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이 진짜 잘 안된다. 면허 딴지는 8년 정도 되었는데 그때 경찰공무원 시험 준비한다고 1종 면허가 필요하다고 해서 급하게 딴 거였다.
그런데 운전을 해보니 그냥 경찰 되는 게 운전면허보다 쉬울 것 같았다. 그래도 면허는 5번 만에 따고 경찰공무원 시험은 6번 치고도 되지 못했다. 확실히 경찰 되는 것이 더 힘들다는 교훈을 얻었다.
면허를 따고 몇 년 뒤에 결혼을 했다. 첫째를 낳고 운전연수를 받았다. 그때를 떠올리면 선생님도 나도 무슨 정신으로 받았는지 모를 만큼 정신없이 했다. 선생님은 "여기서 왜 갑자기."라는 말을 굉장히 많이 썼다.
"여기서 왜 갑자기 액셀을 밟아요. 여기서 왜 갑자기 그 차선으로 가요......" 두 시간 연습이 끝나면 등 뒤에 땀이 흥건했다.
그리고 그 후 남편과 울산에서 서울까지 가는 길에 중간중간 내가 몰았다. 속도도 130킬로씩 밟고 했다. 그런데도 뭔가 그다음 날이 되면 운전을 못하겠고 또 혼자서는 더더욱 할 자신이 없었다. 이상하게 기분이 1차선으로 가면 벽이랑 박을 거 같았다. 남편은 내가 중간 차선으로 갈 때만 제대로 간다고 했다.
그러다가 또 운전을 못하고 둘째를 낳고 다시 연수를 받았다.
이번에는 제대로 배우자 싶어 2주를 했다. 선생님이 하라는 꼬불꼬불 길도 남들은 하루 하는데 나는 3일이나 했고 어린이집 가는 길은 3일 내내 차로 10 분 거리를 반복했다.
그리고 난 뒤 또 남편과 두 달 동안 어린이집 가는 연습을 했다. 그래도 자신은 없었는데 어느 날 야간이 끝나고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는 남편이 잠이 들어버렸다. 나는 무슨 용기인지 키를 들고 아이와 나왔다.
아이에게도 단단히 일러줬다.
“다인아 엄마 이제 운전할 거야. 다인이가 시끄럽게 떠들면 엄마는 운전 못해. 우리 둘 다 생명을 지키자.”
3살인 첫째는 그때 엄마의 표정을 보고 알아차렸는지 가는 내내 정말로 조용히 있었다.
엄청나게 긴장했지만 그래도 잘 데려다주었다. 그런데 데려다주고 혼자 집으로 오는 길, 오르막길로 올라간다고 우회전을 했는데 너무 크게 한 건지 돌리고 나니 밑으로 내려오는 차가 내 차 앞에 있었다.
나는 손을 떨며 다시 후진을 했다. 다행히 뒤에 차가 없었다.
그래도 잘했어 잘했어를 외치며 집으로 왔다. 주차를 하고 집으로 올라가니 남편이 깨어있었다. 나는 여전히 손이 떨렸고 주차도 30분 넘게 걸렸지만 주차한 사진을 찍어와서 자랑을 했다.
그리고 혼자서 3번 정도 더 어린이집에 데려다주었다.
그런데 그로부터 얼마 되지 않아서 우리는 이사를 가게 되었다.
처음부터 다시 운전을 해야 했다.
예전 집과 다행히 어린이집 가는 거리가 반 정도는 겹쳐서 나머지 반만 외우면 되었다.
며칠 동안 그걸 연습하고 있다. 하고 있으면 역시 글 쓰는 게 더 쉬운 거 같고 설거지하는 게 더 쉬운 거 같다. 제일 문제는 이 아파트는 지하에만 주차장이 있다. 지하는 마치 미로 속 같다. 아무리 돌아도 똑같은 곳이 나온다. 우리 집으로 바로 우아하게 올라가려면 우리 집 통로에 주차를 해야 하는데 그곳이 어딘지 알 수가 없다. 결국 나는 그 길을 그냥 아예 외우기로 했다.
지하주차장 3층 연결통로로 들어가면 쭉 들어가서 좌회전 , 좌회전, 바로 우회전, 쭉 가서 좌 그리고 우, 바로 앞에 보이는 경차 자리에 주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