, 읽다만 책이 컴퓨터 양옆으로 세네 권씩 꼭 쌓여있고, 볼펜과 펜이 널브러져 있는 그 공간에서 나는 글을 썼고 늘 그렇게 마감시간을 어기는 법이 없이 약속을 지키며 일을 해왔다.
당신 스스로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일이 있는가. 정말 내가 해야 할 일인가? 그 일을 항상 그렇게 먼저 해야 하는 일일까? 그게 내 가치와 부합하는, 삶에서 최우선의 일일까 생각해 보자. 그러면 아마도 당신만의 우선순위가 생기고 거기에 따라서 내가 원하는 일을 조금씩이라도 진행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내가 시간을 지휘하는 것. 그것이 시간관리이고 내 이름을 지키는 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