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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에녹 Jul 29. 2023

그릇되게 살고 싶지 않은 마음

내가 프리랜서를 갓 시작했을 때 하는 착각 중 하나는 남들보다 시간이 많을 거라 오해한 것. 겉보기에는 출근도 퇴근도 따로 없기에 자유로운 줄 알았다. 나를 옥죄는 회사의 시스템으로부터 벗어났기에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을 줄 알았다. 프리랜서 초기에는 자유로운 매력에 취해 사람들과의 만남을 서슴지 않아 했다. 그렇게 만난 사람들과 하하 호호 별거 아닌 얘기로 시간을 보내며 속으로 생각했다.

 

프리랜서 이거 완전 좋잖아?!’

 

그렇게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얘기하고 집에 가고 또 만나고 귀가하는 시간의 연속. 모든 말에 웃음이 번지다가 문득 친구 녀석의 승진했다는 말에 마음이 쿡 찔린 듯 왠지 모를 저림이 느껴진다. 주변에서 건네는 축하 속에 내 마음을 들킬 수는 없으니 나 또한 축하를 전한다. 어쩌면 위선적일지도 모르는 축하를 말이지.

 

마음속을 깊이 들여다보면 축하하고자 하는 마음이 분명히 있다. 친구는 회사에서 정말 열심히 일했고 일터에서 인정받았다는 말과 다르지 않으니 축하해 주고 싶은 마음이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그 마음보다도 친구를 부러워하는 마음과 어디에도 속해있지 않은 내가 부족하게만 느껴졌다. 그 때문에 입에서 나온 축하 인사는 순도 백프로의 축하가 되지 못했다. 그 축하를 받은 친구는 내 마음이 이러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까.

 

나는 그릇이 참 작은 사람이구나’라는 생각부터 ‘왜 부러움에서부터 나는 자유로울 수 없을까’라는 고민을 한다. 나와 먼 사람의 성공보다 가까운 사람들의 성공을 축하해 주는 일이 내게는 참 어려운 것만 같으니까. 한 가수의'부럽지가 않아'라는 노래는 “정말 비현실적인 노랫말임이 분명해”하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 아니면 나와 같이 축하해 주는 다른 친구들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을까. 나처럼 축하한다고 말하면서 그 속에 또 다른 마음 때문에 괴로워하는 건 아니었을까. 나는 그릇이 작은 사람이라 남들 또한 나처럼 작을 거라 생각했나 보다.

 

 안에 그.릇.된 생각을 고쳐야 했다. 처음에는 솔직하게 얘기했다. 한 친구 녀석이 좋은 회사에 정직원으로 들어갔다는 소식을 전해주기라도 하면 내 마음을 솔직하게 터놓았다. 다짜고짜

 

난 네가 부럽다”

 

좋은 회사에 들어가게 돼서 참 부럽다고. 앞으로도 우리 계속 만나줘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얹고 나서 마지막에 축하한다는 말은 짧게 한다. 솔직한 마음을 터놓으니 후련하긴 했지만 이건 내 마음 편하고자 나를 위한 거지 상대를 위한 마음이 아니었다.

 

 번씩 내 삶을 건강하게 살 때가 있었다. 건강을 위해 운동하고, 하는 일에 보람을 느끼고,사람들과의 관계에도 꽤나 만족하며 하루를 살아갔다. 자기 전 하루 감사 일기는 어찌나 잘 썼던지. 내 삶에 온통 자신감으로 가득 차 이렇게만 살면 앞으로 모든 일이 잘될 것만 같았다. 그때에는 이상하게 타인은 보이지 않고 오로지 나의 삶이 어떻게 하면 건강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만 고민했다. 외부의 어떤 말에도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단단히 서 있다고 느껴지는 시기.

 

자신의 삶에 떳떳하고, 당당하다 생각되는 이때야말로 나는 축하를 진심으로 보낼 수 있었다.거짓된 마음 하나 없이 말이다.

 

어쩌면 나는 가까운 사람들의 멋진 성과에 부러워하면서도 나 스스로를 가꾸는 일에 힘쓰지 않았던 것만 같다. 지난 나의 삶을 돌아봤을 때 꿈을 가졌으면서도 그 꿈을 위해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꿈만 꾸기에 바빴다. 그러니 내 삶에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이 들 수가 없었다. 부끄럽게도 문제는 나에게 있다는 걸 알지 못한 채 질투만 가득한 이 마음은 너무 모나고도 못난 마음이었다.

 

 부족한 마음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주어진 하루에 조금씩이라도 열심을 다해야 했다. 하루에 한 페이지라도 책을 읽는 것. 10분이라도 조용히 산책하며 생각하는 것. 아침 이불은 꼭 개는 것과 같은 일상적인 부분들 말이다.신기하게도 이 사소한 것들이 쌓이고 쌓여 내 삶에 자신이 생기고. 이제는 굳이 누구와 비교하려 들지 않는다. 비교하려는 마음이 사라지니 타인은 내 비교 대상이 아닌 응원의 대상이 되었다.

 

 명의 팬이  마음으로 내가 응원하는 친구들이 승리를 쟁취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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