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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딸이 다릅니다.

by 라구나


겨울바람의 시작을 알리는 12월 초겨울에 태어난 첫째와 겨울바람의 끝을 알리는 3월 초봄에 태어난 둘째.

겨울이라는 계절의 시작과 끝에 태어난 두 딸은 엄마/아빠가 같은 공통점을 제외하고는 생김새도 성격도 모두 다릅니다.

첫째는 감성적이고 마음이 참 착합니다.
얼마 전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 해봅니다.

어린이집에서 집으로 오는 하원 길에 봄 날씨가 좋아서 아이들이 앉은 뒷좌석 자리를 열어주었습니다.
문을 열어주면 두 딸이 그렇게 좋아합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밤바람이 싸늘해서 금방 문을 닫았습니다. 그때부터 갑자기 둘째가 울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저는 혹시나 감기가 걸릴까 봐 걱정이 되어서 집에 올 때까지 문을 꽉 닫고 왔는데 둘째가 계속 창문을 열고 싶어서 울었습니다.

결국, 주차장에 도착해서까지 울고 만 둘째는 울음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둘째는 계속 다시 밖으로 나가서 문을 열라고 합니다. 저는 그런 경우는 생각도 못하는 비효율이라서 강대강 모드로 나가고 있었는데 첫째가 이런 말을 하는 것입니다.

첫째 : 아빠, 동생이 나가고 싶어 하잖아요 한번 나가줘요~

저는 돈과 시간의 결핍을 가지고 살아왔기 때문에 효율적인 삶을 중시하고 살았습니다. 그나마 두 딸이 태어나고서는 많이 내려놓고 있지만요...

그런데 딸은 그런 것보다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줍니다. 속상한 사람을 어떻게 해줘야 마음이 좋아질지 이야기해 줍니다.
특히 동생이 울고 떼를 쓸 때 어떻게 하면 동생을 풀어줄 수 있는지 옆에서 코치를 해줍니다.
그런 딸을 보면 참 대견합니다.
아빠보다 멋진 딸이기 때문이지요.

이처럼 첫째 딸은 감성적이고 사람을 좋아합니다. 아파트에서도 엘리베이터를 타면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고 특히 자기와 비슷한 나이의 또래가 있으면 같이 어울리고 싶어 하고 마음을 많이 줍니다.


가끔 어린이 집이나 놀이터에서 딸은 같이 놀고 싶어서 친구, 언니, 동생들에게 가까이 다가 가는데 낯섦이 불편한 친구들이 딸을 피하거나 어려워하는 것을 보면 제 마음이 아픕니다.

이렇게 사람 좋아하고 감성적이고 착한 첫째 딸을 보면 첫째에게 모든지 좀 더 챙겨주고 싶고 안아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이제 둘째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처음에 둘째가 태어났을 때는 얌전한 딸인 줄 알았습니다. 첫째는 잠을 재우는 것이 너무 힘들었는데 둘째는 눕혀놓으면 자고 전체적으로 얌전하였습니다. 이런 딸이면 하나도 더 낳아 키우겠다 생각했지요.

그런데 그것은 완전한 착각이었습니다.
요즘에 3돌이 지났는데...
엄청난 장난꾸러기입니다.

언니를 더 놀리고 언니와 몸싸움을 하는데도 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착한 언니가 봐주느라고 언니가 울 때가 많지요.
언니도 잘 웃지만 둘째는 장난을 특히 더 좋아하고 잘 웃습니다.

둘째는 예상치 못한 웃긴 행동과 말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난 주말에 제가 신발을 하나 사서 그 신발이 어떤지 둘째에게 물어봤습니다.

라구나 : 아빠 신발 멋져?
둘째 : 아빠가 신기에 좋은데?
라구나 : 아빠가 신기에 좋아?
둘째 : 웅 멋져서.

보통 그냥 아빠 신발 멋져, 안 멋져 이렇게 이야기를 할 텐데 "아빠가 신기에 좋은데?" 이런 이야기를 덧붙입니다.
말하는 것이 뭔가 웃기고 귀엽습니다.

그리고 둘째는 할아버지들을 좋아합니다.
외할아버지는 자주 만나지만 친할아버지는 자주 만나지는 못하는데 만나면 강아지처럼 애교를 부리고 장난을 칩니다.
할아버지는 그런 손녀의 장난에 웃음꽃이 활짝 아주 활짝 핍니다.

제가 두 딸에게 장난으로 이런 질문을 합니다.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

첫째는 엄마가 좋다고 하고 둘째는 아빠가 좋다고 합니다.

저에게도 첫째가 물어봅니다.

첫째 : 내가 좋아? 동생이 좋아?
라구나 : 둘 다 좋아~



둘째가 태어나고 육아가 참 힘들었습니다.
당연히 부부사이도 전보다 안 좋아졌지요.
15개월 정도 차이나는 연년생이다 보니 저나 아내나 연속되는 육아로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쳤습니다.

그래서 어쩌다 한 번씩 '둘째가 없었으면 어땠을까?' 이런 생각을 해보는데...
지금은 둘째가 없다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집안을 다채롭고 풍요롭게 해주고 있습니다.

가끔 첫째나 둘째를 외갓집에 맡기고 세 가족만 있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럴 때면 집이 이상하리만큼 조용하고 집안이 적적합니다.
이제는 4명이 없으면 안 되는 가정이 된 것이지요.

이 세상에서 그 누구보다 사랑하는 첫째와
이 세상에서 그 누구보다 귀여운 둘째.
세상에 모든 금은보화를 준다고 해도 절대로 바꿀 수 없는 가장 소중한 두 딸입니다.

두 딸이 지금 이 모습 그대로 예쁘고 사랑스럽게 컸으면 좋겠습니다.

딸들아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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