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 언 15년 차.
이 정도 연차에서는 직장에서 승부를 보려면 회사 일에 집중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회사 일에 집중한다는 것이 단순히 일만 집중해서 열심히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직장에 충성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직장의 충성도는 일반적으로 직장에 투자하는 시간과 비례합니다. 사회가 많이 변화기도 했지만 아직도 직장 상사들은 직원들이 회사에 오래 있기를 바랍니다.
즉, 일찍 퇴근하는 직원들을 좋게 볼리가 없다는 것이지요.
임원이나 팀장 입장에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본인들이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본인들이 필요할 때 일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을 필요로 합니다.
일과 시간 내내 회의에 이끌려 다니다가 퇴근 시간쯤 와서 일을 시켜야 하는데 퇴근시간이라고 퇴근해 버리는 직원을 좋아할 수는 없습니다.
'성과'
성과를 위해서라면 직원들을 도구처럼 활용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바뀌기가 어려운 사회적 인식입니다.
회사가 돈을 벌고 성과를 창출하는 것이 최우선이지 직원의 가정의 최우선이 아닙니다.
물론 직장 상사도 가족을 바라보겠지만 직장상사가 가족을 바라본다고 직원들에게 피해와 압박을 주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일반 직원보다 좋은 위치에 있기 때문입니다.
어느 정도의 본인 삶과 회사일에 통제권을 가질 수 있는 위치에 있습니다.
예를 들면 임원은 가족과 해외여행을 갈 일정을 직원들에게 이야기하지 않고 준비하고 회사일도 그 일정에 맞춰서 할 수 있지만...
말단 직원들은 갑작스럽게 생긴 회사 업무 일정과 가정사가 충돌하는 경험을 안 겪어 보신 분들은 없을 것입니다.
딸의 학예회와 거래선과 중요한 미팅
아들의 축구시합과 임원 보고
영화나 드라마에서만 있는 일이 아니라 아들, 딸 키우는 부모에게는 빈번하게 일어나는 선택의 문제입니다.
직장 어린이집으로 두 딸을 데리고 다니면서 어쩔 수 없이 눈치를 보고 살 수밖에 없습니다.
업무 시간에 최대한 집중해서 업무를 끝마치더라도 6시에 칼퇴근하는 사람이라는 눈총에서 자유롭기는 어렵습니다.
이해까지는 바라지를 않습니다.
"오, 라구나 과장은 아이들 있으니까 일찍 들어가 보세요. 남은 일은 우리끼리 할 테니까요."
이런 사람은 바라지도 않습니다.
회사가 학교 동아리가 아니니까 어쩔 수 없이죠.
최소한 퇴근 시간 전에 불러놓고 업무 지시를 하고...
"내일까지 가능하죠?"라고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의 특징은 이렇습니다.
"나는 드라이한 사람이야."
"나는 업무 성과로만 이야기해."
"회사니까 개인적인 일은 사사롭게 생각합니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오히려 퇴근시간을 지킬 수 없는 일을 시키는 것이 개인의 삶을 침해하는 것 아닐까요?
'고과권'이라는 무기를 들고 개인의 삶을 침해하는 방식입니다. 직장인의 숙명일까요?
그래도 우리 아버지 시대보다는 육아환경이 좋아졌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어려운 환경입니다.
저출산을 사회적 문제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정치인,
경제활동을 하는 기업, 기업에서 일하는 높은 사람들의 생각은 아직도 과거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제는 어쩔 수 없이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살기 어려운 저성장 고물가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엄마, 아빠가 대부분 경제활동을 위해서 회사를 다니기 때문에 회사, 직원, 그리고 정부까지 같이 육아의 어려움을 고민하지 않으면 출산율 문제는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기업의 본질이 '이윤 창출'이지만 그 논리만으로 기업이 존재하기에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회적 책임이 커져버렸습니다.
저는 그래도 그나마 대기업을 다니고 있으니까 좋은 환경에서 애를 키운다고 생각하는데 친구들 중에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을 하는 엄마 아빠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참 아기 키우기 힘든 환경입니다.
대기업은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으로 회사가 돌아가기 때문에 사람 한 명 빠진다고 큰 영향은 없지만 중소기업은 다릅니다.
