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잘 크고 있다.
아직까지는 강남으로 갈아타기를 포기하지는 않았다. 예전에는 여자여차 하면 갈 수 있을 것 같다는 각이 보였지만 요즘은 각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
84에서 59로 줄이는 생각은 하고 있지 않아서 84를 유지하려면 또 재개발 입주권을 알아보는 방법밖에 없을 것 같다. 그렇다면 아마 강남/서초는 못 갈 확률이 높다. 그리고 내 마음 속에도 강남/서초보다는 한강이 중요하다는 생각의 면적이 넓어지고 있다.
강남을 가는 것이 부동산 시세차익도 있겠지만 다른 요소로는 '학군'이 있다. 다만, 내가 두 딸을 키우는 방식과 태도를 봐서는 강남에 가는 것이 크게 의미가 있을까 싶다.
지금까지 두 딸을 키우면서 학원을 보내거나 무엇인가 배우기 위해서 돈을 쓰지 않았다. 유일하게 첫째 발레를 시켜보려고 했으나 연습 수업에서 조금 하다가 누워만 있는 것을 보고 아직 하기에는 이르다는 결론을 내렸다.
두 딸의 친구 부모들을 만나면 다들 바쁘다.
발레 학원
미술 학원
음악 학원
축구/수영 교실
이런 것 뿐만 아니라 테블릿으로 교육하는 그런 것들도 많이들 하고 가정방문 교사도 많이 한다.
그런데 나는 그런 것을 하나도 하지 않고있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월화수목금 아이들이 회사 어린이 집에서 9시부터 7시까지 보내는데 주말까지 아이들을 다른 곳에 맡기고 싶지가 않다.
토일 이틀 뿐이지만 사실상 하루는 놀고 하루는 쉬는 형태이기 때문에 같이 있는 시간이라도 놀아주고 함께 있어주고 싶다.
둘째, 아무 것도 하지 않지만 아이들이 잘 크고 있다.
겉으로 봤을 때 잘 크고 있다. 키도 크고 잘 논다. 무엇보다 대화를 하거나 행동하는 것을 봤을 때 내 딸들이지만 각자만의 성향과 특색이 있다.
첫째는 감수성이 깊고 색감이 좋고 문학적인 표현을 잘 한다.
둘째는 소심한척 당돌하고 몸을 잘 쓴다. 레슬링 을 잘 할 것 같지만 여자 레슬링은 없으니 유도를 하면 참 잘할 것 같다.
그렇다고 아무 것도 안 시킬 수는 없지만 지금은 계획이 없다. 내 욕심에 두 딸이 배웠으면 하는 것은 바이올린이다. 바이올린이나 악기는 꼭 배웠으면 하고 그 다음이 수영/미술이다.
인내심을 쌓고 창의력을 발산하기 위한 도구로 예체능은 기회가 되면 알려주고 싶다.
육아를 해보니 남들이 이것저것 한다고 해서 휘둘리면 한도 끝도 없다. 쇼파에 앉아서 두 딸을 보면...
튼튼하고 건강하고 밝게 잘 컸다.
충분히 만족한다.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그리고 남들보다 조금 늦더라도 본인들이 필요해서 스스로 배우고자 하면 그때는 내가 능력이 되는 한에서 최대한 도움을 주려고 한다.
나도 초등학교때부터 반에서 상위권이었고, 중학교까지도 반에서 1~3등을 했다. 당시에 광명이 비평준화여서 고등학교는 가장 가기 어려운 고등학교를 갔다.
가고나서 중하위권으로 등수가 점점 빠지더니 공부가 재미없어지고 공부를 하는 것과 내 인생이 무슨 연관성이 있는지 모르니까 열심히 하지도 않았다.
결국 수능에서 낙방하고 친구들 다 이름 있는 학교를 가고 내 스스로 필요성을 느껴서 공부를 하니까 그때 진정으로 공부를 하게 되었다.
빨리 잘한다고 꼭 끝까지 잘 하는 것은 아니다.
내 스스로가 필요를 느끼도록 해야한다.
두 딸들도 스스로 갈증을 느끼고 스스로 하려고 할 때까지 나는 기다리려고 한다.
그래도 늦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독서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아빠인 내가 모범을 보이고 독서가 중요한 환경은 지속 만들어주려고 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