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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에녹 Oct 17. 2023

3번째 떠나는 일본

며칠 뒤면 나는 일본으로 간다.

 

언제부터인가 일본의 분위기를 사랑하게 되었다. 어렸을 적부터 접한 애니메이션과 만화책. 성인이 되면서 접한 영화와 J-POP. 이러한 예술 문화 중에서 나를 가장 깊게 매료시킨 것은 애니메이션 영화 '너의 이름은'. 이 영화를 접하고서부터 일본의 예술 문화에 깊이 빠져들게 되었다.


더 좋은 음악을 찾기 위해 밤낮으로 음악을 찾는다. ‘너의 이름은’을 만든 감독의 과거 작품들을 정주행하기도 한다. 때로는 그의 인터뷰까지도 찾아 읽는다. 지난번 방문한 일본에서는 굳이 일본 서점에 가서 읽지도 못할 영화 원작 책을 구매하기도 했다.


그렇기에 요즘 일본 여행을 꽤나 기대함으로 준비하고 있다. 갈 때마다 생긴 특별한 추억. 그중에 낯선 사람과 대화하며 같이 밥을 먹었던 기억. 한 번은 고등학교 선배를 일본 게스트 하우스 같은 방에서 만났다. 그전까지는 알지 못한 사람이었다. 그분과 한국 사람이라는 이유로 같이 밥을 먹었다. 어디 학교를 나왔는지에 대한 나의 물음에 ㅇㅇ고등학교라고 말했던 그 분의 답. 나는 그 말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나와 같은 고등학교였으니까. 그것도 2년 선배. 내가 입학했을 때 그분은 3학년이었다. 어쩌면 등하굣길에서 우리는 마주쳤을 수도.


그렇게 나는 학교 선배에게 소고기를 얻어먹었다. 그것도 일본에서.


또 한 번은 공원에서 기타를 치며 버스킹 하는 할아버지를 봤다. 그 할아버지와 나 사이에 있는 공통점 하나. 기타. 기타 치는 모습에 홀렸다. 그 자리에서 알아듣지 못하는 할아버지의 노래를 듣는다. 할아버지 옆으로 나와 나이가 비슷해 보이는 또래 한 명. 그분과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내게 말을 건넸다.


혹시,,,한국 분이세요?”


예상치 못한 곳에서 들은 한국어에 반사적으로 “네”라고 대답했다. 그분은 버스킹 할아버지와 예전부터 인연이 있는 분이었다. 나를 할아버지께 소개하더니 할아버지는 대뜸 내게 기타를 건네셨다. 기타를 칠 수 있다고 말한 적도 없는데. 나는 사람들 앞에서 버스킹을 인생 처음 해 보았다. 당시에는 칠 수 있는 일본 노래가 없었기에 한국 노래를 공원 한 가운데에서 불렀다. 기타를 튕기면서.


이번에도 이런 신기하고 재미난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예상치 못한 우연으로 내 여행 보따리가 더욱 풍성해지지는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다.


이번 여행에서 기대하는 것 중 하나는 여행 영상을 제작하는 것이다. 지난번 도쿄에 갔을 때도 같은 마음이었다. 기획 없이 무차별적으로 찍은 영상들은 하나의 영상으로 만들기에는 많이 허접했다. 하나의 영상으로 붙여도 이게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는 영상이었다. 나름 영상을 업으로 하고 있어서 편집본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는 어디 올리기조차 싫었다. 그래서 이번엔 여행을 가기 전에 기획을 해보기로 했다.


[도쿄 근교 여행 영상] 나름 리포터처럼 도쿄의 근교지를 소개한다. 대본도 미리 썼다. 아직 가보지도 않은 곳을 블로그나 유튜브 영상으로 미리 확인한다. 그곳에 있는 나는 어떻게 느낄지를 한국에서 미리 느껴보며 작성한다. 가져가는 장비들은 실제 현업에서도 사용되는 장비이기에 더욱 멋있는 영상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무엇보다 완벽한 영상에 대한 기대를 버리려고 한다. 영상 제작이 직업이다 보니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자꾸 몸에 힘을 불어넣는다. 남들의 시선 또한 신경 쓰이기 마련. '혹시 내가 만든 영상이 별로라고 생각하면 어떡하지.'하는 마음은 편집도 하기 전에 나를 위축시킨다. 그래서 온전히 나를 위한 영상. 완벽하지 않더라도 두고두고 추억할 수 있는 영상. 그런 영상을 만들어 보려고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본어라곤 감사합니다, 얼마입니까, 화장실은 어디입니까 뿐이다. 하지만 나중에 돌아와 돌이켜보면 보잘것없는 말로 소통을 시도했던 모습이 즐거웠던 추억으로 자리하더라. 그리고 그 순간들 덕분에 여행을 또 그리게 된다. 내가 외국어를 배우지 않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언어 능력이 떨어져서 그런 건 아니다. 곧 떠나는 일본에서는 열심히 찍어야겠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부족한 말이지만 열심히 말해야겠다.


며칠 뒤면 나는 일본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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