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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필영 Mar 22. 2020

밤에는 순간 이동합니다.

코로나 때문에

 어제저녁으로 양념 반 후라이드 반 치킨을 시켰다.

요즘 들어 둘째는 본인의 아기의자에 앉지 않으려고 한다.  식탁의자에 큰애가 올라가면 둘째가 올라간다. 한 명 떨어지고야 마는 형제의 난이 일어난다. (한쪽은 벤치의자이고 의자 두 개중 한의자만 유달리 좋아한다.)

나는 뜨거운 치킨을 손을 호호 불어가면서 아이들이 먹기 좋게 살을 바른다.

그사이 아이들은 의자 때문에 남편에게 한번 혼나고 물 달라 밥 더 달라 치킨 더 달라 치킨 말고 과자를 달라 주스를 달라 우유를 달라 주문을 했다. 나는 몇 개는 허용 했고 몇 개는 허용하지 않았다. 남편은 먼저 빨간 양념을 한껏 손에 묻혀가면서 양념치킨 먹었다. 십 분 후 정신 차려보니 남편이 화장실에서 손을 씻는 소리가 들렸다.  나도 이제 먹을 수 있다. 남편은 그때부터 아이들에게 치킨을 뜯어주고 나는 나름 우아하게 치킨을 뜯어먹었다.

그리고 난 뒤 정신없이 아이들을 씻기고 아이들이 저지리 해놓은 급한 것들을 처리했다. 식탁과 의자 밑에  자꾸 밟히는 이물질을 닦아내고 아이가 바지에 오줌 싼 것의 뒤처리를 했다.  

방에서 재운다고 눕혔지만 1시간이나 아이들은 침대에서 뛰고 서로의 얼굴을 보고 놀라고 서로 까꿍 하면서 놀았다. 아이들은 깔깔 웃으며 땀을 줄줄 흘리다가 잠들었다. 그때가 12시였다. 남편도 남편 방에서 코를 골고 자고 있었다.







나는 식탁을 한번 보았다.  닭껍질과 아이들이 흩뿌려놓은 물 그리고 소스에서 시선을 거두고 다이어리를 펼쳤다. 그리고 날짜 적는 칸에 2021년 3월 22일을 적었다. 1년 뒤를 상상하며 적어 내려갔다.

1년 뒤에는 코로나가 없다. 그리고 아이들 둘 다 어린이집에 간다. 둘 다 말을 할 수 있다.(아직 둘째가 17개월로 말을 하지 못한다.) 그리고 나는 운전을 잘한다. 그래서 마음대로 가고 싶은 독서모임에 가고 차를 끌고 시내로 나가서 서점에 주차를 해놓고 책을 읽는다. 그리고 내키면 5층으로 올라가 영화도 본다.

산책을 매일 하고 매일 글을 쓰고 매일 기도를 한다. 그리고 내 책이 그때쯤이면 출판되었을 것이다. 나는 그럼 조금 의연하게 두 번째 책을 써 내려가고 있을 것이다. 노트북 앞에서 하루 2시간 정도의 시간을 보낼 것이다.

쓰면서 상상하니 즐겁다. 코로나 이게 뭐라고 라는 생각이 든다. 웃음이 나온다.     

부엌에 가서 물을 마시다고 컵을 꺼냈다. 식탁 말고 부엌도 엉망이다. 분명 이틀 전에 설거지를 완벽하게 했는데 지금은 숟가락과 젓가락 칸이 앙상했다. 그래도 나는 다시 책상으로 돌아왔다. 설거지가 넘쳐흐르더라도 그릇을 하나씩 씻다 보면 그릇은 없어지는 것은 사실이며 또 쌓이고 반복될 것이다. 설거지는 설거지이지 다른 무언가가 되지 못한다.

가끔은 1년 뒤가 아닌 10년 뒤 20년 뒤로도 순간이동을 한다. 커피숍에서 아이들은 그림을 그리고 나는 글을 쓴다. 그리고 아이들이 독서실에 다닐 때 나도 같이 독서실을 다니고 저녁으로 아이들과 같이 회를 먹을 수도 있다. 아이들은 커가고 시간이 흘러간다. 언제까지고 찰 것 같았던 기저귀를 둘째도 때는 날이 올 것이다.







 요즘 자주 기분이 왔다 갔다 한다. 기분이 좋을 때는 남편에게 큰소리를 친다.

 “남편 저 애들 둘 다 어린이집 안 보내도 될 거 같아요. 내년까지 제가 그냥 키울게요.”

그러다가 기분이 틀어지면 다시 남편에게 쪼르르 간다

 “아무래도 안 되겠어요. 당장 4월 6일에 개학하면 보낼 거예요. 애들이 말을 안 들어요.”


그렇지만 결국 내가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닐 수도 있다. 코로나가 앞으로 어떻게 되는지를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이들에게 치킨을 뜯어주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이 잠들고 나면 눈앞에 쌓인 일을 뒤로하고 글을 쓰며 내 기분을 지키는 것이다.

결국 코로나는 죽고 우리들은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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