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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HSN 변 호 사 님 Nov 16. 2020

하버드 로스쿨은 LL.M.을 어떻게 뽑나

토플 편

하버드 로스쿨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LL.M. 입학전형에 토플은 몇 % 비중, GPA는 몇 % 비중, 추천서는 몇 % 비중 이런 식으로 구체적으로 입학요건을 써 두지 않았다. 그냥 토플은 몇 점 이상이어야 하고, 추천서는 2 부 이상 내야 하고, 법학학사나 석사 졸업생이어야 하고.... 하는 식으로 이런 저련 서류를 12/1까지 내라고만 되어 있다.  


지원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그러한 최소 요건을 맞추어야 하겠지만, 더 나아가 GPA가 더 중요한지, 토플 성적이 더 중요한지, 하버드의 눈으로 볼 때 나에게 어떤 부분이 취약한지, 어느 부분을 더 집중시켜야 합격에 더 가까워질지 알 필요가 크다. 한정된 시간과 자원의 한계 속에서 입학전형 상 최대 효율을 뽑아내야 하니까.    


하버드 로스쿨 입학처가 있는 Austin Hall. 1층은 강의실이고 2층인가로 올라가면 입학처가 있다.

 

입학처가 아닌 이상 구체적으로 어떤 기준으로 학생을 뽑는지 아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입학전후로 직접 알게 되었거나, 들어서 알게 되었거나, 카더라 뉴스까지 합쳐서 다음과 같은 나만의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아시안으로서 토플을 만 점 가까이 받으려고까지 노력할 필요는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당연히 최소 점수는 받아야 한다. (5대 로스쿨 각 토플 최소 점수 요건은 여기에 koreanlawyer-americanlawyer.tistory.com/8)  최소 점수를 받지 못하면 광탈일 것이기 때문에. 그리고 당연히 다다익선이다. 모든 서류는 점수가 높을 수록, 완벽할 수록 좋다.


하지만 하버드에서 요구하는 최소 점수를 받았고 (즉 읽기, 듣기, 말하기, 쓰기 각 영역에서 25점 이상을 받았고) 합계 점수를 100점 후반대 ~ 110점 이상 받았는데, 더 이상 토플을 공부할 여력이나 시간이 없고 다른 서류를 준비하기에 급하다,면 그 정도 점수로 만족해도 위험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건 아시안에 국한되는 이야기다. 유럽국가 출신 지원자라면 토플 점수를 훨씬 더 높게 받아야 입학에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나라 말은 영어와 어순도 다르고 어원도 다르다. 그러나 유럽국가 언어들은 영어와 어순도 같고 시제, 단어도 너무나 유사하고 어원도 같다. 그래서 유럽인들은 영어를 기본적으로 잘도 하거니와 미국에 와서 아시안보다 더 쉽게 배우는 것 같다. (우리가 일어를 유럽인들보다 쉽게 배우고 빨리 배우는 것과 같겠죠?)    


지도로 봐도 영어와 유럽어는 가까이 있네예...


하버드 LL.M.에서 만난 유럽 LL.M.들은 영어를 뭐 너무 잘했다. 북미대륙, 오세아니아 출신 LL.M들은 자국어가 영어이니 말할 것도 없고 - 이들은 토플 성적표를 내지도 않는다 - 구 영국 식민지 국가에서 온 LL.M.들(인도, 나이지리아, 스리랑카, 사우디 아라비아, 싱가포르 등)도 영어를 네이티브 수준으로 잘한다.  


그럼 나 같은 한국 토종, 일본 토종, 중국 토종, 기타 비영어권 국가 출신들은 어떡하나요? 처음부터 토플에서 다른 지원자들보다 밀리고 들어가는 것 아닌가요?


절대적으로 보면, 맞다. LL.M. 입학 후 평균적으로 전체적으로 아시아를 포함해서 비영어권 국가 출신들이 영어 실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근데 토플은 실제 실력과는 상관 없이 한국식으로 시험공부하듯이 하면 점수 더 잘 올릴 수 있는 것 아닌가요?


내 독일 LL.M. 친구는 따로 학원도 안다니고 그냥 독학 한 달 해서 115점 나왔다고 했고, 나는 학원 6달 다녀서 110점 겨우 만들었다. 시카고 로스쿨 지원자 별 토플점수 통계를 볼 기회가 있었는데, 확실히 유럽 및  구 영국 식민지 출신들의 토플점수가 높았다. 그 해 입학 전형 중에 시카고 로스쿨이 큰 실수를 했다. 아직 합격자 발표도 하기 전인데, 나를 포함한 LL.M. 지원자들에게 전체 메일로 지원자 명세 엑셀 파일을 뿌려버린 것이다!    