원래 직원수도 적고 빡빡하게 운영이 되는데 사람 한 명이 빠지면 그만큼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지요.
최근에 제 친구 중에도 중소기업에 다니는 친구가 둘째가 태어나면서 어쩔 수 없이 육아휴직을 한다고 회사에 이야기를 했더니...
"어렵다."는 이야기와 함께 '사직'을 권고하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합니다.
어렵습니다.
애를 키우는 가족들도 힘들고
먹고살고자 하는 기업들도 힘듭니다.
퇴근을 하고 어린이집에 가서 딸들을 데려가야 한다는 압박과 부담감이 있으면 회사에서 일을 스스로 만들어서 벌이기가 어렵습니다.
업무를 열심히 하더라도 주어진 일만 최우선적으로 할 수밖에 없는 소극적인 시기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 시기를 잘 겪고 나오면 또 회사를 위해서 달려가야겠지요.
그럼에도 아빠는 이 마음 하나로 참고 견딥니다.
'그래, 딸들만 잘 커주면 아빠는 이겨낼 수 있어.'
몸과 마음이 지친 상태로 딸들을 하원하러 갑니다.
예전에는 퇴근하고 동료들과 저녁을 먹으면서 반주도 하고 자유롭게 시간을 보냈지만, 아이가 생기고 또 아이들과 함께 출근을 하면서 그런 시간을 갖기도 어려워졌습니다.
제가 퇴근 후 동료들과 저녁이라도 먹으려면 와이프가 와서 대신 하원을 해야 하니 스케줄 관리가 철저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래도 어린이집에 도착해서 딸들을 보면 마음이 녹습니다.
특히, 둘째는 아직도 저를 보면 멀리서부터 환호하고 달려옵니다. 저에게 달려오는 둘째를 보며 저는 환하게 미소 짓습니다.
딸이 저한테 폭 안기지만
사실은 제가 딸에게 폭 안깁니다.
딸을 통해 제 존재의 가치가 느껴집니다.
첫째는 미술작품을 만드는 동안 제가 오면 조금 기다려달라고 하고 자기 기분에 따라서 반기기도 하고 반겨주지 않기도 합니다.
제가 간식을 챙겨 왔는지에 더 관심이 많습니다.
"아빠, 맛있는 거 가져왔어?"
두 딸이 짐을 챙겨서 바로바로 나가면 좋겠는데, 하원을 하는데도 한참 걸립니다.
친구들과 수다 떨고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집에 가자고 해도 말을 잘 듣지 않습니다.
아빠 배는 꼬르르륵...
겨우 데리고 나와서 차에 태우고 집으로 갑니다.
집까지 차가 안 막히면 15분이면 오는데 퇴근길은 길이 막혀서 보통 30분 정도는 걸립니다.
집에 오는 길에도 딸들의 신청곡을 틀어주느라 바쁩니다.
드디어 집에 도착하였습니다.
집에 와도 할 일이 많습니다.
이제는 스스로 씻으라고 연습을 하고 있지만 딸들 샤워하는 것도 도와줘야 하고 씻고 나오면 머리도 말려줘야 하고 양치도 도와줘야 하고 감기 걸리면 약도 꼬박 챙겨줘야 합니다.
그리고 왜 이렇게 먹을 것을 좋아하는지 밤마다 간식을 찾습니다...
저도 씻고 나와서 대충 밥을 차려서 먹으면서 아이들이 필요한 것들을 도와줍니다...
그리고 금방 잘 시간이 다가오고 아가들 책을 읽어주면... 저도 잠이 몰려옵니다.
두 딸과 함께 안방에서 '하푸'를 틀어놓고 잠이 듭니다...
하루가 참 깁니다.
아빠의 하루도 긴데, 제 시간은 많지 없습니다.
아이들이 없었을 때 즐긴 자유가 존재했던 것인지조차 생각이 잘 안 납니다.
딸들로 인해 살면서 경험해보지 못한 행복을 맛보고 있지만 그와 동시에 아빠라는 책임의 무게게 무겁게 느껴집니다.
그럼에도 아빠는 견뎌내야 합니다.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두 딸의 아빠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