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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구나 Aug 01. 2024

차장님이 사무실 쓰레기통을 치운 이유

좋은 마음 좋은 생각 좋은 행동


여러분, 일하시는 직장에서 본인 자리에 쓰레기통이 있으신가요?
사무실을 돌아다니다가 특유의 연두색 형광 쓰레기통이 팀장님 자리에 있던 것을 보고 옛날 생각이 나서 글을 적게 되었습니다.

전 직장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공장에서 서울로 발령을 받고나서 한 팀에서만 계속 근무를 하다가 드디어 제가 원하는 다른 팀으로 부서 전배를 가게 되었습니다.

해당 팀으로 가게되면서 평소에 친하게 지내던 차장님과 한 팀이 되었습니다.
차장님은 친절하게 제 자리도 챙겨주시고 필요한 비품들을 후배들을 통해서 준비하게끔 해주셨지요.
제가 이직을 하면서 많이 속상해하시고 지금도 농담삼아 돌아오라고 이야기 해주시는 좋은 분이십니다.



그때 차장님 후배를 통해서 준비해준 물품 중에서 책상 밑에 두고 쓰는 개인 쓰레기통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 쓰레기통을 후배한테 받고서 잠깐 생각에 잠겼다가 후배에게 필요없을 것 같다고 도로 가져가 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그렇게 정착해서 근무하던 어느 날 차장님이 제 자리에 개인용 쓰레기통이 없는 것을 보고서 저에게 물어보셨습니다.

차장님 : "라구나야, 왜 쓰레기통 안 쓰냐?"
라구나 : "아~그냥 제가 바로바로 버리는 게 편해서요"
차장님 : "개인용 쓰레기통에 버리면 여사님들이 알아서 치워주시는데.."
라구나 : "아아...쓰레기통 하나라도 줄어들면 여사님들 덜 힘드실 것 같아서요. 제 쓰레기는 제가 치우면 되니까요..."

차장님은 제 이야기를 듣고서 잠시 생각을 하시더니 알겠다고 하시고 대화는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출근을 하는데 차장님 자리에 보이던 형광색 쓰레기통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차장님이 출근하시고 제가 여쭤봤습니다.

라구나 : "차장님, 쓰레기통 어디갔어요?"
차장님 : "나도 치워버렸어"
라구나 : "헉 왜요?"
차장님 : "너가 그렇게 말 하는데 내가 어떻게 쓰냐~"


저는 과장이었고 차장님과는 4~5살 차이가 났습니다.
차장님이 결혼을 늦게하셔서 아이들 나이도 비슷하고 부동산이나 주식투자에 관심이 많아서 서로 재테크 이야기를 서슴없이 하는 사이였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차장님이었지요

누군가가 좋은 말, 좋은 생각으로 좋은 이야기를 해도 그걸 듣는 사람이 그 말을 들을 준비가 안 되어있거나 들을 수 없는 상태라면 아무리 좋은 말을 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차장님도 좋으신 분이고 남을 배려하는 착한 마음을 가지고 있으시기 때문에 제 이야기에 공감하신거 아닐까요?
차장님이 생각하시기에도 한 두사람이 조금만 불편하면 여사님들이 편해지실 수 있으시니 조금이라도 짐을 덜어들이고 싶은 마음이 있으셨을 것입니다.

세상을 살다보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다른 사람에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누군가는 그런 것들이 '돈을 받으니까 당연히 해야 하는 것'으로 이야기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세상을 꼭 '주고 받는 것'으로 생각을 하면 오히려 내 인생이 억울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는 세상을 위해 이만큼 해주는데 내가 받는 것이 무엇이 있는지 말이지요.

차장님이나 저나 무엇인가를 바라고 쓰레기통을 치운 것이 아닙니다.
그저 여사님들이게 아주 조금이라도 짐을 덜어들이기 위한 마음입니다.

무엇인가 바라고 행하면 행하지 않는 것보다 못합니다.
금도끼 은도끼 전래동화에서 금도끼를 원하고 자기가 쓰던 도끼를 강 속에 집어넣은 욕심많은 나무꾼 이야기를 보시면 알 수 있습니다.
원하고자 하면 얻을 수 없고 원하지 않으면 얻을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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