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브샤브를 먹다가 나는 또 울어버렸다

by 김필영



누군가와의 식사 자리에서 또 울어버렸다.



늘 울려고 우는 게 아니라 내가 말하고 싶은 문장을 끝까지, 내 입으로 나오게 하고 싶은데 그 과정에서 눈물이 난다. 그래도 이제는 시간이 조금 지난 일이라 당연히 괜찮을 줄 알고 흔쾌히 보자고 했던 식사자리였는데 어김없이 관련 이야기만 나오면 눈물이 났다.

사실은 그게 아니에요. 제가 다 말씀드릴게요. 그렇게 하려고 만난 자리도 아니었고, 이제 와서 그럴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 무슨 일이든 결국은 각자의 몫으로 정리되는 일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럼에도 나를 쳐다봐주는 그녀의 눈빛에, 말없이 샤브샤브를 완성하는 그의 모습에서 감정이 터졌다.






집에 와서 아이가 열이 나서 병원에 가고, 아이 둘과 함께 타코야끼를 먹고 아이들 방을 정리하고 닦았다. 집은 여전히 엉망이었지만 내 체력은 거기까지였다. 누워서 휴대폰을 보다가 보니 아까 울었던 게 좀 부끄럽고, 그래도, 한 달 전보다는 조금 멀리서 사건을 보니 예전에는 이건 뭐 교통사고처럼 갑자기 당하는 일인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오늘은 생각이 좀 달라졌다. 이 일은 분명 내게는 좋은 일이 아니었지만, 내가 그동안 너무 과분하게 좋은 일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2016년 남편과의 결혼부터가 그랬다. 맞지. 어떻게 만난 지 2~3주 만에 결혼을 결심하고 양가부모님께 허락도 받고, 한 달 만에 혼인신고까지 하겠어. 나는 내 인생을 조금 관망하듯 어떤 결정을 내렸기도 했지만 남편 입장에서는 나라는 사람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그냥 얼떨결에 결혼을 해버린 것이다. 추후 남편과, 시어머니 시아버지는 이렇게 집안일을 안 하고, 못하고, 어버버 한 며느리인 걸 알았다면 분명 좀 더 신중히 결심했을 텐데. 어쨌든 그때 우리는 양가부모님들께 잠깐 이쁘게 보여서 결혼까지 갈 수 있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반했다 주장하는 것과는 별개로 말이다.

그렇게 내게 생긴 시어른과 남편은 새로운 세상이었다. 세상천지에 없는 좋은 사람들. 그런 사람들 옆에서, 그런 사람들이 만든 고구마와 감을 받아먹으며. 그런 사람들의 호의를 받아먹으며 나는 글을 쓰고, 강의를 하러 다녔다. 분명, 그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고, 어떻게 남편을 만났냐라고 묻는 다면 그것은 운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가 없는 일이다.





그리고, 세바시에 출연하게 된 일. 세바시에 인생질문 코너에서 글을 써서 강연자로 뽑힐 수 있었던 것도 지금 생각하면 정말 행운이다. 그 이후, 그 영상 하나로 강의들이 들어오고는 하니까. 나처럼 아무것도 없는 사람에게 말이다. 영상 보고 연락드렸는데요,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세바시 쪽으로 절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때 글을 세바시 측에 넣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지금처럼 강의를 많이 다니지 않았지 않았을까.




또 있다. 을유문화사라는 큰 출판사에서 첫 책을 작업한 것. 단순히 출판사가 큰 것보다 출판 관련 첫 경험을, 지금은 내가 아주 좋아하는 사람이 된 편집자와 함께했다. 그가, 내 원고에 관심을 가지고, "이렇게 많이 걷는 사람 잘 없잖아요"라고 말을 했을 때. 나를 무시하지 않고 "작가님은 바보가 아니라 결핍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에요."라고 말을 해줬을 때. 나는 그때 그와 어떤 거리에서 어떤 날씨와 어떤 분위기였는지를 모두 떠올릴 수 있다. 그와의 작업이 아니었더라면 나는 출판에 대해, 책을 내는 것, 작가로 살아가는 것. 이런 것들에 대해 지금보다 폭좁게 생각하는 사람이 되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조선일보에서 신문 칼럼을 2년 동안 쓴 것, 내 브런치 글을 발견해 준 조선일보 기자님. 조선일보에서 사진 찍으러 갔을 때 반갑게 맞이해 주시고, 지금 쓴 글처럼 쓰면 된다고 이야기해 주셨던 그 얼굴을 2년 내내 칼럼을 쓰면서 또렷이 그렸다. 그러면 단단해지고 어쩐지 글을 이어서 계속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누군가가 우연히 내 글을 발견하고, 나와 함께 작업을 하고 싶다고 연락이 오는 일은 사실 내가 잘한다고 되는 일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시간들을 돌이켜보면 확실히 나는 운이 너무 좋았다. 인간관계에서도, 이번 일을 겪으면서 아니, 내가 10년 동안 한 번도 타인과 싸우지도 않고, 큰소리도 내지 않고, 항상 뒤에 ~님, ~작가님 호칭을 잘 붙이는 내가 어떻게.. 그럴 리가 없지 않나.라는 생각을 스스로 했었다. 하지만 이것도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관계에서 극단적인 갈등을 겪지 않았으니... 그냥 운이 좋았다고 말할 수밖에..





그리고 오늘, 누군가와 식사를 하면서 이번 연말부터 초까지 내게 성실하게 연락 해준 이들을 떠올렸다. 그들에게 나는 지금 현재 어떤 사람으로 남아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순간순간 그런 통화들에 내가 위로를 받았던 것은 그것과 별개로 변하지 않는다.

나는 그들 한 명 한 명의 입장과 목소리를 기억한다. 그들이 내게 해주었던 말들을 하나씩 다시 생각해 보고 순서대로 나열해 본다. 그리고 그들마다 말을 할 때 나타나는 습관들을 그럴 필요는 없지만 하나씩 머릿속으로 정리해 본다. 말 끝머리에 항상 웃음으로 마무리하는 사람. 대구 사투리가 심한 사람. 끝을 늘리며 부드럽게 말하는 사람. 그리고 카톡으로도, 물결을 많이 쓴다거나, 물음표를 두 개씩을 늘 쓴다거나, 말 줄임표를 많이 쓰는 사람.



오늘 선물 받은 꽃바구니에 꽂힌 꽃을 정리하며 생각한다. 이제는 울기만 해서는 안된다. 나를 다시 움직이게 해야 할 시기다. 나만의 속도로. 가족과 나를 지키는 방향으로.




사진출처: 해운대 샤브화 메뉴 이미지 , 개인소장 꽃바구니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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