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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딸과 함께 아침 출근은 전쟁터!

by 라구나


두 딸의 아빠는 아침 5시 30분에 일어납니다.

옷을 갈아입고 집 바로 앞 커뮤니티 피트니스에 가서 6시부터 40~50분 정도 운동을 합니다.
두 딸을 키우기 위해서는 체력이 필수입니다.
격하게 운동은 못하지만 그래도 피트니스에 꾸준하게 가서 아침 도장을 찍습니다.

집에 와서는 씻고 간단하게 아침을 먹는 날도 있고 아닌 날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두 딸이 슬슬 일어납니다.
아빠는 딸들을 보고 외칩니다.

"호랑박사다!!!"

두 딸이 가장 좋아하는 '괴물 놀이'로 아침을 시작합니다.
'호랑박사'가 도대체 무엇인지 모르지만 언제부터인가 괴물의 이름은 호랑박사입니다. 호랑박사가 두 딸을 잡아먹을 것처럼 장난을 치면서 두 딸에게 뽀뽀를 퍼붓습니다.
그리고 인사합니다.

"잘 잤어? 사랑해."
"나도 사랑해."

두 딸은 이내 이불로 숨지만 호랑박사는 냉정하게 오늘 입을 옷을 내려놓고 이야기합니다.

"스스로 옷 입어."

작년까지는 두 딸 옷을 하나하나 입혀줬는데 올해부터는 스스로 입는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두 딸은 몇 번을 말해도 느릿느릿 움직이고 "엄마 나 다른 옷 입을래!"를 반복합니다.

옷 입고 쉬하고 식탁에 앉아서 가벼운 아침거리를 주고 와이프가 딸들의 머리를 묶습니다. 그러는 사이 감기 걸리지 말라고 이런저런 영양제를 챙겨주고 어린이집 짐을 싸서 등원할 준비를 합니다.

"딸들아 출근하자!"

소리를 지르지만 현관문으로 오지 않고 여기저기 숨거나 앉아서 책을 봅니다.

"얘들아 아빠 늦어서 이제 가자~"


이런 이야기를 3~4번은 해야 또 느릿느릿 거북이처럼 현관문으로 모입니다.

아이들이 잘 훈련된 군인처럼 딱딱 움직이면 좋겠는데 그러면 아이가 아니겠지요...

여차여차 준비해서 8시 금방에 집을 나섭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다가 엘리베이터를 타는 이웃들이 있으면 제가 먼저 인사합니다.

"안녕하세요"

그런데 아이들은 몇 번을 이야기해도 인사를 할 때 있고 안 할 때 있습니다.
다행히도 자주 보는 이웃들이 저희 두 딸을 예뻐합니다.

주차장에 도착해서는 뒷좌석에 두 딸을 채우고 한 명 한 명씩 카시트 안전벨트를 채우는데 이것도 맨날 채우는 것이 일입니다.

드디어 시동을 걸고 출근과 등원을 합니다.
차에서 또 아이들의 요구가 쏟아집니다.

"아빠 노래 틀어줘!"
"아직 꽃무늬 안 나왔어!"

'꽃무늬'가 뭔지 아십니까?
바로 블루투스 표시입니다.
아이들에게 블루투스 표시가 나와야 핸드폰이랑 연결되어서 노래가 나온다고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블루투스 표시가 보면 장미 덩굴처럼 생겨서 꽃 무느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꽃무늬가 나왔다고 하면 노래를 틀어줘야 합니다.
어느 날은 인어공주, 어느 날은 모아나, 어느 날은 라이언킹, 티니핑. 헬로카봇, 시크릿쥬쥬 등등..

자기들 원하는 취향의 노래를 틀어달라고 합니다.
저는 귀찮아서 나오는 대로 들으라고 하면 억지 고집을 또 피웁니다.

"헬로카봇 틀어달라고!!!"

버릇이 없는 건지 어려서 그런 건지 매번 고민이 됩니다...
적당히 타협해서 원하는 노래를 틀어주는 경우도 있고 제 맘대로 고집을 부려 나오는 대로 들으라고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끔은 딸들이 자기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울기도 하고 저도 화를 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출근길에 트러블 없이 주차장까지 도착하면 아침을 시작하는 기분이 좋은데 딸들과 티격태격하고 오면 기분이 좋지 않고 아빠의 마음이 아픕니다.

회사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어린이집으로 올라갑니다.
주차를 도와주시는 직원분들의 얼굴도 익숙하고 저희 딸들 이름도 알고 상냥하게 인사해 주십니다.

어린이집에 도착하면 선생님들이 즐겁게 반겨주십니다.
입구에서 신발을 벗는데도 한 세월을 보내는 아이들이라서 저는 먼저 신발을 벗고 들어가서 첫째 딸 수저 세트를 올려두고 가져간 옷가지가 있으면 두 딸의 사물함에 차곡차곡 넣어둡니다.

그 사이에 딸들은 신발장에 신발을 올려두고 저에게로 달려와서 양말을 벗고 웃옷을 옷걸이에 걸어둡니다.
둘째는 아직 어려서 서툰데 혼자 어떻게든 해보겠다고 합니다.
제가 조금이라도 도와주면 또 투정을 부립니다.

"내가 할 거야!"

스스로 해보는 것이 중요하니까 혼자서 하도록 내버려 둡니다.
슬슬 출근시간이 다가옵니다.

딸들에게 서둘러 아침 종일반으로 들어가라고 하는데 두 딸은 어린이집 내부 놀이시설에 숨거나 책을 읽어달라고 조릅니다.
또 어쩔 수 없이 좀 놀아주거나 책을 읽어주고 이제는 진짜 가야 한다고 하고 아이들을 각각 종일반에 넣어줍니다.

이제 첫째는 많이 커서 혼자서도 종일반에 갈 때가 있는데 둘째는 자꾸만 들어가지 않으려고 떼를 씁니다.

둘째 : 아빠 안아줘!~~
라구나 : 딱 3번만 안아주고 아빠 간다
둘째: 웅웅

천천히 숫자를 세면서 딸을 꼬옥 안아줍니다.
아직도 둘째에게서 아기 냄새가 납니다.

귀염귀염 한 아기향이 제 마음을 잠시 평온하게 해 줍니다.

천천히 셋을 세고 둘째를 선생님께 넘겨드리면 둘째는 저를 향해서 손을 뻗습니다. 하지만, 아빠는 어쩔 수 없이 매몰차게 그 시선을 뒤로하고 회사로 갑니다. 출근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어린이집에 아이들을 데려다 두고 나오면 갑자기 자유가 된 기분입니다.
아이들과 있을 때는 두 딸의 아빠였지만 두 딸이 없는 이상 차갑고 말 없는 도시의 직장인이 돼버립니다.

출근시간이 얼마 안 남았습니다.
서둘러 회사로 달려갑니다.

두 딸을 데리고 출근하는 아빠는 아침부터 전쟁터입니다.
아직 진짜 전쟁터에는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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