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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필영 Mar 17. 2020

좌-좌-우-좌-우-주차


운전이 진짜 잘 안된다. 면허 딴지는 8년 정도 되었는데 그때 경찰공무원 시험 준비한다고 1종 면허가 필요하다고 해서 급하게 딴 거였다.

그런데 운전을 해보니 그냥 경찰 되는 게 운전면허보다 쉬울 것 같았다. 그래도 면허는 5번 만에 따고 경찰공무원 시험은 6번 치고도 되지 못했다. 확실히 경찰 되는 것이 더 힘들다는 교훈을 얻었다.

면허를 따고 몇 년 뒤에 결혼을 했다. 첫째를 낳고 운전연수를 받았다. 그때를 떠올리면 선생님도 나도 무슨 정신으로 받았는지 모를 만큼 정신없이 했다. 선생님은 "여기서 왜 갑자기."라는 말을 굉장히 많이 썼다.

"여기서 왜 갑자기 액셀을 밟아요. 여기서 왜 갑자기 그 차선으로 가요......"
두 시간 연습이 끝나면 등 뒤에 땀이 흥건했다.

그리고 그 후 남편과 울산에서 서울까지 가는 길에 중간중간 내가 몰았다. 속도도 130킬로씩 밟고 했다. 그런데도 뭔가 그다음 날이 되면 운전을 못하겠고 또 혼자서는 더더욱 할 자신이 없었다. 이상하게 기분이 1차선으로 가면 벽이랑 박을 거 같았다.  남편은 내가 중간 차선으로 갈 때만 제대로 간다고 했다.

그러다가 또 운전을 못하고 둘째를 낳고 다시 연수를 받았다.

이번에는 제대로 배우자 싶어 2주를 했다. 선생님이 하라는 꼬불꼬불 길도 남들은 하루 하는데 나는 3일이나 했고 어린이집 가는 길은 3일 내내 차로 10 분 거리를 반복했다.

그리고 난 뒤 또 남편과 두 달 동안 어린이집 가는 연습을 했다. 그래도 자신은 없었는데 어느 날 야간이 끝나고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는 남편이 잠이 들어버렸다. 나는 무슨 용기인지 키를 들고 아이와 나왔다.

아이에게도 단단히 일러줬다.

 “다인아 엄마 이제 운전할 거야. 다인이가 시끄럽게 떠들면 엄마는 운전 못해. 우리 둘 다 생명을 지키자.”



3살인 첫째는 그때 엄마의 표정을 보고 알아차렸는지 가는 내내 정말로 조용히 있었다.

엄청나게 긴장했지만 그래도 잘 데려다주었다. 그런데 데려다주고 혼자 집으로 오는 길, 오르막길로 올라간다고 우회전을 했는데 너무 크게 한 건지 돌리고 나니 밑으로 내려오는 차가 내 차 앞에 있었다.

나는 손을 떨며 다시 후진을 했다. 다행히 뒤에 차가 없었다.

그래도 잘했어 잘했어를 외치며 집으로 왔다. 주차를 하 집으로 올라가니  남편이 깨어있었다. 나는 여전히 손이 떨렸고 주차도 30분 넘게 걸렸지만 주차한 사진을 찍어와서 자랑을 했다.

그리고 혼자서 3번 정도 더 어린이집에 데려다주었다.






그런데 그로부터 얼마 되지 않아서 우리는 이사를 가게 되었다.

처음부터 다시 운전을 해야 했다.

예전 집과 다행히 어린이집 가는 거리가 반 정도는 겹쳐서 나머지 반만 외우면 되었다.

며칠 동안 그걸 연습하고 있다.  하고 있으면 역시 글 쓰는 게 더 쉬운 거 같고 설거지하는 게 더 쉬운 거 같다. 제일 문제는 이 아파트는 지하에만 주차장이 있다. 지하는 마치 미로 속 같다. 아무리 돌아도 똑같은 곳이 나온다. 우리 집으로 바로 우아하게 올라가려면 우리 집 통로에 주차를 해야 하는데 그곳이 어딘지 알 수가 없다. 결국 나는 그 길을 그냥 아예 외우기로 했다.

지하주차장 3층 연결통로로 들어가면 쭉 들어가서 좌회전 , 좌회전, 바로 우회전, 쭉 가서 좌 그리고 우, 바로 앞에 보이는 경차 자리에 주차.

경차 자리가 자주 비어있어서 나는 거기에만 주차를 하기로 스스로 정했다.

엄마는 내가 운전을 연습하는 이 1년 동안 항상 말씀하셨다.

 “네가 운전하는 차는 절 때 안 탄다.”



나는 그때마다 속으로 ‘엄마는 운전도 못하면서......’ 했다.

그래도 1년 전에 비하면 남편이 이제 옆에서 잔소리를 덜한다. 사람답게 나를 대해준다.

아이들을 재우고 한번 더 나는 좌 좌우좌우 주차를 외우고 일기를 썼다.

차를 타고 옆사람에게 편하게 얘기하는 날이 올까?

할머니가 되어서라도 운전을 잘하고 싶다. 천천히 라도 지금보다 나아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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