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둘째가 태어났습니다!

만약에 아들이었다면...

by 라구나

특별히 출산을 계획하지는 않았지만 최소 둘은 낳아서 키우고 싶었습니다.

그럼에도 생각보다 둘째가 일찍 생겨서 살짝 당황했지만, 생명의 탄생은 기쁘고 축복받아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


첫째가 딸이었지만 둘째도 딸을 원했습니다.

저희 집은 형과 저 아들 둘인 집안입니다. 아들 둘인 집은 사뭇 진지하고 재미가 없습니다.

부모님께 죄송할 뿐입니다.

아들이 있는 집과 딸이 있는 집의 분위기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로는 오직! 딸! 딸만 생각하였습니다.


둘째가 생기고 드디어 성별을 구분할 수 있는 시점이 왔습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초음파 검사를 하러 갔습니다.

이제는 제법 많이 본 초음파이지만 볼 때마다 잘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둘째 초음파 사진을 보는데 뭔가 이상한 게 하나 달려 있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선생님께서 오늘은 잘 확인이 안돼서 모르겠고, 다음에 내원할 때 다시 한번 초음파 검사를 해보자고 하셨습니다.


와이프와 저는 병원을 나와 근처 설렁탕 집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었습니다.


아내 : 아들인 것 같아? 딸인 것 같아?

라구나 : 뭐 이상한 게 하나 달려있는 것 같던데...

아내 : 그럼 아들인가?

라구나 : 아들 같아...


아들이라고 생각하니 갑자기 머리가 어질어질하였습니다.

저처럼 말도 안 듣고 재미가 없는 아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진심으로 무거웠습니다.

(아들을 두신 분들께 죄송합니다 ㅠ.ㅠ)


아내 : 그렇다 이렇게 침울해해? 아기한테 그러면 안 되지

라구나 : 알지... 근데 그냥 기분이 그렇네...


둘째도 딸을 원했지만,

그래도 첫째로 누나가 있으니 둘째가 아들이라도 누나가 있으면 좀 착하고 애교 많은 아들로 크지 않을까 위로했습니다.


그러고 한 달 뒤,

다시 산부인과에 초음파 검사를 하러 갔습니다.


선생님께서 진지한 얼굴로 초음파 검사를 하셨습니다.

저는 제가 본 이상한 거 하나가 정말로 달려 있는지를 주목해서 봤습니다.

제가 잘 못 본 것이기를 바랐지요.


그리고 아무 말 없이 검사에 집중하던 초음파 선생님께서 드디어 입을 열었습니다.


"예쁜 공주님 같네요."


만세!!! 만세!!! 만세!!!


뭐 하나 달려 있는 것 같이 보였는지 제가 잘 못 본 것이 맞았습니다. 그렇게 작은 아이에게서 그게(?) 보일 리가 없겠지요.


제가 원하던 딸 둘입니다.

둘째도 딸이라는 생각에 얼마나 기쁘고 행복하던지요.

솔직한 마음으로는 셋째를 낳는다고 하면... 이제 셋째는 아들을 낳고 싶습니다.


아내 : 그렇게 좋아?

라구나 : 좋지 좋아.


딸이 둘이라고 생각하니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태어나지도 않은 둘째이지만 제 머릿속으로는 순식간에 행복한 네 가족의 미래를 떠올렸습니다.


둘째 공주님의 탄생

언니와 함께 같이 어린이집에 다니는 모습

언니와 같은 초등학교에 다니는 둘째

여름에 강릉 경포대로 가족 휴가

수능시험을 보는 딸을 기다리는 우리 가족

가족들과 다 같이 유럽으로 떠나는 배낭여행

퇴근한 딸들과 금요일 저녁에 소고기에 와인 먹는 행복한 집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모든 상상들이 딸들과 함께 행복하게 즐거운 모습입니다.

실제로 그렇게 살 수 있을지는 아빠 하기에 달려 있겠지요.


아직은 조금 쌀쌀한 3월의 봄.

둘째는 첫째가 태어난 옆 분말실에서 건강하게 태어났습니다.

첫째가 태어났을 때는 눈물이 나왔는데, 둘째를 보고는 눈물은 나지 않더군요.

그럼에도 너무나도 사랑스럽고 저보다 소중한 딸이었습니다.



키워보니 둘째가 확실히 더 애교 있고 귀여움을 잘 떨었습니다.

그게 자기가 먹고 살아갈 수 있는 생존의 길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아는 것일까요?

날이 갈수록 더 사랑스럽고 귀여운 막내딸이었습니다.


아직은 어린 둘째지만 그래도 첫째가 리드해서 동생과 사이좋게 노는 모습을 보니 행복이 2배, 3배 이상으로 커졌습니다.


만 0세 일 때는 아파트 내 신규 구립 어린이집을 다녔습니다.

언니가 다닌 거의 20~30년이 된 동네 어린이집과 비교하면 시설도 좋고 깨끗하고 좋았습니다.

그렇게 1년이라는 시간이 후딱 지나서 둘째가 만 1세가 되자 드디어 언니와 함께 직장 어린이집을 다닐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어린이같이 제법 큰 첫째와

아기같이 귀여운 둘째와 함께 출근을 시작하였습니다.


두 딸의 아빠는,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습니다.

그럼에도 힘을 낼 수밖에 없지요.

뒤 칸에 앉은 두 딸이 아침마다 노래를 불러주는데요.


keyword
이전 05화강남 대신 마포에 집을 산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