시카고 로스쿨의 지원자 개인정보 유출을 다룬 기사.


이름, 출신 국가, 현재 직장, 출신 학교, GPA와 석차, 토플성적, 합격 불합격 여부까지 다 적힌 엑셀 파일이었다. 처음엔 뭔지 모르고 파일을 열어봤는데... 그렇게 화려한 토플 점수는 처음 봤다. 90점대는 드물고 100점 후반 ~ 110점 후반이 엄청 많았다. 딱 보고 받은 인상은, 한중일은 대체로 토플 점수가 낮고, 인도, 유럽국가들은 토플 점수가 대부분 110점 중후반 대였다는 것이었다. 그걸 보고, 이런 점수분포는 어쩌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차이를 하버드도 아는 것 같다. 매년 LL.M. 통계를 내니까 지원자별 토플 성적 통계도 당연히 내겠죠. 그리고 180명이 넘는 LL.M을 일일이 학교가 다 챙기기 때문에 나라별 영어실력을 체감하기도 할 것이다. (학교에서 LL.M.을 담당하는 분들은 가끔 LL.M.들과 직접 면담도 하고, 브런치 자리나 티 타임, 저녁식사 같은 자리에서 끊임없이 LL.M.들과 대화한다. 이 분들이 직접 LL.M.을 뽑는다.)    


이런 통계도 내는데, 각 지원자별, 국가별, 대륙별 토플성적 통계 안내겠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LL.M. 구성이 인도, 북미, 유럽권 출신만으로 되지 않고 굉장히 다양하게 이루어졌다는 것은, 아예 처음부터 나라별 토플 격차를 염두에 두고 LL.M.을 뽑았다는 뜻일 수 있다. 한 해 LL.M 180여 명 중에 중국인이 20명으로 최다수인데, 중국 LL.M.들의 영어 실력이 LL.M. 평균적으로 상위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즉, 토플 성적이 결정적인 변수는 아닐 거라는 것. 듣기로는 하버드에선 110점 이상이면 점수 차이가 무의미하다던데,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 로스쿨 입학 전형 시에도 토익 몇 점 이상이면 점수 차이가 무의미하다는 얘기가 돌았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기본은 다다익선이다.


어느 입학 전형에서나 점수는 높으면 높을 수록 좋다. 토플이 최종 한 방은 아닐 수 있어도, 당연히 합불을 가르는 기본 변수인 것에는 틀림이 없다.


토플이 그냥 형식적인 입학요건에 그치진 않을 것이다. (i) 컬럼비아에서 읽기와 듣기에서는 각 26점 이상을, 쓰기와 말하기에서는 24점 이상을 요구하고, (ii) NYU에서는 읽기와 듣기에서 각 26점 이상을, 쓰기와 말하기에서 각 22점을 요구하는 것, (iii) 시카고와 예일에서는 총점만 넘으면 되고 각 영역 별 최저 점수는 요구하지 않는 것, (iv) 하버드에서는 각 영역 모두 25점 이상일 것을 요구하는 것을 보면, 각 학교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언어영역이 있고, 덜 중요하게 생각하는 언어영역이 있으며, 토플 점수를 다른 학교보다 상대적으로 더 중요하게 본다거나 덜 중요하게 본다거나 하는 차이점이 분명히 있다.  


학교 별 토플 요건은 여기 koreanlawyer-americanlawyer.tistory.com/8


요는, 만약 토플 성적이 도대체 100점 후반 ~ 110점 이상에서 더 이상 안오르고, 다른 서류 준비도 해야 하고, 마감일은 다가 오고 하는 급한 상황이라면, 더 이상 시간 낭비 말고 다른 서류에 집중하시라는 것이다. 물론 2년 전부터 준비해서 토플 성적을 만들 시간 여유가 충분하다면 - 토플 성적표는 최근 2년 것 까지 유효하다 - 최대한 올리는 것이 좋을 것이다. 입학에서 모든 건 다다익선이니까.  


하버드 로스쿨에 LL.M.을 어떻게 뽑는지에 대해서는 학점 편 https://brunch.co.kr/@kr-uslawyer/29 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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