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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구나 Jan 04. 2024

결핍을 느끼게 해 준 음식 3가지

데리버거, 피자헛,  위스키



1.


여러분은 초등학교 시절에 생일파티를 하셨나요?

집에서 가족들끼리 하는 조촐한 생일파티 말고, 친구들을 불러서 하는 생일파티 말입니다.

저는 제 기억과 남아있는 사진에 생일파티를 한 증거가 없습니다.


그리고 당시에 넉넉하지 않은 우리 집 형편을 고려했을 때 증거도 없지만,

추측해 봐도 생일파티를 하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엄청 가난한 그런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저층 주공아파트에서 살았고,

아버지가 말단 공무원이시고 어머니는 이런저런 일을 맞벌이로 하시고 사셨으니까요


대신, 남의 생일파티 그렇니까 친구들  생일파티에 간 기억은 생생합니다.

전 아직도 초등학교 때 친구 생일파티로 가서 먹은  두 가지 음식이  떠오릅니다.

왜 떠오르는지 아십니까?


너무 맛있고 처음 먹어봐서...



너무 맛있었고 처음 먹어봤기 때문입니다.

우리 집에서는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친구들 생일파티와 연관된 맛있는 음식 2가지와

그 음식을 통해서 제가 가지고 살았던 '결핍'에 대해서 말씀드려보고자 합니다.




2.


첫 번째 음식은  바로 이것입니다.


롯데리아 데리버거



초등학교 3학년쯤으로 기억합니다.

당시에 저도 '햄버거'는 당연히 먹어봤습니다.

롯데리아 데리버거를  먹기 전에 저에게 햄버거는 이런 음식이었습니다.


빨간 케첩과 하얀 마요네즈 소스에
양배추와 고기가 있는 빵



위 사진과 같은 느낌이었죠. (여긴 계란도 있네요...)

그런데, 친구가 생일파티를  한다고 롯데리아에 갔는데... 제가 지금까지  알던 햄버거 맛이 아닙니다.

캐쳡 맛이 강해야 하는데, 이상한 맛이 나는 것입니다.

케첩은 뿌려져 있지도 않고요...


롯데리아 데리버거


데리버거 소스는 저에게는 '충격'이었습니다.

아직도 친구에게 한 이 말이  생각납니다.


와... 동민아, 이거 진짜 맛있다.


정말 최고로 맛있었습니다.

여태껏 제가 알고 있던 햄버거는 햄버가가 아니었던  느낌이었지요.

그리고 친구에게 물었습니다.


이거 얼마야?


초등학교 3학년이면 거의 30년 전 이야기 같은데,

제 기억으론 '단품 1,500원',  '세트 2,800원' 정도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 가격을  듣고 제가 이렇게 말했었죠.


진짜 비싸다...


아이스크림  하나가 100원 하던 시절이니 15배나 비싼 햄버거가 비싼 건 사실이었죠.

아무튼, 그  데리버거를 먹고 전 많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너무 맛있었고, 너무 비쌌다.

저는 한 번도 먹어본 적 없는 햄버거를 생일파티에 친구들에게 사주는 동민이가 '부자'라고 생각했지요.


그 후로 항상 저에겐 '데리버거'가 그날을 떠올리게 하고 자극하는 음식입니다.

그렇다고 그 '데리버거'를 많이 먹으려고 살진 않았지만,

제 삶에 '결핍'을 만들어 준 한 이유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두 번째 음식은 더 충격이었습니다.



3.


두 번째 음식은 더  '고급'이었습니다.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기억하는데 당시까지 살아생전 그렇게 고급 음식점을  가본 적이 없었습니다.


바로 여기입니다.

바로 '피자헛'입니다.

피자를 그전에 먹어봤는지 기억도 안 납니다.

하지만, 제 인생에서 제대로 된 피자를 언제 먹었냐고 묻는다면 바로 친구의 생일파티에 참석한 이 날 피자헛에서 먹은 피자라고 이야기하겠습니다.


피자 치즈가 그렇게 늘어나는 것인지 처음 알았고 신기했습니다.

매장에서  바로 나온 피자를 먹었는데, 따듯하고 참 좋았습니다.

