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언을 받아들이는 법

by 이경란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배드민턴을 치기 위해 저녁 8시가 되면 범서중학교로 간다.

그곳에는 서부클럽이라고 칭하는 배드민턴 동호회가 학교 체육관을 대관하여 운영되고 있다.

하는 일은 모두 다르고 어떤 이해관계에 얽혀 있지 않으며 단지 배드민턴이 좋아 모여든 사람들로 이루어진 동호회이다.


배드민턴 동호회의 경우 주로 복식으로 경기가 진행된다.

범서중학교의 경우 배드민턴 코트가 6개 나오는데 그중 1곳은 레슨 코트, 2 코트는 초보자용, 나머지는 3 코트는 구력이 어느 정도 있으신 분들의 코트로 사용된다.

따라서 내가 원하는 사람들하고만 경기를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 먼저 준비 운동이 끝난 순서에 따라 비슷한 급수끼리 4명을 맞추어 25점 복식경기가 진행된다.

동호인의 경우 시에서 개최하는 동호인 대회에 나가서 우승을 하면 승급이라는 것을 하게 되는데,

처음 대회를 나가는 사람의 급수를 초심, 초심에서 우승하게 되면 D조, 그다음은 C조, B조, A조, S조로 승급하게 된다.

급수가 비슷하게 경기에 들어가야 4명 모두 운동량을 충족할 수 있다. 급수가 들쭉 날쭉한 4명이 경기에 들어가게 되면 렐리가 이어지지 않아 4명 모두 재미없는 시간을 보내게 된다.


나 역시 체육관에 가면 나의 급수인 A조와 비슷한 급수의 언니들과 경기를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복식은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하면서 서로의 빈틈을 메워 주며 손발을 맞춰야 이길 확률이 높다.

그래서 난 경기 중 실점했을 때 상대를 탓하기보다는 ‘내가 그 순간 더 좋은 판단을 했었어야 하는데, 그전 플레이에서 코스를 다르게 줬더라면..’ 등과 같이 나의 플레이를 반성하는 편이다.

실점으로 속이 상하더라도 상대를 탓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이때 나 보다 구력이 많은 짝지 언니가 ‘공이 짧아 더 길게 보내야지’ 등의 조언을 할 때가 종종 있다.

짝지 언니의 말이 백번 옳다. 그런데 나 스스로를 탓하고 있었는데 옆에서 들리는 조언이 꼭 나를 탓하는 것처럼 들려서 표정이 확 굳어 버린다.

코트가 살얼음판이 된 듯하다. 나를 뺀 3명이 제일 어린 나의 눈치를 본다. 나 참 못났다.


코트가 제한적이라 다른 사람들의 경기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경기를 해야 하는 상황들이 있다. 이럴 땐 다른 사람들의 경기를 집중해서 보려고 한다.

밖에서 경기를 보고 있으면 코트 안에 있을 때 보다 경기의 흐름이 잘 보인다.

소싯적 테니스를 치셨다던 중년의 남성 회원분이 계신데 그분의 경기를 보고 있자면 ‘나도 저런 스윙을 하고 싶다. 나도 저런 코스로 셔틀콕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만큼 기본기가 뛰어나고 전술적으로 탄탄한 분이시다.

그런데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하룻강아지 남자애가 그 분과 파트너가 되어 경기를 이어나가던 중 그분에게 스윙할 때 손동작에 대해 조언을 하는 거다.

그분은 ‘어~ 그래~ 왜 잘 안될까~’ 하면서 맞장구를 쳐주시며 하룻강아지의 말을 경청해 주시더라.

‘이것은 뭐지?’ 실력에서 나오는 여유인가? 인품에서 나오는 아우라인가?

무엇이 되었든 나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난 아직 조언이 도움이 아니라 평가나 지적처럼 들린다. 평가나 지적처럼 들리기 때문에 ‘네가 부족한 거야’로 인식되는 듯하다.

그럼 조언을 평가나 지적이 아닌 것처럼 들리는 방법을 찾으면 조금 해결될 수 있을까.


소싯적 테니스를 치셨던 범같으신 중년의 남자 회원분은 하룻강아지의 조언을 평가나 지적처럼 듣지 않으신 걸까?

하룻강아지의 귀여운 의견으로 듣고 ‘오구오구 귀여운 녀석’ 정도로 넘기실 수 있는 여유는 어디에서 오는가?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

실력이 많은 사람이든 그렇지 않은 사람이든 저마다의 관점에서 느끼는 그대로를 의견으로 낼 수 있다.

그것은 그 사람이 나를 평가하거나 지적하고자 함이 아니라 그저 느끼는 그대로를 말해 줄 뿐이다.

그러니 나도 그 의견을 듣고 ‘이런 관점은 나의 생각과 같구나. 이런 관점은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관점이 하나 추가 되었구나 ‘ 정도로 좀 심플하게 생각해 봐야겠다.


하룻강아지가 범에게 준 조언은 분명 범도 알고 있는 내용이었을 거다.

그분은 그걸 지적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하룻강아지의 의견이 나와 같구나. 자식 많이 컸네’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이런 나의 짐작이 맞는지 돌아오는 목요일에 실험해 봐야겠다.


조언을 들었을 때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그 사람의 관점이 나와 같은지 다른지 비교해 보고

같다면 ‘역시 내가 틀리지 않았네’라고

다르다면 ‘이런 관점도 있구나. 추가’라고

평가나 지적으로 오인하지 않도록 주의해 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