4명 정도가 갔었는데, 저를 데리고 와준 친구에게 너무 감사했습니다.

정말 맛있었습니다...


롯데리아 데리버거는 비싸다는 생각을 했지만,

피자헛은 어린 제가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여기는 내가 올 수  없는 곳이야.



아예 범접을 할 수 없는 곳이라고 생각했지요.

저한테는 입장권이 없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제는 동네 프랜차이즈보다 못한 피자헛을 보면서 새삼 세월이 많이 흘렀구나  생각도 드네요.


마지막은 저에게 '부자'가 되고 싶은 욕망을 직접적으로 일으켜준 음식입니다.




4.


바로, 양주입니다.

정확하게는 위스키, 코냑이지요.


제 친구 중에 초등학교 때부터 부자였던 친구가 있습니다.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았는데 대부분 5층 아파트에서 살았다면 친구는 아파트 내에 있는 '단독주택'에 살았습니다.

(엄청 난 대지지분을 자랑하는 곳이지요.)


친구네 집에는 저희 집에서는 보기 힘든 '장식장'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이것이었지요.



대략 이런 느낌의 '양주 장식장'이었습니다.

고등학교 때 이 '양주 장식장'이 부의 상징처럼 느껴졌습니다.


롯데리아 데리버거, 피자헛 피자를 먹을 때는 느끼지 못한 이런 감정을 느꼈습니다.


나도 돈 많이 벌어서 양주 장식장을 가지고 싶다.


고등학생이라 좀 커서 그랬던 것일까요?

친구네 집 장식장을 보고 이제는 직접적으로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


그 후로 장을 다니게 되면서,

해외여행이나 해외 출장을 다니게 되면서 위스키, 코냑을 한 병씩 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입주권을 산 아파트가 완공이 되고 입주를 하게 되면서,

'장식장'을 살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지만 다행히 사진 않고 책장에 전시하는 것으로 만족하고 살았습니다.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요?


위스키, 코냑... 그게 돈이 됩니까?


(올빈을 사서 잘 관리하면 돈이 될 수도 있긴 하겠지만, 특별한 케이스는 제외하겠습니다 ^^;)



5.


요즘은 누구나 '호텔' 가는 게 특별하지 않은 평범한 사회가 되었습니다.

저는 취업을 해서 회사에서 준 쿠폰으로 가본 '호텔'이 처음이었습니다.

지금은 아이들 돌잔치도 호텔에서 할 정도로 살고 있긴 하지만요.

아, 물론 딸들  돌잔치도 회사 쿠폰, 복지카드를 이용해서 합리적으로 했지요.


 그런데, 아직도 호텔 가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라구나 출세했다, 출세했어
호텔도 이렇게 오고...


저에게는 '데리버거' '피자헛'이 유년시절 특별한 음식이었지만,

저희 딸들은 그런 걸 느끼면서 살까요?


저는 어떻게 하면 우리 딸들도 '결핍'이나 '간절함' 같은 것을 안고 살아갈 수 있게 할지가 고민입니다.

어렸을 때, 많은 시련을 겪어보면 좋을 텐데 말입니다.

제 욕심일까요?


유년시절 넉넉하지 않게 조금은 모자라게 살아와서 그런지,

저는 미래를 위해서 현재를  저장하면서 살아왔습니다.

아끼고 모으고 투자하고 그렇게 살아온 것이죠.

근검절약하는 삶의 태도가 제 유년시절부터 뿌리내려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결핍이 저에게 '부'를  형성하는 동기부여가 되어왔습니다

아직도 제가 생각하는 목표와는 멀리  있지만,

조금씩 다가오고 있음을 느끼면 제가 살아온 방식이 틀렸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물론, 좀 더 노력하지  못한 건 아쉽긴 하지만요.

그만큼 최근에 다시 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브런치, 블로그에서 글 쓰고, 책 보는 것을  꾸준히 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물론, 투자도 꾸준히 하고 있고요.


이렇게 '꾸준히' 하면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살고 있고요

여러분도 '결핍'을 느끼게 해주는 음식, 또는 그  무엇인가가 있으신가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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